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찾은 수영장
초등학교 3학년 여름즈음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수영장이 있어 친구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다녔다. 유아풀에서 발차기를 배우다 처음으로 레인에서 키판을 잡았을 때는, 발끝으로 서야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는 깊이가 두려우면서도 오리배라도 된 듯 물 위에 동동 떠서 나아가는듯한 느낌에 즐거웠다.
자유형에서 배영으로 넘어가기 까지가 고역이었다. 수백 번 발을 구르고, 음-파-를 거듭할수록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잠시라도 벽을 잡고 호흡을 고르면 선생님은 귀신같이 쫓아와 나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내내 아등바등 애를 쓰고 나면 온몸이 저렸다. 혹독하게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은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넓은 판에 우리를 태우고 이리저리 흔들며 놀아주셨는데, 그 시간만을 고대하며 힘든 순간을 다 버텨 냈던 것 같다.
배영을 시작하고는 신이 나서 수영장에 다녔다. 숨을 참지 않아도 수영을 할 수 있다니. 바다에 떨어져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단 이상한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그때부터는 진도에 불이 붙었다. 나는 평영을 가장 잘했는데, 평영을 배우고는 정말 물속에서 날아다녔달까.., 옆레인에서 오리발을 차고 쉼 없이 끝과 끝을 오가는 언니오빠들을 보며 '나도 곧 저렇게 될 수 있겠지?' 하는 부푼 꿈을 안고 더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그러나 접영을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서 나의 수영 수업은 끝이 났다.
그때 수영을 열심히 배워둔 덕에 언제 수영장을 가도 나는 꽤 잘 헤엄쳤다. 물론 자유형은 오래 못했고, 늘 평영으로 끗발을 세웠다. 물에도 곧잘 떠있어서 여름에 수영장에 놀러 가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야매수영을 가르쳐줬다. 다시 수영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헤엄치면서 그때의 배움을 되새기고는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나는 어릴 적 살았던 동네로 다시 이사를 왔다.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자연스레 수영도 등록했다. 왜 다시 수영이 하고 싶었을까? 여러 번 이사를 반복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수영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데.
열다섯 번의 여름을 지나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