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스물에도, 마흔에도 마감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 그러니 괜히 다른 엄한 데 미혹되지 말고 이때껏 해오던 일이나 국으로 계속 해나가라는 뜻에서 '불혹(不惑)' 이라는
금지명령으로 불리는 나이, 마흔을 앞둔 어느 날 나는 내가 어떤 미래도 도모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 또한 가서 돌아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돌아오기는 커녕 그 친구처럼 제대로 된 학원강사로 자리나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그 길밖에 없었다. 그게 어쩌면 국민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것과 같은 길이라 해도,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했다. 다시 입대하라면 입대해야 했고, 입대해서 재교육을 받고 번듯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라면 거듭나야 했다. 나는 곧 마흔이었고, 마흔은 일곱 살과 다를 바 없이 세상이 하라고 시키면 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나이였다. 불혹의 다른 이름인 '부록 (附錄)' 처럼, 본문의 삶을 못 가진 나 같은 인간은 기꺼이 부록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작년 여름에 읽고 많이 울었던 권여선의 글이다.
필자는 등단 뒤 변변찮은 소설 하나 써내지 못한 채 무늬만 등단한 작가로 7년여간을 살아 가다 마흔 즈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소설 원고 청탁 하나를 낚아챈다. 먹고살기의 문제가 있으니 결국 학원강사로 전업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 마지막이다 하는 심정으로 써낸 그 마감은 작가의 한 시절을 끝냄과 동시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작가의 길을 가게 해준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무엇으로서 살아야 할지 참으로 마음이 어려운 나날이다.
아 모르겠다 그냥 일단 닥치고 하자. 그러면 그 다음이 보이겠지. 딴짓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