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을 들여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키우기 쉬운 입문용 식물을 정말 많이 찾아보았고,
수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선택된 식물이다.
이름은 필레아페페로미오이데스, 줄여서 필레아페페라고 부르는 동글동글한 잎이 매력적인 식물이다.
막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땐 식물 이름이 쓸데없이 길고 복잡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식물 덕후가 된 지금은 이상한 허세가 들었는지 꼭 풀네임으로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병이 생긴 것 같다.
이 식물은 이름이 뭐야?
대충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식물가게에 가서 물어볼 때 일반적으로 편하게 부르는 이름을 물어본 거겠지만
필레아페페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은 필레아페페로미오이데스야.
라고 말해야 속이 시원한 느낌이다.
페페로..오이..뭐?
오이데스는 뭐뭐랑 닮았다는 뜻인데 페페로미아라는 식물 종류랑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래.
응…그렇구나..
이런 식이다.
필레아페페는 까다롭지 않아 키우기 쉽고, 생명력이 강해서 첫 식물로 좋다고 하길래 절대 죽이지 않고 키워보리라 결심하고 샀었다. 지금은 키가 20cm쯤 자랐고, 새끼를 많이 쳐서 주변에 여러 번 나눠주고도 또 쉴 새 없이 새끼들이 올라와서 무성해진 상태이다. 자구(새끼)들이 어느 정도 크면 모체에서 분리시켜 주변에 선물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누군가 키우기 쉬운 식물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식물이다.
작고 동그란 잎이 말려있다가 올라오면서 펼쳐지고, 점점 큰 동그라미가 된다. 데려온 지 얼마 안 된 초반에는 잎 하나하나가 늘어갈 때마다 새삼스레 생명에 신비에 푹 빠져서 신기하다며 들여다보고 감탄했고, 조금 지나 작은 자구(새끼)가 하나가 흙에서 빼꼼 올라왔을 땐 그게 얼마나 사랑스럽고 기뻤는지 모른다.
가끔 부모님이 친척, 친구분들과 만나 대화하실 때
딸 잘 키웠네. 하시면
우리가 한 게 뭐 있나. 애들은 알아서 크는 것 같아.
하시던 말씀이 그저 겸손이라고 생각했는데 필레아페페를 키우면서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기특할 때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물 주고, 일년에 분갈이 두어 번, 가끔 비료 주는 게 전부인데 쉴 새 없이 잎을 올려서 초록을 보여주고, 부지런히 번식을 해서 작은 친구들을 만들어 내고, 시들시들해 보이거나 해충이 생긴 적 한번 없었다. 그러면, 얘는 정말 내가 별달리 해준 것도 없는데 속 안 썩이고 알아서 잘 크네. 생각이 들게 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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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아페페는 노지가 아니라면 실내에서는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창가가 좋다.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잎이 쪼글거리며 말리지 않고 매끈하고 큰 동그라미 잎이 된다.
잎은 햇빛을 보는 방향으로 자라기 때문에 가끔씩 화분을 돌려서 방향을 바꿔주면 일정한 수형으로 키울 수 있다.
물은 흙을 나무젓가락으로 푹 찔러보았을 때 속 흙이 말라있거나 잎이 딱딱하지 않고 살짝 말랑말랑하면 화분 밑으로 물이 빠져나올 때까지 흠뻑 주면 된다.
자구(새끼)들은 키우다 보면 흙 위로 작은 새싹처럼 빼꼼 올라온다. 자구가 어느 정도 크면 분갈이할 때처럼 화분에서 식물을 꺼내고, 뿌리가 꽉 움켜쥐고 있는 흙들을 털어내면 모체의 뿌리와 자구의 뿌리가 연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연결된 뿌리를 끊어내서 분리하여 따로 심어주면 된다.
필레아페페는 동그란 잎이 동전을 닮았다고 해서 동전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집안에 부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렴하고 번식도 잘하는 식물이 돈을 가져다준다면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가. 딱히 키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