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림 그리고 성경 말씀
일상생활을 하다가 힘이 들 때가 있다. 몸이 힘든 경우도 있고, 마음이 아픈 때도 있다. 때로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런 무거운 감정이 나를 짓 누르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지식도 쌓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관계 속에서 마음에 빈틈이 채워질 것 같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더 많은 갈등과 고민들 속에 이런 상황을 다루는 작은 기술들에만 익숙해진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이토록 정확히 읽어내실까? 오늘 어머니가 보내주신 어머니 그림과 그 위에 적어 보내주신 성경 말씀이 위로가 된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내 생활 속에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성경 말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생일이면 생일 축하 편지를 통해, 군대 있을 때는 위문편지 속에, 새해에는 새해 덕담이 담긴 작은 편지 속에 항상 하나님 말씀,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그 말씀이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적도 있고, 가끔은 마음속 깊이 새겨져 남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카톡을 통해 어머니의 그림 위에 성경 말씀을 적어서 같이 보내 주신다. 노모에게는 오십 중반을 바라보는 아들도 여전히 어려 보이는지 그 말씀의 메시지는 위로와 격려 그리고 훈계가 들어 있다. 가끔은 그런 어머니의 그림과 성경 구절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좀 내려놓고 편안히 지내셔도 좋을 듯한데, 그림과 성경 구절 그리고 어머니의 카톡 메시지에는 아들에 대한 염려가 가득 차 있다. 여러 번 수술을 했던 아들에 대한 건강 걱정, 회사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어린 자녀들에 대한 교육에 대한 염려 등... 정말 찐한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다.
요즘 우리 집 두 아들은 무서운 속도로 자란다. 큰 아이는 어느새 엄마의 키를 훌쩍 넘어서려 하고, 육체는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 간다. 나는 아이들에게 국어와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운동을 권하며,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AI 기능을 보여주며 앞으로 세상의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영혼을 지탱해 줄 ‘단 하나의 문장’을 심어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좋은 주거환경, 부족함 없는 경제적 지원, 교육 환경 등을 생각하지만 정말 두 아들에게 아빠가 줄 수 있는 문장, 가르침은 주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어머니 그림 그리고 성경말씀은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길을 잃고 비틀거릴 때 나를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이정표였고, 세상의 풍파에 힘들어 낙담하거나, 주저 않자 있을 때 다시 한번 도전하게 하는 응원가였다. 어머니가 평생에 걸쳐 전해주신 그 말씀들이 내 삶의 마디마디에 녹아들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도 이제 두 아들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눈에 보이는 풍요보다, 두 아이들이 인생의 겨울을 맞이했을 때 꺼내 볼 수 있는 따뜻한 기억의 조각을 남겨주고 싶다. 어머니가 그림 위에 말씀을 적듯, 나 역시 나의 일상과 가치관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 도화지에 지워지지 않는 위로의 문장, 응원의 문장을 적어 내려가야겠다. 언제일지 모르나 두 아들들이 마음에 빈틈이 생기고, 그 빈틈에 무엇을 채울지 모를 때, 혼자의 힘에 버거운 삶의 무게에 힘들어할 때 아빠의 모습 그리고 아빠가 전해준 문장들이 조금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면 아빠로 성공한 것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줄 믿음의 언어, 응원의 문장들이다. 어머니의 그림 속 성경 말씀이 내 비틀거리는 걸음을 바로잡아 주었듯, 나 역시 두 아들에게 그런 이정표가 되어주고 싶다. "아빠도 그랬단다, 하지만 이 말씀이 나를 살렸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삶. 수동적으로 상황에 휩쓸리는 삶의 모습이 아닌, 성실하고, 진실한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아빠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