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플 때, 자리를 비워도 되는 회사

by Bosu Jeong

오늘 아이가 많이 아파했다.

근육통에 고열까지 겹친 걸 보니

독감인 것 같았다.


집에서 전화가 왔을 때

그 순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마 부모라면

다 비슷할 것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예전에 직장에 다닐 때도

비슷한 장면들을 여러 번 봤다.


가족이 아픈데도

회사에 남아

불편한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던 사람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차라리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우고

필요한 곳에 다녀오는 게

회사에도, 본인에게도 낫지 않을까.


자기 일은

결국 본인이 제일 잘 알고,

급한 마감이 아니라면

상황이 정리된 후에

훨씬 빠른 속도로 캐치업하곤 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는

부모가 옆에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전화를 받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 곁에 앉아

열을 재고,

물을 먹이고,

잠든 얼굴을 지켜봤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회사는 돌아가고 있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있고,

각자가 자기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이 곁에 있으면서도

회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


우리 회사는

자율권을 꽤 많이 주는 편이다.


작은 조직을 운영할수록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요에 가깝다고 느낀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악용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하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서로의 가족을 어느 정도 알고,

생활의 맥락을 공유하고,

결국 다 알게 될 일들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큰 조직보다

오히려 작은 조직에서

더 오래 숨기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남는 건

신뢰다.


신뢰가 없는 자율은

방임이 되고,

신뢰가 있는 자율은

책임이 된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 곁에 있었고,

회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조용히 생각한다.


회사를 잘 운영한다는 건

사람이 필요할 때

사람에게 먼저 갈 수 있게 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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