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 마사지

by 김선웅

몇 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다녀온 중국 패키지여행은 매번 즐거웠고 추억이 남아있다.

더구나 아내의 폭풍 검색으로 찾아낸 저렴한 여행 상품은 그 가성비가 좋아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중국의 매력에 그저 다 좋았다.

꼭 가보고 싶었던 천안문, 자금성, 만리장성 등 중국 역사의 실물을 눈으로 보고 발로 밟는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을 발명한 나라, 조물주가 통 크게 창조한 웅장한 산하, 거대한 건축물, 상상 외로 발전한 도시의 화려함, 2500년 전 공자, 맹자의 사상이 아직도 주변 국가에 유효한 나라, 마오쩌둥의 실책으로 수천 만 명이 굶어 죽어도 국부로 칭송하는 나라,


1894년 청일전쟁에서 덩치 큰 중국은 일본에 얻어 터지고 후진국으로 헤매게 된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등소평(1904~1997)이 집권한 이후부터다. 등소평은 공자(의 유교)가 죽어야 중국이 산다면서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개혁, 개방 정책을 펼쳐 외국기업과 자본이 유입되도록 규제 완화 등 온갖 편의를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알짜배기 기술을 쉼 없이 흡수했다.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외국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행정 편의를 주면서 야금야금 선진 첨단 기술을 이전받거나 훔쳐 간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저렴한 인건비로 제품을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졌으니 외국 기업들에게 얼마나 달콤한 기회의 땅이었는가. 하지만 국력이 커지자 자국 산업에 방해가 되거나 이용가치가 떨어진 외국 기업들을 괴롭혀 쫓아내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이들의 저가 물품은 전 세계에 공급되면서 물가 안정에 톡톡히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저가 또는 짝퉁의 시대에서 벗어나 군사과학, 조선업, AI, 디지털, 이커머스, 자동차, 배터리, TV 등등 첨단 산업이나 가전제품에서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버티는 것은 GDP 세계 2위의 국력과 경제 체질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2,407억 달러이고 한국은 4,125달러이다.(2025년, 한국은행)


중국 패키지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발 마사지이다.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40분 마사지에 칠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이 비용에서 여행가이드의 몫이 70~80%이고 나머지는 업주에게 돌아간다.

종일 여행 한 후 피로를 푸는 마사지는 그날의 마지막 일정에 들어 있다. 그러니 발냄새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발을 마사지하라고 내미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향료를 풀은 물에 발을 담가 냄새를 중화시키는 과정이 있었다.

젊은 혹은 중년의 여성들이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마사지를 하는데 저 처자들은 어쩌다가 남의 나라 남성의 냄새나는 발을 주무르고 두드려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가난한 시골 여성들이 상경해 마사지를 하고 있다. 마사지 장면은 상전과 하인의 그림이 그려진다. 마사지가 끝나면 몇 천 원의 팁을 주는데 이 팁이 사실상 그녀들의 순수입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 동력이 점차 둔해지고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치인 즉 국회의원들의 무능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는 무책임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야 할 기업들의 발목을 잡거나 심한 중병에서 신음하는 자영업자의 고충, 부동산, 고금리, 고물가 등은 등 따습고 배부른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게 그들의 목표이다.

산업 전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시기가 멀지 않다. 이제 한국이 앞서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뿐이다. 중국이 도약하고 있는데 우린 제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뒷걸음치고 있다.

14억 인구와 막대한 자원, 트럼프에게 한국이 옛날에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시진핑, 국장급 주한 중국 대사가 한국 정치권에 경고하는 모습 등 이런 현실에서도 우리는 중국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일본에는 쌍심지를 켜면서 중국에는 조아린다.

공자, 맹자가 있지만 중국인의 DNA에는 제주도의 길가에서 똥을 싸는 여행객과 같은 저속한 국민성도 있다. 비록 일례이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유형들의 중국인 모습이다. 아쉬울 땐 미소 지으며 조아리다가 살 만하니까 한국을 우습게 여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아프리카와 가난한 동남아 국가들에 차관, 원조 제공, 인프라를 건설해 주면서 알게 모르게 속국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을 멀리하고 서서히 중국의 품에 안기려는 우리의 중추 정치 세력은 중국의 이해타산에 따른 매몰찬 행동과 뒤통수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 어리석음을 알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1970년 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한국 여성들이 일본 싸구려 여행객의 성 노리개가 되는 기생파티에서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우리가 다시 쇠퇴하고 중국이 부강할 때 우리 여성들이 중국인 여행객의 발을 마사지해 주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지나치고 비현실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선량하고 우수한 국민의 미래와 민생은 도외시 한 채 오로지 권력 쟁취를 위해 국민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정치꾼들, 남북 분단도 부족해 정치 목적으로 지역을 가르고 남녀를 가르고 세대를 가르고 결국 같이 망하려는 이런 꾼들이 득세하는 한 과거의 역사가 반복될 수도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치지 않은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