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것은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뿐이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초기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의 하나는 ‘후회’라는 단어다. 지난 삶을 돌아보니 다 부질없고 후회만 남는다고 하시며 한숨을 짓는다. 지난날을 떠올려 보면 늘 어리고 미성숙했고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시간 속에 묻혔지만 어쩔 수 없이 아픈 기억을 남기기 마련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를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금 더 성숙한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미련이 올라온다.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들이었지만 완벽한 선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이 과연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가?’
스물몇 살에 첫 아이를 낳고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되었고 서른이 되어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의 모든 선택은 아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나의 모든 선택의 기준이 바뀌어 버린 순간이었다.
수많은 고뇌와 고민의 나날들을 보냈지만 모든 선택과 결과가 다 이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해보는 엄마 역할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늘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힘에 부쳤던 것 같다. 아이들의 성장은 나의 준비보다 늘 속도가 빨랐다. 육아와 양육이라는 과목이 있어서 배우고 엄마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육아와 양육에 관련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심리학을 공부한 것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였다.
중요했던 것은 체벌과 처벌로 이루어진 나의 성장시절을 아이들에게 대물림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압적으로 이끌고 가기보다는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에 맞춰서 천천히 따라가고 싶었다. 부모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나와는 달리 아이들에게 나는 사랑과 친밀함의 대상이고 싶었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 차고 편안하게 쉬고 잘 수 있는 곳이 되길 소망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가득했지만 실제로 현실에서의 모습은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였고 시행착오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많은 후회와 회한이 올라온다. 후회 없는 것은 언제나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뿐이다.
그러나 미숙했던 엄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이들은 본유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거기에 더하여 자신들이 선택한 삶을 향해 두려움 없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은 가슴속 회한을 자긍심으로 바꾸어준다. 그러니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멋진 두 청년의 엄마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슴에 긍지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