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대응을 검토하며 느낀 몇 가지

그냥 평소에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y 붕어빵의 효능

결국 지난 주말 나는 손꾸락을 못참고 식식거리면서 로톡에 상담내용을 올렸고

하이에나같이 달려든 변호사들은 자신의 신뢰도와 사건해결능력,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F적 마인드까지 어필하며 법률지식이라기보다는 영업에 가까운 답변으로 자신을 선임할 것을 유혹했다. 거기에 무료 상담쿠폰까지 준다니 전화신청 눌러 안 눌러. 영악하고 소름끼치는 플랫폼 같으니라구.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의 축은 플랫폼 사업자임이 분명하다) 하여, 나는 고소장 작성에 도움을 받고자 변호사 상담을 요청했지만 두번이나 캔슬을 당하는 기염을 토하고야 만다. 그나마 한명은 사무장이 정중히 전화해서 죄송하다고라도 했지 다른 한명은 그냥 노쇼였다. (여기서도 매우 빡이 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또 다시 정리하겠다)


그래서 그냥 변호사 도움 없이 내가 고소장 다 써서 경찰에 접수시켰다.

행색을 딱 보아하니 악성민원인 아니고, 처음이라지, 열심히 잘 써갔지 싶으니까 접수가 매우 잘 되었다.

자 이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그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나는 작년 이맘때 상사의 직내괴로 사내 괴롭힘 조사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억울하다고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명예훼손 등 추가 내용을 포함하여 민형사 소송을 고려했다.

이번에는 상해사건으로 러닝머신을 끄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서 가해자가 도주했고 (심지어 뒤에서 넘어진 나를 구경함..) 합의과정에서 남편에게 자아의탁, 아는 변호사 시전 등 태도가 불량하여 고소를 진행했으며 이에 따라 형사, 그리고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고려 중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한순간에 가해자가, 혹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거다. 나는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된 입장었으며, 그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했었고 돌이켜 보면 결국 가장 아까운건 역시나 분노 때문에 그저 흘려버린 나의 시간들일 뿐이다.

몇 가지 느낀 점에 대하여 정리해 보겠다. 법적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인드셋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가장 값어치가 있는 것은 당신 본인의 인생이다.



1. 화의 방향을 정확하게

화가 나고 억울하고 (가해자로 지목되어도 그럴 수 있겠지?) 당장 가해자한테 찾아가 손도끼라도 콱 찍어버리고 싶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안 되는 거니까 그걸 참는 과정에서 나만 스트레스 받고,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뭐 하나라도 틀어지면 화가 폭발하고... 하지만 일단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 그걸 명심 또 명심하자.


얼마 전까지는 보험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정말 화가 너무 났었다. 나는 가해자가 특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놈이 그랬는지 그걸 찾아내야 했는데 cctv보려면 개인정보보호법때문에 바로 보여줄 수 없대지, 경찰은 신고했더니 아줌마 그건 여기 관할 아니래지, 그러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지랄에, 보험처리는 언제 되는 것이며 헬스장 애들은 왜 맨날 미루는 거고... 심지어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 같고....


어느 순간인가 나는 헬스장 매니저에게 나의 심경을 솔직하게 읍소했다. 결국 다친 사람은 나고, 이게 잘 처리가 안 되는 과정에서 나도 사람인지라 필요 이상으로 화가 너무 난다. 하지만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는 화를 내지 않고 또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야만 한다. 이게 너무 힘이 든다. 내 상황을 고려해 달라. 그리고 내가 무조건 보상해달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무엇이 되고 안 된다를 잘 설명해 주시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의지가 있다. 그렇게 헬스장 측과 정말 잘 정리를 했다. 이후에 고소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남편이 도와줬는데 어떨 땐 열심히 안하는 것 같고...(;;;) 심지어 도와주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상하게 화가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 또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차갑게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결국 내가 정확하게 화를 내야 할 사람은 가해자이지 그 과정에서 처리가 안 된다고 엄한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식으로 화의 방향을 이상하게 틀어버리면 안 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돕고 있을 거다. 조력자들을 잃으면 안 된다. 화는 정확하게, 잘 내도록 하자. 심지어 가해자한테도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내가 뭘 얻을 것인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금전적 보상을 받을 거냐, 상대방의 사과를 바라는 것이냐, 아니면 .. 뭐 기타 등등.


