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해결 못하면 귀신이 하자!
새삼 사전에서 귀신을 검색해 보니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 넋’, ‘사람에게 화와 복을 내려 주는 신령’으로 풀이되어 반드시 나쁜 의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는 인간을 괴롭히는 공포의 존재, 악령으로 많이 인식된다.
귀신은 정말 있는 걸까? 수천 년 전부터 귀신 이야기가 있었고 직접 귀신을 본 경험담도 많다. 귀신은 영혼이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원한을 풀거나 못다 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이승을 떠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한 맺힌 죽음, 세상을 버리고 목숨을 끊은 사람, 죽음에 대한 준비 없이 생명을 잃은 사람의 영혼은 맺힌 한, 생전의 미련이나 집착이 남아 살던 곳이나 주변에 머물면서 산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죽은 이를 위해 7일마다 일곱 번 천도재(遷度濟)를 올리는 것도 영혼이 이승의 미련을 접고 안락하게 저승으로 보내지길 기도하는 것이다.
귀신을 보는 것은 잠재된 의식과 정신적 환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각과 후각을 담당하는 측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이상한 소리나 느낌을 잘 받는다고 한다. 영(靈) 능력자, 무속인 등이 귀신을 접하거나 대화하는 것이 과학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정말 부정할 수도 없다. 꿈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을 만나거나 낯선 곳에 가는 것처럼 그들에겐 우리가 검증하기 어려운 영상(靈像)을 보고 죽은 자와 산 자간을 중매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유명 여자 연예인이 한때 빙의(憑依)로 인해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던 일이 있다. 그녀의 운전기사는 후진하다가 공연 포스터를 붙이던 시어머니를 사망케 하였다. 급발진 논란이 많았다. 자신의 승용차에 시어머니가 사망하자 그녀의 정신이 온전할 리 없었다. 이후 그 충격으로 빙의에 씌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거의 폐인이 되어 갔다. 빙의 든 사람이 귀신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빙의 치료를 받고 고통에서 벗어난 사람의 증언은 정말 귀신이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그녀의 빙의를 치료한 스님이 유명 월간지에서 말한 빙의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 안 믿는 것이 더 힘들다.
일본 출장 시 전체 일정을 가이드해 준 일본 대학의 교수가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호텔에 들어갈 무렵 “일본에는 귀신이 많다. 액자 뒤에 귀신이 숨어 있기도 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사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자다가 놀라지는 말라.”
또한, “혼자 사는 어느 회사원이 퇴근해 집에 가니 바짝 마른 흙빛 얼굴의 남자 귀신이 어두운 구석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해코지는 하지 않았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며칠을 퇴근 때마다 그 음침하고 웅크린 모습으로 집주인을 기다렸다.”라고 했다. 믿지 못할 얘기지만 혼자 자려는데 좀 그렇고 그런 기분이었다. 객실에 들어가 보니 벽에 액자가 걸려 있었다. 풍경화,,,
새벽 무렵 문득 잠에서 깼는데 액자가 신경 쓰여 곁눈질하고 침대 끝 저쪽에 누가 있는 건 아닌 지 살짝 고개를 들어 확인하며 그냥 소름이 쫙 끼쳤다. 교수가 농담한 줄 알면서도 일본 귀신은 수십 종이 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그게 켕겼던 것이다.
귀신의 실체를 검증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EMP(Electro Magnetic Field) 감지기를 이용하는 것이라는데 귀신은 전자기장을 방출하기 때문에 이 변화의 감지를 통해서 찾는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라고 하기엔 못 미덥고 어그로(aggro)를 끄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이 놈의 귀신들은 다 뭘 먹고사는 건지?”
뭔가 못마땅하거나 원망스럽고 불량스러운 사람들에 대해 탄식조의 농담처럼 하는 말이다. 친한 관계에서는 악의 없이 하기도 한다.
실제 귀신이 출현하는 것도 좋겠다. 다들 어디서 무얼 하며 뭘 먹고 사는지, 억울하고 참담하게 죽은 사람이 많은데도 복수를 못하고 있다. 그 영혼이 나타나 당한 만큼 복수와 징벌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사회정의가 확립되고 도덕과 인간존중의 윤리, 질서가 서는 것 아닌가?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 이유 없이 무차별로 사람을 죽인 자, 20명 넘게 사람을 죽이고도 교도소에서 인권 운운하는 자도 살아 있거나 자연수명을 다 하는 걸 보면 도대체 귀신들은 저런 나쁜 인간들 안 잡아먹고 뭘 하는 걸까?
그래서 귀신은 환각, 심리상태, 영 능력에 의해 보이는 것일 뿐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원한이 있어도 복수할 능력이 없는 허영(虛影)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량 인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와 사회는 법치주의라면서 국민의 합당한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수긍 못할 판결이나 처분이 많이 이뤄진다. 공권력은 힘이 빠지고 약해져 보신주의(保身主義), 눈치나 보는 세상에서 귀신이 사적 복수라도 해야 억울한 자가 줄어들고 정의가 설 것이라는 생각은 부질없고 허황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