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및 조사 기간동안

당신이 지켜내야만 하는 존엄에 관한 이야기

by 붕어빵의 효능

일단 사내괴롭힘 신고를 진행하게 되면 절차상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되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분리가 안 되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건 법에 명시되어 있으니 만약에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회사에 요구하셔라.

회사는 당신에게 유급휴가 주기 아까워서라도 사건조사를 빠르게 진행할거고,

휴가 없이 최소한, 분리라도 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재택이라도 요구해라.


아무튼 나는 조사 기간동안 유급휴가를 받게 되었고,

올해 여름은 참으로 더워서 정말 집안에만 있었다.

사실 집안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날씨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었다.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가해자는 더더욱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과시하듯. 가해자가 신고 이후 나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조금 알려드리겠다.


1. 거짓 소문 내고다니기, 계속되는 압박

사실 신고하게 되면 원칙상 신고자는 익명보호되어서 가해자는 누가 자신을 신고했는지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되면서야 누가 자신을 신고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데, 일단 가해자는 내가 신고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던 기간에는 휴가라고 전산상에 뜨니 (휴가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일단 너가 괴롭혀서 정신과 치료받을거니까 병원치료로 휴가쓴다고 메일 날리고 사라짐/개인휴가는 전결이며, 회사 시스템으로 알림이 오는 구조) 업무지시 메일을 계속 보냈다. 동시에 내가 이유없이 사라졌다고 조직 사람들에게 메일 및 기타 오프라인 뒷담과 메신저로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치료받아야 해서 휴가쓴다고 했잖아. 십새키야.

그 와중에 휴가 중인데도 새벽에 자기가 보낸 협박성 메일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계속해서 면담 일정을 보냈다. 거부하면 다시 보내고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휴가고 집에 있어도 가해자와 저런 식으로 접촉이 일어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우선 다니던 병원과 상의 하에 먹던 약의 용량을 늘렸다. 그러자 부작용이 시작되었다.


2. 악의적인 소문 본격적으로 내고 다니기

가해자는 나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되자 본격적으로 자신은 억울하며, 평소 이상한 애라느니 사람들이랑 못 어울린다느니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느니 내가 일에 집착이 강하다느니 (응?) 하는 내용을 여러 방면으로 소문을 내고 다녔다. 동료나 뭐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야 원래 가해자 평편이 좋지 않은 편이므로 뭐 그러려니 싶은데(듣는 사람이 알아서 생각하겠지) C레벨한테 한 자기 변명이 제일 가관이었다. 내가 회사의 일을 자기 것처럼 생각해서 집착이 강하다나. 말이야 방구야.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면 그게 좋은거 아님?


아마 내가 겪은 이런 불명예의 악다구니 시궁창은 신고를 진행하면 흔히 일어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신고당했으니 조심해야지 하면 그게 가해자겠냐고. 펄펄 뛰겠지.

아무튼 신고를 한 순간부터 당신은 추가 공격을 계속 받을 거다. 운이 나쁘면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을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그냥 당신 잘못이 아니고 괴롭힌 사람이 잘못한거다.

피해자는 완전무결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슬프게도 당시의 나는 이 상황자체 또한 너무 수치스러워서 숨어 버렸다.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도 수치스러웠고,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래서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라는 것 또한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그 사이 약을 많이 먹었고, 약이 안 맞아서 고통받았고, 치료와 피해자 진술로만 이 시간을 보냈다. 사이사이 친한 사람들과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는데 적극적으로 그것을 더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숨지 말고, 이 문제를 오픈해라. 사람들에게 알려라.


가해자 욕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가 있어서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알리라는 것이다. 숨지 말아라.


나는 이게 제일 아쉽다.


3. 업무배제

나는 유급휴가를 받아 가해자와 분리되었으므로 가해자가 대신 내가 하던 일을 처리해야 한다.

