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뭐 별거라고

생일을 가장 행복하게 누리는 법

by 귀향

벚꽃을 좋아한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에겐 조금 더 특별하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는 것은 생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벚꽃이 주는 설렘이 유독 크다. 생일은 일 년 중 제일 좋아하는 날이니까.


너무 좋아하는 날이다 보니 생일에 대한 집착과 기대도 그만큼 컸다.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었고, 해야 할 것만 같았고, 그래 왔다. 4박 5일 동안 생일 하고 싶다며 정말 5일 내내 파티하며 보내기도 했고, 더 어릴 때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일주일 전부터 생일을 카운팅 하는 D-Day까지 설정해두는 치기 어린 유난도 떨었다.


올해도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생일인 건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생일을 완벽하게 보내야만 한다는 기대와 집착이 축하해주는 사람은 물론 축하를 받는 나에게도 마음의 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많은 축하를 받을 거라는 기대는 나를 충분히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한다는 집착은 생일이 아닌 날은 생일보다 불행할 수밖에 없는 날로 만들었다.


축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니 사소한 감동을 얻게 됐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일상에 치여 자기 생일조차 챙기기 버거울 수 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짧게라도 남겨주는 축하 메시지의 가치가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화를 주는 마음, 선물을 보내주는 마음, 미역국을 끓여주는 마음, 일찍 나가는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갓 지은 밥을 차려주는 마음들이 더 감사히 느껴졌다. 특별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니 빈도 높은 행복을 얻게 됐다. 생일이 가장 행복한 날일 필요는 없다. 생일이 가장 행복해야 한다면 364일은 그 하루보다 불행해야 한다. 생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일을 기념일처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고 하지 않는가.


생일에 연연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비로소 받게 된 나 자신으로부터의 축하다. 남이 주는 사랑을 쓸어 담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나에게는 그만큼 축하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제일 많이 나를 축하해주기로 하고 일부러 약속도 잡지 않았다. 난생처음 혼자 보내는 생일에 나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했다.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갔고, 버스로 지나치는 잠깐이었지만 한강을 구경했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계절을 만끽하며 좋아하는 동네를 산책했다. 넓은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마들렌과 홍차를 주문하고 생일을 자축하는 일기를 적었다. 나와 나, 오직 둘이서만 보내는 소소하고 행복한 생일 축하파티였다. 올해 생일만큼은 나만큼 나를 축하해준 사람이 없다.


솔직히 외로우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생일이 끝나가는 지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풍족함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말해준다. 살면서 가장 잔잔했지만 가장 풍요롭고 촘촘하게 누린 생일이었다. 예전처럼 시끌벅적하게 보냈다면 느끼지 못했을 순간순간의 감사와 기쁨을 느긋하게 맞이했다. 반가운 축하 메시지도 꼼꼼히 읽고 충분히 감동하고 늦지 않게 정성스레 답장할 수 있었다.


매년 생일이 끝나갈 때 느꼈던 아쉬움의 이유는 나를 향한 축하의 공백이었음을 알게 됐다. 오늘 드디어 누구보다 내가 나를 제일 많이 축하해준 아쉬움 없는 생일이다.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