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겁이 나서 그래
"다음에는 모두가 공평하게 선생님이 모든 숫자를 불러주세요."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얼굴이 붉어진 채 나는 당황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불공평하게 느낄만한 상황이었지만 또 나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던 빙고 게임.
오늘 수학 시험을 끝내고 남은 시간 동안 내일 배울 내용인 분수를 예습하기 위해 빙고게임을 했다. 사실 딱히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한 시간 동안 수학 문제만 풀기에는 수업이 재미없을 것 같아 준비한 게임이었다. 아이들이 신나 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게임 전에 빙고판을 채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몇몇은 이미 끝내고 떠들기 시작했고 점점 어수선해지는 상황에 나는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먼저 숫자를 부를 거라고 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고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혹은 정말 불공평했던 건지 얌전히 앉아있던 4명의 학생이 쓰리빙고를 외쳤다. 그러자 모두들 실망해하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종이를 찢기도 했고 책상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어떤 게 최선이었을까. 수업 후에도 생각이 났다.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나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수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보다도 아이들이 무언가 배워가면 좋겠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두 가지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가끔 아니 어쩌면 항상 두 가지 다 모두 가질 수 없을 때가 있다. 재미있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수업...
선생님이 되는 건 겁이 난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사실도 겁이 나고 내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겁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학창 시절의 안 좋은 부분을 아이들에게 되풀이할까 겁이 난다.
가끔 겁이 난다.
그러나 계속 겁을 내서는 안된다.
두려움에 맞서 멋있게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야 말 거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는 오늘 나의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수업을 줄 것이다. 그렇게 만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