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
전 날 밤, 이른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다음 날 학생들과의 첫 대면을 생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기에 혹 반항기인 건 아닐지 고심스러웠다. 내가 4학년 때는 어땠는가 생각해 보았는데 역시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가까웠기에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따돌림이나 반항 없이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걱정이 쌓이고 쌓이면 걷잡을 수 없기에 이만 잠에 들기로 결심하고 눈을 붙였다.
월요일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제 철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했지만 혹시 빠트린 건 없나 누운 채로 생각했다. 곧 일어난 나는 어제 미리 골라놓았던 옷을 입었다. 역시 막상 입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2번이나 바꿨다. 어쩌면 내 미래의 직장이 될 수도 있는 곳이니 최대한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입는 게 좋겠지.
아침으로는 시리얼과 매쉬드 포테이토를 먹었다. 단백질을 먹으면 좋으련만 긴장이 되었는지 잘 안 들어가서 간단하게 먹었다. 나 포함해서 3명이 함께 카풀을 하는데 한 친구는 1학년 반에, 다른 한 친구는 유치원 반에 배정되었다.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나니 정말 교생 실습을 한다는 실감이 났다.
학교에 도착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주차장에 들어서자 긴장보다는 설렘으로 가득해졌다. 멘토 선생님과는 이미 몇 주 전에 직접 뵈었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역시 4학년 반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한국과 미국 초등학교 교실의 다른 점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교실 분위기일 거다. 선생님마다 테마를 다르게 하여 가지각색으로 교실을 꾸미는데 이런 알록달록 창의력 뿜뿜한 분위기가 학생들에게 안락함을 준다. 나 역시 멘토 선생님의 교실이 마치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간략하게 루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종이치고 학생들이 하나 둘 교실에 들어오면서 힐끗 나를 보았지만 역시 낯설게 느껴졌는지 본체 만 체였다. 1학년 아이들에 비해 4학년은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게 조심스럽거나 부끄러운가 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10분 정도 나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멘토 선생님의 양해로 수학 수업 전에 잠시 소개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확실히 아이들이 관심 있게 듣기 시작했다. 특히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배경과 문화가 나의 문화라고 하니 모두들 신나 하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는 스트레이키즈를 좋아한다면 나에게 포토카드를 내밀며 뭐라고 적혀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의 신난 모습을 보니 약간 안심이 되었다.
오전 내내 멘토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학생들을 도와주었다. 4시간가량의 오전이 끝나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후 1시 10분이 되어서야 점심을 먹는다는 게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생각에 얼른 도시락을 꺼냈다.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멘토 선생님이 혹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 건 혹시 책이 너무 어려울까 봐였다. 아직은 조심스럽다. 실수할까 봐, 어려울까 봐, 못할까 봐...
어쩌면 부끄러운 걸 지도 모른다. 아직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까, 나의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끌 수 있을까. 부끄럽고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웠던 하루를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 길, 햇빛이 너무나도 눈부셨다. 이제 첫날을 마쳤지만 뿌듯했다. 내일도 모레도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오늘은 잘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