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by 김휘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고 그 속에서 내가 점점 더 초라해지는 것이 싫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깍듯했고,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들었다. 어디에서든 일을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는 칼같이 선을 그으며 이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이어진 인연이 거의 없다. 인간관계는 늘 어려웠다.

주말 약속이나 회식 같은 자리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그 에너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 시간에 차라리 운동을 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집착했다.


그렇게 홀로 버티던 시절, 같이 일하던 K 씨의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다. 퇴사 후, K 씨와 친한 무리 중 한 사람(L 씨)이 밥을 먹자고 연락해 왔고 나는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이틀 뒤, 단순한 핑계로 약속은 취소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로는 당시 L 씨와 약속을 하였던 때에 그들 사이에서 “김휘게는 필요할 때만 우리를 찾는다”는 말이 돌았었다. 참으로 속상하였다.


오늘, 그 속상했던 날을 되돌아보면 참 나란 인간이란 어리석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매일이 외롭고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고, 왜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고 잘 사는데 나만 이렇게 불 꺼져 있는 아무도 없는 방에 외로이 쓸쓸하게 앉아있는 걸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렇게 연쇄적으로, 타인의 행복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남들이 행복한 것을 보고 싶지 않았고 내가 행복해지길 바랐다. 불행한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계를 닫아내어서, 결국은 내가 편하고 싶었던 연락할 사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도 이제 와서 마음 한편으로는 외롭다. 만약 지금 내가 결혼한다면 나의 결혼식에 올 지인은 직장동료도 아닌, 친구 3명은 올까 말까 하다. 그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지금 나 힘들다는 핑계로 연락을 안 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휘게 씨는 스스로 관계를 너무 닫아내고 끊어내는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었다. 나는 차라리 당시에 그게 편했으니까. 인간관계, 사회생활 이러한 부분에 더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퇴근 후나 주말에는 나를 챙기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관계를 깊이 이어나가는 동료들을 보면 제 3자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도 관계가 안 좋게 끊어지는 경우를 심하게 보았다. 주말에도 만나고 서로 챙겨주는 동료들끼리 그 작은 중소기업에서 살아남고자 180도 돌변하여 서로를 정치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보았다. 내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이어 나간 들 그런 일이 나에게는 안 생길 거란 법은 없었을 거다.




그렇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썩 그리 안 좋은 삶은 아닌 것 같다. 사회생활로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다 보니 그런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과의 만남, 술자리 등을 안 해도 된다. 나는 옛날부터 무의식적으로 사회생활을 피곤해 했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옛날부터 원했던, 가장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 괜찮은 삶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나는 투자와 사업의 실패로 거의 모든 자산을 잃고 다시 바닥에서 시작을 하고 있다. 매일 수많은 다짐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내 스스로와 싸우고 있지만, 때로는 긍정적인 생각조차 버거운 날이 다가오곤 한다. 이 싸움의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당분간 이 시기에는 오로지 나만을 챙기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계속 가져가려 한다. 친한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여행을 가고, 친한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투자와 사업으로 여유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때로는 부러울지라도, 그런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며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쓰며 그들을 대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벅차고 지치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힘든 나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삶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가장 나를 위한 삶이다.




지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닫아냈다


그런데도 외로웠고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는 문을 두드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른이는
이기적이었을까
마음이 다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혼자 버티는 법만 배운

아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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