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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사마귀

공포와 위험을 이겨내다

by 김선웅

당랑거철(螳螂拒轍)

당랑(螳螂)은 사마귀를 말하고 거는 거부한다, 맞선다를 의미하며, 철은 수레(마차 등)인데, 사마귀가 수레를 비키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는, 즉 자신의 힘은 생각지 않고 강자에게 덤빈다는 고사성어이다,

사마귀는 앞팔을 구부릴 수 있으며 생김새처럼 공격적이고 해충 등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익충이다,

사마귀의 공격법을 응용해 당랑권(螳螂拳)이라는 권법이 생겨났고 홍콩배우 성룡의 영화에서 그 무술을 종종 볼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과천 어딘가 놀러 갔다가 작은 딸이 사마귀를 잡아 연두색이 갈색이 될 때까지 3개월 정도 키운 적이 있다,

망사통에 흙, 풀등을 넣어주고, 고기를 작게 썰어주거나, 파리를 산채로 잡아 넣어주면 날아다니는 파리를 순시 간에 포획하는 명장면도 볼 수 있었다,

(산 파리를 잡기 위해 쓰레기통 부근에서 배회? 하기도 하였다)


지난 한여름, 시청 지상 주차장에서 창문을 연 채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연두색의 어린 사마귀가 열린 창가를 쫄쫄 기어가다 들어오려 하길래 무심히 훅 불었지만 녀석은 흔들리지 않고 자동차 본넷 쪽으로 바삐 움직였다,

이 미물은 당연히 머리에서 잊혔고 아내를 태워 시내를 운행하는데 아뿔싸! 그 녀석이 본넷 중앙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무슨 일?

맞바람에 언제든 순식간에 날릴 수 있는데 무슨 괴력으로 버티는 걸까? 날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공포와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꼈으리라.

차를 중간에 세우기에는 너무 위험했고 천천히 달리며 녀석이 떨어져 나가지 않길 바랐다,

녀석은 점점 본넷 끝부분까지 밀리며 간신히 버텼고 몇백미터쯤 달리다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녀석의 무사함과 활발함에 안도와 대견함을 느꼈다,

이 어린 생명이 어떻게 큰 위험을 버텼는지,,,,,

도로가인 그곳에선 녀석이 살 곳이 없어 비닐봉지에 조심스럽게 포획? 하여 안전한 곳에 놓아주기로 했다,

나름 잡히지 않으려 도망가는 녀석이 손등 위에서 기어가는 감촉은 마치 아가의 손가락이 꼬물거리는 듯해서 미소가 지어졌고 그 작은 입으로 내 손가락을 깨물 때에는 행복한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 집은 아파트 일층이고 베란다 앞에 정원 비슷한 게 있어 녀석의 새 거처로 적당했다.


그 연약한 것이 위험에 버텨준 게 다행이었고, 지금도 우리 집 앞 풀잎에 매달려 있을지, 엄마 찾아 멀리 갔을지 작은 생명이지만 소중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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