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인지 허무함인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하려나 했는데 나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새삼 달랐다. 종이 치자마자 나에게 다가와 선물과 편지를 건네며 고맙다고 말했다. 얼떨결에 받은 선물에 나는 연신 고맙다고 말했고 아이는 내가 보고 싶을 거라고 했다.
감동으로 멍하니 있는 나에게 또다시 아이들이 다가와 선물을 건넸다. 내 이름이 적힌 알록달록한 편지와 테이프로 꽁꽁 싸맨 선물 박스, 자신의 가방에 내 선물이 있다며 속삭이고 가는 아이, 불쑥 나타나 내 눈앞에 달콤한 냄새가 솔솔 나는 종이 꾸러미를 건네는 친구. 나는 오늘 아침부터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았다.
어제 하교시간, 나에게 다가와 선물을 줄 거라던 한 남자아이는 까먹었는지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자신이 쓰던 하이라이터를 건넸다.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여 고맙다고 연신 말했다. 선물을 받다 보니 점점 고마움과 감동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미안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럴수록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그저 그리워질 뿐이다.
선물을 준 아이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아이도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아이도 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수학 시간, 멘토 선생님께서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라고 소개하시고 나니 아이들은 또 섭섭해했다. 나는 웃으며 다시 볼 거라고 말했지만 그게 과연 언제가 될지 모르기에 미안함 반 고마움 반의 마음이 또 들었다.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하는 수학반 아이들. 좋은 선생님이 되길, 대학교를 잘 마치고 졸업을 잘하길, 앞으로의 내 삶에 성공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나에게 덕담을 쏟아내는 아이들이었다. 나도 똑같이 한 명 한 명에게 덕담과 격려를 건넸어야 했는데 또 그러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약간의 송별회 겸 파티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쓴 작은 하트 편지와 아이들에게 줄 과자와 사탕을 나눠주었다. 한 명 한 명 고맙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작은 편지 안에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말이 들어있었다.
점심시간에는 멘토 선생님께서 포케볼을 사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너무 감사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또 너무 이상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또 수업을 이어나가는데 점점 내가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하교시간이 찾아왔고 소문이 났는지 다른 4학년 반에서 아이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네며 내게 안겨왔다.
한 명 한 명 안으며 나는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잘했다고 사랑받고 있다고 속삭였다. 살짝 무뚝뚝했던 아이들까지도 나에게 안겨오며 인사를 건넸다. 첫 만남에서 살짝 삐끗했던 아이들, 내 이름을 기억 못 했던 아이들, 모두 다 마지막 순간에는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나도 이 아이들에게 몇 배는 더 따뜻함으로 인사했다.
왜 평소에는 그러지 못했을까 아쉬움과 자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허무했다. 내가 이 아이들의 인생에 불쑥 찾아와 또 갑작스럽게 떠나는 게 미안했다. 꼭 다시 보기를. 60여 명의 아이들을 한 곳에서 같은 시간에 볼 수는 없겠지만 한 명 한 명 언젠가는 꼭 다시 보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인생에 행복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이제 어떡하지? 교생 실습이 끝나고 나는 길을 잃은 기분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학교 수업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낯설고 더 이상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아직도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이 혼란스러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겨울방학 내내 나는 아이들이 엄청 보고 싶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