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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화 Apr 16. 2024

월든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고르라면 주저함 없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 월든 ‘을 꼽을 것이다. 대학교 전공 수업에서 처음 접하게 된 소로우의 ’ 월든 ‘은 그때 당시 어렵게 읽혔고, 한 문장 한 문장  의미를 곱씹어 보며 읽게 되었다. 이십 대를 넘어 삼십 대와 사십 대를 거치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월든'은 내 삶의 전반적인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월든‘은 소로우가 문명세계를 떠나 한적한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살면서 모든 것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급자족 하면서 완전히 필요한 만큼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해 나갔던 실험적 삶을 써 내려간 글이다. 그야말로 문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자연에 기반한 자연주의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도시 문명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겉치장과 과시를 위해 필요 이상의 사치를 하게 된다. 새로 나온 주방기기와 각종 냄비와 식기들로 주방 수납장을 채우고, 소리 없이 늘어나는 그릇들은 주방을 어지럽히기 마련이다. 옷장은 꽉 차 있어도 입고 나갈 옷은 늘 없다는 이유로 철마다 쇼핑을 해야 하고 덕분에 옷장은 숨 쉴 틈이 없어진다.     


  단순한 삶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꾸만 먼지 쌓이듯 늘어만 가는 살림들을 보면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보다 많은 것들을 소유한다고 해서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눈을 들어 주방을 보니 찬장에 그릇이 가득하고  옷걸이에는 옷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에는 책이 빼곡하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담아서 집으로 와 보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얼마나 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샀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도시의 풍족하고 편리한 소비 구조는 어쩌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너무나 많은 유혹을 제공하는 것 같다. 우리는 반짝거리는 도시문명의 사치스러운 유혹 앞에서 휘청거리며 길을 잃곤 한다.  


  그럴 때마다  월든 호숫가로 나를 데려가 본다.

호숫가 어딘가에 앉아 시인 치프맨의 시를 노래하는 소로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허위의 인간 사회여,

세속적인 명성을 찾기에 바빠

천상의 즐거움은 공중에 흩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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