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소통: 시간의 틈을 잇는 지혜

성공의 기본! 무조건 따라 하자!

by 김진산

20장. 세대 소통: 시간의 틈을 잇는 지혜


“아버지는 가성비를 찾고 아들은 가심비를 찾는다”

- 저자



가성비와 가심비, 세대 간 가치관의 축소판

“아버지는 가성비를 찾고 아들은 가심비를 찾는다.” 이 말은 내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느낀 세대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 문장이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와 2000원짜리 저가 커피의 맛 차이를 잘 모른다. 물론 고급 커피가 정말 맛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겠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브랜드 차이일 뿐이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 면에서는 저가 커피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출근길에 같은 건물에서 나는 2000원짜리 커피를 사 오는데, 아들은 한참을 걸어가 스타벅스 커피를 사 온다. 무슨 차이가 있어서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사느냐고 물으니,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도 중요한 가치”라고 답한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한 사장 지인도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자식들이 옷의 원단이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직 브랜드만 보고 옷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싸구려 원단에 유명 브랜드 로고만 붙여서 비싸게 파는 옷을 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브랜드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 즉 ‘이 브랜드를 입음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하는 자아표현과 소속감이 구매의 핵심 동기다. 이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기성세대는 ‘가심비’라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와 경제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실용성과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물건의 본질적 기능과 품질 대비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당연했고, 낭비는 죄악시되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물건 자체의 가치, 구매 과정에서 얻는 심리적 만족감, 특정 브랜드가 주는 소속감,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각 세대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경험에서 비롯된 고유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준다. 아들 세대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 정서적, 사회적 욕구에 더 큰 가치를 두며,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기성세대의 실용주의도, 젊은 세대의 감성 소비도 각각의 시대적 배경과 경험에서 나온 합리적 선택이다.


세대 간의 영원한 푸념, 그리고 깨달음

자식이 커가면서 부모들의 푸념은 대개 비슷하다. "자식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내 자식이지만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같은 말부터, 때로는 "자식과 등지고 살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잠시 우리가 그 나이였을 때를 되새겨보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고, 어쩌면 지금의 자식들보다 더 심하게 부모 속을 썩였던 경험이 있음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존재해 온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단순히 나이의 다름을 넘어, 각 세대가 성장하며 경험한 시대적 배경, 사회·경제적 환경, 기술 발전의 속도, 그리고 문화적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고유한 가치관과 세계관의 차이를 의미한다. 60년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 세대와 20년, 30년을 경험한 젊은 세대의 생각과 감수성에는 현저한 간극이 존재한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생을 이해하기 어렵고,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생의 고민이 한없이 유치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경험을 해본 자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너도 나이 먹어 보면 안다’는 말은 누구나 부모 세대에게 한 번쯤 듣는 말이다. 젊어서는 그저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잔소리나 억지 푸념이라고 생각했으나, 부모 세대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말씀의 깊은 의미와 내포된 인생의 지혜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유행가 가사처럼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에 이제는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 젊어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조금씩 두려움과 어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귀엽기만 하던 자식이 점차 자라면서 반항하는 모습은 묘하게도 과거의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이며, 비로소 부모님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대 차이, 갈등을 넘어 성장의 통증으로

세대 차이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주로 오해와 갈등의 심화로 나타난다.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준만을 고집할 때, ‘꼰대’나 ‘요즘 애들’과 같은 부정적 고정관념이 형성되며 세대 간의 벽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다름’이 비단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수천 년 전 수메르 문명 시대에 쓰인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이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보편적인 현상임을 시사한다.

인류 역사상 높이 추앙받는 위대한 인물들조차 자식 문제로 깊이 고뇌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나, 현대 사회의 내로라하는 정치인, 교육자, 재벌, 심지어 유명 종교 지도자들의 자녀들마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자식 농사’에는 정답이 없으며 세대 간의 이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미가 어린 자식에게 혹독한 생존 경쟁을 가르치며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세대 간의 갈등은 인류가 숙명적으로 겪어내야 할 성장의 통증과도 같다. 이 통증을 피하기보다, 이를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세대 간 조화, 소통과 공감의 다리

세대 간의 조화를 위해서는 각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일방적인 희생이나 양보가 아니라, 상호 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지혜로운 투자다.


1. 공감적 경청 (Empathetic Listening): 그 시작은 ‘공감적 경청’이다. 상대방의 말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그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 그리고 그 말속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의 불안정한 직업 선택이나 잦은 이직을 비난하기보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그들이 겪는 압박감과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 반대로 젊은 세대 또한 기성세대의 경험이 현재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무시하기보다,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 상호 존중 :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꼰대’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처럼, 특정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은 소통을 단절시킨다. 모든 개인은 고유하며, 각자의 경험과 지혜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서로의 다름을 비난의 대상이 아닌, 다양성의 가치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개방적인 대화의 장: 편견 없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개방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까지 포함한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대중문화, 미디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비판보다는 질문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하며,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4. 공통의 목표: 세대 간 갈등을 넘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공통의 목표’를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가업 승계의 경우, 선대와 후대가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여 이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가족 여행, 봉사 활동, 새로운 취미 공유 등 일상 속 작은 공동 목표를 통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5. 지속적인 학습: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학습’의 자세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가 가진 삶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인내심을 배우고, 이전 세대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와 디지털 정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등 평생 학습의 자세로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불과 몇 년의 차이에도 세대 간 문화와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노력은 세대 갈등을 넘어 사회 변동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혁신적인 힘이 될 것이다.

사랑과 이해에서 시작되는 이 여정은 부모와 자식, 그리고 모든 세대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세대 간의 틈은 갈등의 장벽이 아니라, 서로가 손을 맞잡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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