2. 실제 법적 조언을 구하는 방법에 대하여

로톡은 쓰레기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마도 네이버 지식인이 가장 적합한 비유일 것 같다.

가끔 태양왕(맞나? 아무튼 지존등급)이 천사처럼 내려와 답을 달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병신들이지 않은가. 딱 그거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한데, 두 번의 캔슬을 당하고 짜증이 이빠이 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한 변호사님과의 대화가 참 좋았다.


어떤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방안을 강구하던지간에, 법적 대응에서는 실익을 냉정하게 따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짜증나고 화나고 억울하니까 애처럼 생떼를 쓰면서 아 쟤좀 엿먹여주세요 돈도 많이 받으면 좋구요 하면서 배까고 지랄하는게 의뢰인의 기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의 역할이란 클라이언트에게 예상 결과에 대해 냉정해게 시뮬레이션 해 주고, 실익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설명해 주어서 액션 플랜을 함께 결정해 주는 거다. 공감열매 먹는게 아니고. (그건 백화점에서 돈쓸때 고갱님 소리 들으면서 하는거다)


그렇지만 그것은 할 수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하면서 자기 돈벌이 해야 하는 영업맨들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태도다. (현재 어려운 법조시장이 그것을 더더욱 부추길 것이다) 그래서 결국 친분이 있는 지인이거나, 소개를 받아야 위에서 언급한 그런 좋은 변호사가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소송을 말렸다. 피곤할텐데 하실 거냐고. 그리고 내가 정말로 소송을 마음먹기 전,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난 이것이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는 데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그날은 정말 드물게 로톡에서 그런 변호사를 만나 드디어 청량한 기분으로 간만에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친구 법조인에게 일련의 사건을 털어놓았는데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 줬다. 요래조래 걸어서 요건 저렇게 받아내고 저거조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러면 너가 이만큼 정도 받아낼 수 있는데 너는 대신 이만큼 돈이 들것이고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지 대충 이만큼이 예상된다. (이게 변호사 상담의 골조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


친구한테 바로 전화했으면 로톡 가지고 씨름하고 스트레스 받는 시간은 줄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좋은 법적 조력자를 만나는 일은... 평소의 인맥이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플랫폼에서 가끔 구할 수 있다. 막막하겠지만 인맥이 없으시다면 당첨될 때까지 그냥 랜덤가챠 돌려라.


3. 결국 분쟁해결을 하는 가장 강력한 카드

솔직히 그전까지 나는 의사야말로 라이센스 있는 자영업자 아닌가... 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법적 분쟁시 그들이 주는 진단서의 힘을 실감하니 왜 의사공화국인줄을 알겠고.. 아무튼

변호사의 소장이나 말발, 전관예우(이제 의미도 없음)보다 더 힘이 센게 의사 진단서다.

지난 다툼에서도 결국 나의 피해를 입증했던 가장 강력한 보호막은 바로 대학병원 전문의의 진단서였다.

의사에게 정황을 잘 설명하고 가장 유리한 입증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사고 나면 바로 병원가고. 바쁘다고 미루면 안된다.


4. 내 일상을 지키자.

이게 제일 소중한 거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사고를 처리하는 것에 할애했다. 치료나 경찰서 찾아가기, 고소장 작성 등 실제로 시간을 쓴 것도 있지만 아예 일상이 지배당할 정도였다.

하루종일 챗지피티한테 관련 법령이나 판례나 찾아보려고 하고.. 무례하고 괘씸하게 반응하는 변호사와 가해자, 그 남편이라는 작자 어투를 곱씹으며 다시 또 분노 또 분노하고.

그것이야말로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일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대응할 것은 대응하고 이제 내 감정을 아무리 실어 보았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도와준 주변 사람들과 배우자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더 표현하고,

의사선생님이 흉터 잘 지워주길 바라며 병원 잘 다니고,

화나고 열받으면 그냥 가해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그냥 저아줌마 기소처리되어서 벌금이나 먹이자. 그 생각 하니까 매우 마음이 가벼워졌다. (친구는 쟤네가 헛짓거리할때마다 앗싸 합의금 올라간다 이렇게 생각하고 즐거워하라고 했다...)

나머지 치료는 뭐 내돈내산하고. 아줌마는 합의 의사 없이 송치시킬 수 있도록 경찰 조사에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럼 오늘의 일기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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