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로 나쁜 사람은 존재한다
이 글을 보는 독자 중 이미 신고를 진행했거나, 신고를 고민하거나, 이게 괴롭힘인가? 긴가민가하는 상태의
분들이 모두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의 경우 저 3단계 마음의 과정을 거쳐 신고절차에 이르게 되었는데(점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서도),
그 때쯤 되면 당사자는 거의 도라버리는 상태가 된다.
아 그때 괴롭힘 초반에 그냥 콱 물어버릴껄. 왜 지금까지 참아가지고
아니 그때 아예 조사를 받아버릴걸 왜 유야무야해가지고
아 그때 가해자가 그렇게 말했는데 녹음이라도 해둘걸...
...
괴로움의 마디마다, 놓치지 않고 당신이 해 두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STAGE1. 괴롭히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정말 인정하기 싫었다.
대문자 E이자 인싸는 아니어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는,
소셜 스킬이 경쟁력인 캐릭터인 사람으로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사실 신고 소식을 접했을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괴롭혔다고...-_- 첨에 알아들었다고 했다)
솔직히 힘들다는 이야기는 주변에 많이 했는데 정확하게 그게 괴롭힘이라는 이야기는 딱 두 사람에게 먼저 했다. 대학원 교수님과 법조인 친구에게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조언이 정말 유효했다.
교수님- 이건 나중에 너가 책이라도 낼 수 있는 희귀한 경험이니까 기록하고 일기 써놓아라.
친구1- 일단 감사실에 가서 신고요건 성립되는지 알아봐.
그리고 당시에는 그냥 넘겼는데 비슷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친구가 지나가던 말로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친구2- 정신과 진단서 받아내는거 어려우니까 지금부터 미리미리 병원 다녀놓아야 해. 종합병원으로.
결론은 당시 나는 주변인들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고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친구2의 말은 귓등정도로 들었는지 그냥 '병원' 에 다니면 된다는 건줄 알고 ...
그냥 회사 근처 병원 다녔다.
훗날 병가를 신청할때 3차병원(종합병원) 진단서만 된다는 말을 듣고
아 나 그때 왜 친구말을 발로 들었지.. 잠깐 후회했는데
뭐 초진 보자마자 선생님이 상태가 심각하군. 땅땅 진단서를 주셔서
일단 친구말을 덜 들은 실수는 무마된 것으로.
그리고 당신 괴롭힘 당하는 거 맞으니 이제부터는 주동자가 누구인지 색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리책임을 일단은 최상위조직장에게 겨누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걔가 관리 못한거고, 그 다음에 흐름에 따라 누구를 신고할 건지 이 시기에 정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감사실이랑 이야기하면서 이 매커니즘을 깨달았고, 다 나 왕따시키고 괴롭히고 따돌리는데 누가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건지 온통 혼란스럽고 참 그지같다. 그렇게 어지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구를 신고해야 되는 건지 정확하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왕따와 상위직책자의 괴롭힘이 같이 온 거니까 좀 특이케이스일 수는 있겠다.
STAGE2
증거 자료를 모아라.
타겟팅을 정했으면 그 사람이 불합리하게 하는거 폭언하는 거 괴롭히는거 잘 기록해 둬라.
나중에 일단 신고하고 증거 달라고 할 때 다시 복기하면 심정적으로 엄청나게 괴롭다.
증거 모으는 기간 동안 나는 반은 하고 반은 안했는데 (게으름) 그거 다시 찾아보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괴롭다. 그리고 직장내 괴롭힘 성립이 된다 싶은 트리거를 찾아라. 폭언, 욕설, 때리면 더 좋고(^^)
그리고 방아쇠가 당겨지면, 신고해라.
STAGE3
일단 사내가 감사실이든 노동청이든 조사를 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멘탈이 나갔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가 제일 아깝다. 일들도 잘 안풀리기도 했고.
나는 심지어 조사기간동안 가해자가 2차 가해를 크게 두 가지를 했다.
1) 자기 신고당했다고, 억울하다고 내가 원래 이상한 애라면서 소문내고 다니기 -> 감사실에서 주의 줌. 원래 조사는 내용 비밀엄수가 원칙이다. 아니 주의를 줄 게 아니라 2차가해로 징계를 때려야지 말이 되냐고
2) 내 자리에 대체자를 채용함. 그것도 아주 빈틈없이 두명
이게 정말 가해자가 상 개새끼라는 증거다.
이건 회사 시스템도 존나 구려서 생긴 일인데 채용공고를 가해자가 HR통해서가 아니라 그냥 낼 수 있다. HR은 앞뒤 전후사정 그런거 확인 안하고 그냥 올린다. 받아쓰기야 뭐야.
사람들이 퇴사했냐고 채용공고 올라왔다고 링크 보내서 그날 거의 패닉이 왔었다.
2차 가해라고 감사실에 항의했지만 다른 자리^^ 라고 오해^^ 라고 한다.
1번까지는 쒸익쒸익하면서 약먹고 그럭저럭 버텼는데, 2번이 되니까 뭐 징계는 당연히 안 받을걸 예상하는건가? 이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건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면서 답이 보이지 않았다.
조직(정확히는 프로젝트) 에 대한 인사 권한은 가해자에게 있지만 해고나 다른 프로젝트로의 이동과 같은 권한은 가해자에게 없다. 감사실은 채용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원래 자리에 복귀할 수 있다고 달랬지만 일이 겹치는 새로 온 사람들이랑 뭘 어떻게 지지고 볶고 할 건데? 나는 게임업계, 이 회사에 끈도 없다.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건 그냥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모르는 다른 조직 사람들에게 대충 변명한 채로 아주 교묘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괴롭히는거다.
아무튼 이 시기에 어차피 증거는 다 제출했고 시비를 다투는 일은 감사실이 알아서 하면 되는거다.
결국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우울과 불안 증세만 더 심해져서 아프기만 하고 하나도 즐기지 못한게 가장 아쉽다. 차라리 여행이라도 좀 가고 놀던가 생산적인 일을 하던가 했으면 좋았을텐데.
요약
STAGE1: 진료 기록/ 일기/ 신고성립 여부 정리
STAGE2: 증거 수집
STAGE3: 멘탈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