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금영이는 감정 표현을 고작 '짜증나' 밖에 못하나
영국 살 때 눈물콧물 다 짜면서 봤던 드라마가 동백꽃 필 무렵이었는데
'누구나 사랑받을만 하다.' 라는 메시지가 그냥 너무 좋았고 드라마가 가진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정어린 시선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작가의 팬이 되었고... 쌈마이웨이도 비슷한 결로 좋았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역순으로 마지막에 봐서 그런가. 재기발랄한 신인이 제작상황에 잘 맞춰서 영리하게 잘 썼구만. 그때부터 싹수가 푸르렀었네. 정도? 이야기 자체 설정은 드라마 영화 많이 본 사람이라면 좀 식상할수도 있기까지 한 틀거리라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봤다면 쏘쏘를 날렸을지도.
그리고 대망의 블록버스터 폭싹 속았수다.. 제작비화들을 좀 들어둔 터라 비호감 포인트가 있기도 했고 (작가에 대한 비호감이라기보다는 배우와 연출. 아 나는 그 연출 진짜 너무 싫다) 아무튼 팔짱끼고 봤는데
옆에서 남편은 펑펑 울었고... 나는 지뢰밭이 다 보이기도 하고 해서 하나도 안 울었는데 이 최루탄 설정들이 뭐랄까. 수학여행 가서 마지막날 캠프파이어하는 감성이라 너무 싫었다. 수가 얕잖아. 그렇게 엄마아빠카드쓰면 누가 안 울어.
특히.. 제주도, 서울대, 기타 등등 몇 가지 세부설정때문에 인물의 상황이 굉장히 특수하게 보이는데 사실 까놓고 보면 각자가 자기의 인생을 대입할 만하게 적당히 표준치로 버무려둔게 좀 영악하다고까지 느껴졌다.
금영이가 느끼는 좌절감은 서울 상경한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소외감의 배리에이션이고
결혼 문제도 그렇고 애순이 인생은 더할 것도 없이 과거에 공장 다니면서 오빠 뒷바라지 하던 중년(이제는 노년층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고생 트리거를 자극하는 이야기라 거기에 적당히 관식이 판타지를 뿌리면..
그리고 애순이 정도면 뭐 성공했지 또 그게 뭐 엄청 애달프게 느껴질만한 삶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무튼 알룰로스 뿌린 탄산처럼 뭔가 좀 속은 느낌이다. 폭싹 속았수다가 그 뜻이 아니라고는 하는데 아무튼 보편에 맞추어 놓은 삶에 신파를 끼얹었는데 그것이 진짜 한 인간의 일생을 농밀히 들여다본 깊이 있는 인간성찰인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 그냥 넷플릭스 여자판 국제시장 정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악함이 재수 없게 느껴지는게 그냥 대놓고 국제시장이에요 하면 정직하기라도 하지 있어보이는 척 하는게 너무 싫다. 문학작품마냥 문학가들 흉내낸 문장들도 이상한 방향으로 겉멋이 들었지 싶어 개 오글거렸다.
그리고 내가 그 학번은 아니지만 그 동아리 출신이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데, 금영이가 그 시절 얄라셩이면 무조건 운동권이었을텐데? 아빠 짜증나만 하고 집안 기둥 뽑아서 유학간다고? 심지어 주변 부자들만 적당히 혐오스럽게 그려놓고?? 이런게 수가 얕다는 거다. 인간 통찰이 없고.
그나저나 남편이 드라마 보고나서 지가 새우만 까줘도 도곡동 관식이라고 드립을 하도 쳐대서 킹받아 죽는줄.
아 그래도 드라마에서 영범이 엄마가 지랄할때는 눈물 참느라 혼났다. 딱 그거 하나 내 이야기같았는데 옆에 남편 있어서 못 울었는데 지는 펑펑 울더라. 니가 대체 왜 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