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괴롭힘으로 정신과 진료 받기 (1)
본격적으로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약까지 타먹은 건 일년 반쯤 전부터다.
괴롭힘의 시초는 가해자가 고문관을 내 팀원으로 떡하니 앉혀놓으면서 시작되었다.
고문관은 내가 합류하기 전에서부터도 조직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한때 회사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라고 했다. 과거 잘 나가던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았다가 사내괴롭힘으로 신고당했는데, 팀원 전부가 다 신고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어서 징계를 받고, 갈 곳이 없어지자 받아 줬단다. 나이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고, 당연히 고문관이니 조직에서는 할 일이 없어 메일 게임만 하며.. (그렇다 게임회사다)놀고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지적질과 참견질을 간간히 하고, 회사에 불만도 많았다. 그럴거면 회사를 안 다니면 되지 않나? 싶지만.
우리모두 가끔씩 그런 사람들을 목격한다. 버티는 것이 최선이라고 선택해버린 사람을.
물론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그런 사람들의 행태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아무튼 그런 인간을 팀원이라고 갓 개발조직에 합류한 나에게 붙여줬다. 그냥 험하게 말해 치울 데 없는 사람을 치워버린거다. 싫다고 했지만 개발 조직이 낯선 내가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면서, 거의 반강제로 팀배치를 시켰다. 몇 가지 일을 시켜보니 존나리 못했다. 나는 먹물이다. 고졸 출신의 개발자가 아침마다 온갖 맞춤법이 다 틀린 말도 안되는 문장들을 가져와서 유식한 척 하며 보고서라고 가져오면 어떤 심정인줄 아는가. (저학력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 참담한 심정을 말하는 거다)
그냥 이 사람이 전형적으로 잘 하는게 있었는데 그건 아주 옛날 방식에서나 맞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아예 일을 안 시키는 방법을 나는 택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기효능감은 지켜줘야 하니까 그냥 큰 덩어리의 의미 없는 보고서를 알아서 자기 방식대로 써내는 일을 시켰다. 그인간은 내가 본인을 배려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소위 기싸움을 시전한거다.
팀원한테 가볍게 경고를 주는 제일 쉬운 방법은 일일업무일지를 쓰라고 시키는 거다. 안 쓴다. 까먹는단다.
팀회의에 안 들어온다. 팀원들한테 커피 산다고 데려가서 떠들면서 다 같이 안 들어온다.
이상한 분위기를 만든다.
상급자이자 가해자에게 말한다. 잘 지내랜다. 그리고는 자기가 아끼는 옆 팀 부하직원의 일이 많으니 그 팀의 일을 나눠서 시키라고 한다.
더 말을 안듣는다.
그래서 어느날 그냥 회사 옥상에 데려가서 죽일 기세로 고문관에게 욕을 퍼부었다. 개새끼가 침을 퉤- 뱉더라. 나도 원래 보통 성깔은 아니다. 그 말인즉슨 병마에 시달릴 정도로 유약한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저 고문관을 맡은 이후로 잠이 안 오기 시작했다. 정신과에 가서 가벼운 안정제를 처방받기 시작했다.
상황은 똑같았지만 내 마음이 화학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서 상황을 내버려 뒀다.
팀원들은 고문관의 영향에 힘입어 더더욱 내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더 나빠지는 건, 함께 일하는 감독님의 작업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괴롭힘이 더 강해졌다는 거다. 겸상도 못 할 새끼들이 저절로 트인 주둥이라고 책임도 못 질 피드백을 빙자한 욕설을 페이퍼랍시고 써두는 걸 보면서 현타를 느꼈다.
저건 나를 향한 저주문일 뿐이다.
하지만 옴싹달싹할 수가 없었다. 감독님과 계약은 되었고, 계약의 규격에 맞추어 결과물을 내어야 하고
그 와중에 가해자는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출금을 하지 않는다.
사실 가해자는 그 어떤 안목이나 식견도 없다. 고문관이 주도하는 저 분위기에 따라 아, 시나리오가 아쉽네요. 라는 이야기는 너무 쉽게 할 수 있으니 그게 제일 쉬운 정치적인 선택일 뿐이다.
-언제나 책임 없는 비판은 제일 쉬운 법이다. 악플러들 봐라.
여기에는 다 적을 수 없는 계약의 특수성이 있어서 어떻게든 계약의 어디까지는 도달해야 했다.
일단 그걸 하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