사실 담당한 업무를 거의 마무리짓고 있던 상태였으므로 특별히 더 해야 할 일은 없다. 사실 많다면 많은데 안 해도 된다. 이 부분 때문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많이 물어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는 분리되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하던 일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이 때 변호사 조언은 역으로 내가 요청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업무를 하고 가해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방법. 하지만 상식적으로 가해자는 나의 상급자이기 때문에 나보다 급여가 높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를 놀리는게 이득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업무를 대산 맡은 가해자는 아주 능욕적인 일을 저지른다.

나의 특수한 업무에 대해 오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좀 유명한 흥행 감독님을 섭외해서 게임개발에 도움이 되는 어떤 일을 하던 중이었고, 그 와중에 내가 빠지자 가해자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줄줄 데리고 가서 감독님이랑 회의한답시고 헛소리를 늘어놓았고, 마지막에 계약이 끝난 기념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나.

전해 듣기만 해도 정말 모욕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 모든 일을 진행하고 처리한 당사자는 빠진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니.

후일담으로 그 상황을 알려주는 회사 동료도 있었고, 또 그 자리에 있던 감독님을 비롯한 외부에서 협업하던 사람들이 참 현타 오는 순간이라고 따로 말은 해주던데 그 사람들이야 현타가 왔겠지만 나는 모욕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적절히 반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요 나 참 힘들어요 울어버릴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끝난 거니까. 네 뭐 우리 계약 잘 털었으니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웃으면서 이 한몸 불살라서 안전이별 시켜드린거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게 딱 맞다.

개인적으로 힘들었게 때문에 신고를 한 것도 크지만, 이 계약을 완결시키기 위해 신고를 한 것도 맞다. 왜냐하면 가해자가 지멋대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지가 뭘 알아..) 계약금을 주지 않는 식으로 지난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하게 괴롭혔기 때문이다. 신고당하지 않으면 계약을 지멋대로 종결시키지 않고 무한 뺑뺑이 돌릴 게 뻔했다. 외부의 협업자들은 나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회사 대 회사로 항의하기도 조심스러울 거고.


4. 내 자리에 신규채용을 했다. 그것도 안전하게 두 명

사실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부분인데

이건 아예 내가 조직 안에 적응을 못 하거나 떠나게끔 원천봉쇄 시켜버리는 행위다.

일단 채용은 나도 해봐서 아는데 HR한테 뭐 확인받거나 할 게 없고 조직 관리자가 채용하겠습니다 하면 하는 구조라서 (병신같음. 그러면 HR은 무슨 일을 하는거야) 그냥 지가 올린 거다.

더 열받는건 이미 나를 담글 생각을 하고 나를 한창 괴롭히던 중에 미리 올렸고,

신고 중에 내가 알고 감사실에 항의하자 감사살이 물어봤는데 다른 자리^^ 라고 거짓말 한 뒤

(감사실도 거짓말이라는 거 알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음)

일단후보자들을 보류한 뒤, 무혐의 처분이 나자 그사람들을 채용 확정을 시킨다.


감사실에서는 이 채용으로 내 자리가 없어서 실제 업무배제를 당한 상황이 와야 괴롭힘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행위의 결과값이 안 나왔다는 거다. 채용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냉정하게 해석하면 감사실 논리가 맞고 그렇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피해를 입증받으려면 조직에 돌아가서 저 사람들이랑 어떻게 일할 거냐고 가해자의 추가 괴롭힘을 입증해야 한다.

그냥 그 사실 만으로도 승모근이 솟고 공황이 온다.

뭐 소문이야 흔히들 당할 수 있으니 이 때 피해자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도움이 되는 글을 적어드릴 수 있겠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못된짓을 하는 새키가 있다는 건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변호사가 그냥 소송보다도 조용히 뻐큐나 날리는게 내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조언은 줬는데 그냥 성남 조폭 사서 모란시장에 끌고가서 개패고 싶다.

모르겠다. 쓰다가 아침약 먹고 왔더니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울고 오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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