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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양 Mar 20. 2024

1. 그건 바로 내운명 (상)

무엇에 끌려 축구 유튜버가 됐을까!?

저는 인천을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인천이 태생이며, 

인천에서 계속 살아왔습니다. 


인천이 하면 다 좋아합니다. 


야구는 와이번스 (현 랜더스), 

농구는 전자랜드 (현 없음), 

여자배구는 흥국생명! 


연예인도 인천 출신이라고 하면 ‘어쩐지~ 인천이었어!?’ 라고 하며 다르게 보입니다. 


그렇게 인천 사랑에 진심인 저는 돌연 전주로 이사를 갑니다.


그 이유는 친한 선배가 전주에 영상 제작회사를 차렸고, 


창립멤버로 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요청에 응했던 것이고요.


그렇게 시작된 타향살이… 

힘들 거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보다 훨씬 더 힘이 들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친구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아이 투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입니다. 


유일한 친구였던 선배는 일로 엮이게 보니 예전 같은 관계를 힘들었고요.


맛의 도시 전주! 

하지만 처음 저는 음식도 맞지가 않았어요.

대표적인 것이 중식이었습니다. 

저는 중식을 좋아하지만 전주의 중식은 너무 개성이 넘칩니다. 

어떤 메뉴든 애호박과 당근이 큼직큼직하게 들어가는가 하며. 

파가 양파보다 많이 들어간 간짜장 등. 

저는 인천의 그 보통 짜장면, 짬뽕이 그리웠습니다.

그냥 보통 간짜장

그때 저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잔하는 시간이 내 삶을 지탱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소중한 칭구들


퇴근 후 할 일이 없다 보니 많은 날을 집에서 혼자 있었습니다.

차돌 짬뽕 곱빼기에 공깃밥 추가, 소주 2병 먹으며  폭식과 혼술로 스스로를 파괴했습니다. 

참 외로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울감도 심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주말에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해서 순천으로 배구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그때 당시 여자 배구 컵대회를 했었는데. 김연경 선수가 나왔었습니다. 한마디로 김연경 선수 보겠다고 혼자 순천까지 갔어요. 하지만 그 컵대회는 주로 어린 선수들이 나오는 것이 관례였고, 전에 김연경 선수가 나왔다는 것은 코로나 때문에 출전 못한 선수의 땜빵으로 급하게 출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김연경 선수는 나오지 않았고, 경기도 큰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허무했습니다. 그냥 돌아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보니 다음날 포항에서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인천유나이티드… K리그…’


참 재미있었지… 잠시 추억에 빠졌습니다.




저는 인천에 살 때 도원역 근처에서 자취를 했습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숭의아레나]도 도원역에 위치해 있죠. 

저는 축세권이었습니다. 걸어서 5분정도에  축구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축구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아마도 그때 이 현수막을 보지 않았다면 평생 축구 보러 안 갔을 것 같았어요.


[경☆ 인천유나이티드의 잔류확정! ★축]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현수막 


‘여기는 잔류를 하면 현수막이 걸리는구나…’ 신기했습니다.

 

인천 야구는 종종 우승도 하고 인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인천 축구는 잔류에 급급했고, 인기도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도원역에 꽤 오래 살면서 경기 날과 아닌 날의 차이를 못 느꼈을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19년 유상철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언제 한 번 축구를 보러 가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되면 축구를 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인천은 만만치 않았어요

승리는 둘째치고 골도 도무지 터지지 않았습니다. 

갈 때마다 지거나 0대0으로 비겼어요. 

하지만 저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런 경기를 계속 보면서도 

‘내가 승리하는 거 한 번은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계속 숭의 아레나로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19년 9월 1일 울산과의 경기. 

울산은 그때 당시에도 강팀이었고 언더독인 인천 패배가 자명해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무려 총 6골이 터지면서 3:3으로 비겼습니다! 


