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건 바로 내운명 (하)
무엇에 끌려 축구 유튜버가 됐을까!?
‘태양아, 회사가 어려워 그만 둬야 할 것 같다. 미안하다.’
이제 겨우 적응하며 살만해졌는데...
새벽에 받게 된 이 카톡이 저를 다시 더 어두운 곳으로 파묻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사 때문에 온 전주에서 저는 이제 뭐를 할 수 있을까요…
지난 3년의 시간이 부정되는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폭식 그리고 술.
사실 저는 약한 정도의 알콜중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신세 한탄만 하며 술로만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나 나를 데리고 왔던 선배에 대한 분노가 컸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간사한 게 퇴직금이 나오고, 실업급여가 해결되니 좀 마음이 풀리더군요. (금융 치료)
그리고 브레이크가 없이 한없어 망가지다 보니 갑자기 별사건 없이 '내가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 차림)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시간 빌 게이츠(부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놓고 묵혀놨던 액션캠이 하나 있었습니다.
DJI 액션2_사놓고 5번도 안쓴 것 같았다... 할 줄 아는 것은 영상 촬영과 편집밖에 없었으니, 브이로그를 찍으려고 했던 것 입니다.
초창기 영상_맛집 소개 초창기 영상_요리 먹방 그렇게 맛집 소개나 요리, 먹방 브이로그를 처음에는 찍어요. 그러던 와중에 축구가 개막은 한 것이고.
그러니까 축구 직관 유튜브를 찍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내 일상에 축구 직관이 있어서 겸사겸사 찍은 것이 시작 입니다. 하지만 이날이 나의 2023년을 결정 지을줄은 몰랐습니다.
뭐야?! 너무 멋있잖아! 카메라의 포텐이 터졌던 것 같았어요. 이 카메라는 이거를 찍으라고 만들어진 물건처럼 생각이 되었습니다.
넓은 화각과 준수한 화질은 마구 찍어도 멋있는 앵글이 나왔고.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녹음 성능은 현장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장감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반응도 폭박적이었다]라고 지금까지 기억을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보니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없었으며, 심지어 같은 시기에 올렸던 간짜장 영상에 비하면 이 축구 직관 브이로그는 안하는게 맞습니다.
7.1만 조회수 101 댓글 [간짜장] VS [축구] 2.7천 조회수 15 댓글 하지만 영상의 만족도는 엄청났습니다. 영상 편집자들 그럴 때가 있어요. 편집하면서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순간들. 손이 자동으로 움직일 때가 있어요. 그것은 게임을 할 때, 독서를 할 때 느끼는 몰입의 시간과 비슷합니다.
촬영 본을 돌려보면서 보게 되는 골 장면과 함성소리는 그날의 감정을 상기시키며 지속적으로 도파민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영상에서 이런 응원가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저해가 지고 달이 차올라 파검의 날 발견해 나도 모!르!게!
무엇에 끌려! 이곳에 왔나! 그건 바로 내 운명!
이 전편에 말했듯. 축구는 종교와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종교는 성서에서 답을 구하지만,
축구는 응원가에서 답을 구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꾹꾹 담아서 쓴 가사.
어쩌면 인천의 축구를 보면서 모두가 느꼈던 보편적 진리일 수도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말로 갈음하는 것이 조금 찝찝할 수 있지만 다른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어느 누가 직장이 잘려서, 시간이 남아돌아 시작한 한 유튜브에서, 조회수도 안 나오는 축구 영상을 굳이 구태여 하겠어요.
그래도 이해가 안가는 분들의 위해 쥐어짠 하나의 예는
고양이가 집사를 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또 영화를 전공한 나의 머리의 스치는 명언이 하나가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 감독-장 뤽 고다르 우리가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우리를 선택했다.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인천유나이티드가 나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운명처럼 인천유나이티드 직관 브이로그 유튜버가 됐습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다 싶이 인천은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나의 다음 직관 행선지는 광주 원정...
끔-찍 하지만 인천팬들도 만만치 않다는거 ㅋㅋㅋ [다음 편에 계속]
오늘 글과 함께 보면 좋은 영상들
도시락 싸들고 응원합니다 박태양 (34,남)
인천 출신
전주 거주
영화연출 전공
가끔 제 영화도 연출하고,
평소에는 영상 프리랜서
유튜브 '박태양_VLOG'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