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중력처럼>
나는 늘 알고 있었다.
지구는 자기 빛으로 빛나지 않는다는 걸.
달빛이 필요하고
해가 필요하고
때로는 폭풍도 필요하다는 걸.
너는 쉽게 상처 났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모서리마다 빛나는 말들을 품고
나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뱉으며
어른이 되어갔다.
나는 목성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을 걸어
너를 지켰고,
그 어떤 혜성도
네 심장에 박히지 않게
먼저 맞았다.
내가 조용한 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지구가 온전하게
제 궤도를 따라 돌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서쪽 하늘에 있다.
너는 모를지라도
나는
여전히 목성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제야 서로를 바라보게 된,
엄마와 딸의 마음.”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시가 되어 마주 선다.”
>> 어느 날, 과학 다큐를 보다가 알았다.
지구가 이만큼 평화로운 건, 목성이라는 조용한 행성이 끊임없이 외부 충격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얼굴.
엄마였다.
나는 운이 좋은 아이였다.
매번 위기를 스치고,
파편은 언제나 옆을 지나갔다.
넘어질 뻔하다가도
항상 간발의 차로 비껴 섰고
상처는
놀랍도록 작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강한 줄 알았다.
태어난 별자리부터
기세가 다르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우주에는
나 대신
돌을 맞는 행성이 있다는 걸.
지구는
자기 힘으로 살아남은 줄 알았지만
가장 거대한 목성은
말없이 앞에 서서
날아오는 모든 것을
자기 몸으로 부숴냈다.
엄마,
그게 당신이었다.
내가 무사한 날들은
당신이 아프던 날들이었고
내가 웃던 밤들은
당신이 속으로 우는 밤들이었다.
내가 혜성을 피한 게 아니라
당신이 먼저
맞은 거였다.
그제야 알았다.
그 무표정,
그 말없는 침묵,
그 사소한 잔소리의 속뜻.
지금 나는
궤도를 돌아
또 한 번 겨울을 지나지만
당신이 아직도
서쪽 하늘 어딘가에서
나를 향해
방패를 세우고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