#16. 관계의 온도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변해버린 관계의 온도를 겪으며…

by 내곁의바람

조만간 A의 결혼식이 있다.

A는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몇 달 먼저 입사한 선배였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똑부러지고 친절한 그녀가 좋았다.

내가 회사에서 많이 헤매고 실수했을 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녀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에 성공할 때도 그건 당연한 경사같았다.

나는 그녀가 늘 잘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나는 기뻤지만,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고, 그 애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 금방 가게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겐 B라는 동기가 있었다. 그도 더 큰 회사로 이직해 지금은 간간이 연락만 주고 받는 사이였다. 우리 셋은 같은 동네에 살아서 회사를 다닐 적만 해도 한번씩 사적으로 어울렸다.


그런 B로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A의 결혼식 소식을 말했다. 결혼식에 가느냐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B는 A의 결혼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내게 재차 묻는 그의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게 그녀의 모바일 청첩장을 공유해줄 수 있냐고 했다. 축의를 하고 싶다며.


나는 A에게 직접 받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그녀에게 물었지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동안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고, 본인은 깊은 인간관계의 사람만 초대했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몹시 당황했다.

사실 내가 당황한 포인트는 2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A와 B가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는 것과, 두 번째는 내가 그녀의 깊은 인간관계에 들어가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우리 셋이 비슷한 온도를 가진 인간관계인 줄 알았지만, 그건 이미 과거였다.


특히 그들은 이직을 했으니, 현 회사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 터였다.

그 사이 관계의 온도가 바뀌어 있었다.

컵에 담긴 물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육안으로 알기는 어렵다. 손을 대었을 때만 알 수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온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표면적으로 닿는 직접적인 사건이 없으면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렵다.


어찌되었든,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사과를 했다.

별 의도 없이 소식을 말한 것이었고, 그녀는 괜찮다고 해주었지만 ‘부담스럽다’는 그녀의 표현이 마음이 남았다.

B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이번엔 A가 마음만 받고 싶대. 하고 짧막하게 사실만 전달했다.

B는 괜찮다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B가 섭섭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마음 쪽에 서서 달래주는 말들을 몇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결혼식에 가서 얼굴을 보면 이 찜찜한 마음들이 조금이나마 가시겠지.

날 깊은 인간관계라고 칭해준 그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뜨거운 축하의 손뼉을 열심히 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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