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늦게 따라올 때

(마음의 딜레이)

by kerri


<마음이 늦게 따라올 때>



엄마가
문 앞에 어질러진 내 신발을
조용히 안으로 밀어 넣은 날

말보다 먼저 얼굴이 터졌고
감정을 꾹 눌러 담은 폭탄에
"됐어!"라고 불붙여 던진 채
문을 꽝 닫았다

그날
친구랑 카페에 가서 웃고
예쁜 조각 케이크 사진을 찍어
SNS에 감성 글귀도 올렸다

그런데
밤 열한 시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저려왔다

왜 그랬지
왜 그렇게 굴었지
이미 지나간 그 장면이
불쑥 다시 재생됐다

마음은 늘
이렇게 늦게 도착한다
늦게 울고
늦게 미안해하고

엄마는 잊었을지도 모를
그 순간에
나는 마음이 젖는다

그리고
다짐도 하고
다시 까먹는다

내 감정은
예측 불가하고,
시도 때도 없고
어설프고 엉뚱한데
가끔은 너무 진심이다

나는 늘
늦게야 울고,
늦게야 미안해진다.
그게 나다.
그게, 내 마음의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