특히나 인천의 무고사 선수는 해트트릭 기록하고, 마지막 극장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었습니다.

두 팀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명경기가 펼쳐으며, 

언더독이 압도적 탑독을 무너트리 뻔한 짜릿한 승부였습니다.

   

무고사 선수는 패배를 무승부로 바꾸는 극장골을 터트리고 유니폼을 벗고 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서 유니폼을 들어 올리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치

‘이게 인천이야!’라고 말하고, 

‘그래 이게 인천이야!’라고 답하는 거 같았어요.

 

그 광경을 목도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와 이게 축구구나’ 

감격해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 [출처: 비디오 머그]

하지만 그 사이에 코로나도 있었고, 무엇보다 저는 축세권을 떠나 전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작게 불타던 나의 축구에 대한 불씨는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포항에서 열리는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 소식을 보자 다시 축구의 불길이 살아나는 것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전주에서 순천으로 다시 순천에서 포항으로 비바람을 뚫고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러갔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1대1 또 무승부 (저는 이때 이후로도 오랫동안 직관 승리가 없었어요ㅠ)


승리는 못했지만, 두 가지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첫 번째, 원정 경기는 원정팬들은 한곳에 몰아두기 때문에 스탠딩석과 일반석 구분이 사라진다.


스탠딩석는 주로 일어서서 관람하고 박수 치며 큰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자리로 관람보다는 응원이 주가 되는 자리입니다.


반면, 일반석은 주로 축구 관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응원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뒷자리 때문에 일어서기도 눈치가 보이는 자리입니다.


이 특징의 장점은 모두가 응원하는 코어가 되기 때문에 모두가 구분 없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전에는 홈경기 일반석만 갔었기 때문에 응원하는 직접 응원하는 것은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저는 응원하는 것이 체질이었습니다.


두 번째, 혼자 축구 보러 오는 사람 많았다!


제가 직관한 어느 스포츠보다 혼자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에는 축구를 같이보는 친구를 구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같이 볼 사람을 구하지 못해 5분 거리의 축구장을 두고 집에서 축구를 보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쫄필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아직도 혼자, 원정 경기 가는 것을 더욱 선호합니다. 

축구를 안 좋아하는 지인을 데리고 가서 자꾸 설명하고 눈치 보고 그럴 여력이 없거든요. 

저는 쉬지 않고 응원을 해야 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좀 축구를 본 것 같아요.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 많은 인원의 목소리를 이길 때 그 끈끈한 연대감이란!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집니다. 원정에서 더 전투력이 올라가는 것도 있고요.


그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축구장을 찾으면서 우울감을 떨쳐냈습니다.


팀을 위해 기도하고, 승리를 위해 큰소리로 응원하면서요. 


저는 이것을 조금 비약을 하자면 종교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을 큰 소리로 박수 치고 노래를 합니다. 


응원가는 여러모로 찬송가와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렇게 축구장을 찾아가 아주 열광적인 예배를 드리니 씻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이비 아님, 축구 얘기입니다;) 


그렇게 2022 시즌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무대 진출이라는 성적표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축구 참 재밌었었습니다. 


그렇게 시즌이 끝나고, 겨울을 지나며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2023년 설을 맞이 할 때 저는 천청벽력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태양아, 회사가 어려워 그만 둬야할 것 같다. 미안하다.’ 


이제 겨우 적응하며 살만해 졌는데...

새벽에 받게 된 이 카톡이 저를 다시 더 어두운 곳으로 파 묻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사 때문에 온 전주에서 저는 이제 뭐를 할 수 있을까요…


(하)편에 이어서…


오늘 글과 함께 보면 좋은 영상들

[퇴사 브이로그]

[2022년 시즌 직관일지]


도시락 싸들고 응원합니다

박태양 (34,남)

인천 출신

전주 거주

영화연출 전공

가끔 제 영화도 연출하고,

평소에는 영상 프리랜서

유튜브 '박태양_VLOG'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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