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신뿡방뿡한 날
오늘은 살짝 늦잠을 자고 싶은 날이었다. 밍기적대며 시간을 끌다가 7시 50분쯤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 오늘은 또 왠지 꾸미고 싶지 않은 날이어서 후드티에 청바지를 대충 입고 나왔다. 이놈의 과제는 계속 생기고.. 분명 어젯밤에 "야호 3개 남았다" 하고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다시 8개로 확 늘어있었다. 아이규 ㅠㅠ
애써 눈물을 닦고 아침으로 계란프라이랑 베이컨 그리고 사과주스를 마셨다. 든든히 먹고 꼬르륵 소리 나지 않게 준비한 후에 수업을 하러 갔다. 오전 수업은 대충 괜찮았다. 심리학 수업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잘 들었고 교육 수업은 솔직히 좀.. 재미없었지만 분명 앞으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수업내용을 들었고 생물도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점심으로는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덮밥을 데워먹었는데 고추장을 넣어서 먹으니 매콤해서 맛있게 먹었다. 미국은 정말 음식양이.. 어마어마하다.. 3번은 나눠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밥 양이 엄청났고 두 번에 걸쳐서 겨우겨우 다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갑자기 어마무시한 식곤증이 똑똑 찾아왔다. 눈이 계속 감겼다. 점심 먹고 오후 수업을 듣는데 듣는 둥 마는 둥 듣다가 문득문득 재미있는 부분에는 갑자기 정신이 확 돌아왔다. 심리학 수업에서 들었던 수업 내용 중 하나가 잠 깨는 방법이었는데 귀 마시지를 하면 잠에서 깬다고 했다. 근데 그게 수업 끝나기 5분 전에 생각이 나서 귀 마시지를 하고 5분 정도는 집중이 확 되었다. 하지만 수업은 졸다가 다 끝나버렸고 나는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일정이 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도서관 카페에 갔더니 친구가 일하고 있어서 공짜로 커피를 받았다. (야호) 당충전을 위해 초콜릿 브라우니와 함께 룰룰랄라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갔다.
다행히 다음 수업은 잘 들었고 동아리 회의를 하러 갔다. 와우, 이런 적은 처음인데 모두 하나같이 기운이 없고 피곤해 보이고 말이 없었다. 모두들 지친 모양이다. 하긴.. 지난주 그렇게 행사가 많았으니..
동아리 회의가 끝나고 나는 다시 알바를 하러 대학교 카페테리아로 갔다. 일을 하면서 먹을걸 계속 보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끝나고 뭘 먹을지 생각하는 게 일상이다. 커피를 만들면서 이따가 뭐 먹지 생각하고 사람들이 주문해서 가져가는 음식을 보면서 '오 저렇게도 먹을 수 있군'. '좋은 조합으로 먹는군' 등 다양한 생각을 한다. 진열대에 있는 음식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일 끝나고 나서 쏜살같이 달려가 저거랑 저거를 나비처럼 낚아채겠어! 혼자서 생각을 무수하게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안 간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이 생각해서 시간이 많이 흐른 줄 알았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 1분이 지나가있었다. 참 1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는구먼. 새로운 과일컵이 진열대에 올라와있었다. 내가 먹고 싶은 멜론, 켄달롭, 수박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가져갈 때마다 안돼!!!! 내 수박. 이렇게 생각하며 사라지는 수박들에게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사람들이 관심 없이 지나쳐갈 때마다 나는 아싸 콧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갑자기 바빠졌다. 사람이 없었는데 생겼다. 엄청난 주문이 밀려왔고 나는 샐러드와 스무디를 만들러 갔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다시 계산대로 돌아와 보니 진열대에 있던 내 금쪽같은 수박이 사라져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나는 켄달롭을 노려봤다. 저것만큼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리! 500분 같은 5분이 흘렀고 나는 일을 마치고 쏜살같이 짐을 챙겨서 켄달롭을 낚아챘다. 후훗 캔달롭은 쟁취한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저녁으로 먹을 치킨너겟과 나쵸칩을 사서 계산하고는 우다다 기숙사로 달려갔다.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신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녁을 먹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샤워를 하려고 준비하는데 발에 날개가 달린 듯 방을 뛰어다니며 옷과 수건을 챙겼다. 룸메이트가 없어서 다행이다. 있었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샤워를 하러 가는 길 방방 뛰며 콧노래를 불렀다. 샤워를 빨리 끝내고 치킨너겟과 켄달롭을 쟁취하리라!
개운하게 샤워하고 돌아오자마자 치킨 너겟을 야무지게 해치웠다. 와구와구 먹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방으로 들어왔다. 와구와구 먹는 것을 조신하게 냠냠 먹는 걸로 바꿨다. 다 먹고 나서 수학숙제를 하기로 했다. 하.. 빨리 끝날 줄 알고 시작했던 숙제가 나를 괴롭혔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내는 걸까! 화가 나는 문제다. 이렇게 화나게 만드는 수학문제는 처음 봤다. 숙제를 마치니 벌써 2시간이 흘러있었다. 켄달롭을 먹으며 여유롭게 저녁을 보낼 생각을 했던 나에게는 큰 낭패였다. 켄달롭은 내일 먹기로 하고 나는 씻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