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들기 쉽지 않은 숙소

치앙마이 숙소 적응기

by 순정도경

새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깼다. 일어나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니 푸른 산자락이 눈에 보이는 현지인이 사는 아파트에 우리가 들어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저렴하고(26,000원) 괜찮은 숙소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소 물건만 뺀 가방을 정리하면서 간단 커피와 빵으로 아침요기를 했다.


자세히 부엌 집기를 들러보니 예쁘게만 보이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 거라 가장 중요한 '밥솥'도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깨끗한 부엌 조리대위로 스멀스멀 기어다는 개미들도 보았다.

" 여기도 개미야!"

남편은 자신의 팔에 붙은 개미를 손으로 떨쳐 내며 개미가 많은 거실 바닥을 가리켰다.


우리가 이 방에 정을 붙이지 않을 충분한 이유를 발견하곤 다음 숙소를 향해 그랩 택시를 불렀다.


잘못한 것 2 : 너무 길게 예약한 숙소 - 2주


도착하고 보니 이번엔 바로 시내 중앙에 위치해 있는 어마 어마하게 큰 호텔 같은 숙소였다.

일 층 전 공간은 사무실을 비롯한 음식점, 빵집, 멋진 헬스클럽, 세탁실, 성형외과 등을 갖춘 플라자 같은 건물이었다. 우리의 숙소는 7층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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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 어마하게 큰 숙소입구


미리 숙소의 주인이 로비에 기다리고 있어 이번엔 주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태국인으로 피부가 검고 키가 작은 여인으로 직접 본인의 숙소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키박스에서 키를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원 룸처럼 조리대가 벽면에 위치해 있고 큰 원베드, 한쪽 끝에 위치한 소파 2인용 테이블과 화장실은 따로 구비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래도 세탁기, 식탁까지 다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조금 전 숙소와 비교될 만큼 조리기구도 많았다.


근데 왜 난 이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세련되지도 않고 다소 오래된 실내일 뿐만아니라 호텔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편안한 주거지 같은 구조를 원했는데 앞으로 2주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그녀가 다른 숙소도 있으니 참고하라며 나가버렸다.

이미 난 아직도 어제 묵었던 숙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나간 뒤 남편에겐 괜히 미안해지며 무엇보다도 이미 2주 치의 숙박비를 카드로 계산한 뒤라 별 방법이 없었다. 이젠 또다시 이 숙소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아고고!! 이럴 어째.


식탁의 위치를 내 식으로 변경하고 눈에 거슬리는 인공 꽃은 티브이 뒤로 숨기고 밖에 나가 향이 진한 도톰한 흰색 꽃을 음료수 병에 꽂았다.

그렇게 하면서 그 착해 보이는 태국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눈이 나쁜데 밝은 조명등으로 바꿔주세요. 미안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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