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집에 식물이 많았었는데 엄마가 키우시던 식물들이었다. 가드닝에 관심이 없었던 건 사실 엄마의 식물들이 그다지 내 취향의 식물은 아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벤자민, 산세베리아, 고무나무 이런 것들이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식물은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았던 알로에이다.
알로에베라는 음료수나 수딩젤 화장품 등으로 친숙하지만 사실 그 생김새는 애정을 주거나 친해지기에는 좀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내가 아는 일반적인 식물의 형태와는 달리 구분되는 잎과 줄기가 없고, 속에 겔이 차있는 통통한 줄기가 뾰족하게 사방으로 펼쳐지며 외계식물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줄기(?)의 가장자리에는 가시들이 빼곡히 돋아 있어 어쩐지 가까워지기 어려운 식물이었다. 물론 지금은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릴 적 우리 집을 회상하면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식구이다.
여름방학때 가족 여행을 갔다가 햇빛에 화상을 입으면 엄마와 아빠는 과감하게 가장 오래된 알로에 한 줄기를 잘라냈다. 가시가 돋아 있는 양 가장자리를 도려내고, 껍질을 벗겨낸 알로에 과육을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차가워지면 꺼내서 피부에 얹어주셨다.
알로에의 어떤 성분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뒤로는 당근,사과 등의 야채나 과일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건강주스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