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퇴근했습니다.
마음 편히 직장생활 하기 위한 고민
직장러 십수년차에 이른 지금도 나는 직장에 나가는 것이 조금은 긴장된다.
입사 초반에는 직장생활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오늘 나에게 시키는 일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어제 미처 다하지 못한 일을 가지고 상사가 혼을 내면 어쩌지 하는 여러 생각에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어디에 연락해서 확인 좀 해봐 이러면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 거렸다. 난 그사람을 모르는데? 내가 연락하면 연락을 기꺼이 받아줄까? 너 누구냐며 막 몰아부치는건 아닐까 등등 그땐 그저 두려운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주변을 둘러 보면, 나에게 업무를 시키고, 감독하는(?) 상사가 있기는 한데, 이제는 그런 상사보다는 아랫사람이 아주 조금 더 많은 상황이다. 물론 아랫사람이 내가 일을 시킬 수 있는 그런 아랫사람은 아니다. 우리나라 회사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내가 저년차일 땐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였다가 이제는 수평적 조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 옛날같이 아랫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가면 이전보다는 마음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 일을 시키고, 뭐라할 사람이 줄어들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출근할 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제 당장 해야만 하는 것들 때문에 미뤄놓았던 일,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해결하지 못했던 일, 아직 하고 있지도 않고 실제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일 등이 있기 때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상황이 있어 그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불편함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들 즉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몰려와서 나의 계획대로 하루를 보내지 못할까봐 걱정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십년 넘게 한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제는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 놓고 하면서 흘러가는 상황을 관조하는 능력을 가질 법도 한데 여전히 이러는 나를 보면 어떨 땐 약간은 적응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나 스스로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동료들이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진 것 처럼 혹은 직장생활을 즐기는 경지에 오른 사람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내가 이미지 메이킹을 잘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나랑 비슷한 상황처럼 매일 같이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안된다. 수 많은 회식과 회사에서의 스몰토크를 하면서도 정작 이런 속깊은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무사히 오늘 하루도 마무리 하고 퇴근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무사히'라는 표현을 나같은 사무직이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이슈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는 무관하게 직장생활 중 정말 아무런 사건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일이 문제거나 사람이 문제거나 어쨋든 이슈는 항상 생겼다. 어쩌다 아무런 특별한 사건이 없이 지나가는 날은 어찌나 감사하던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 이야기가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었고, 이제는 아내나 아들이 아무런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하면 아~ 정말 잘지냈구나 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한편, 십수년의 직장생활을 허투루 한건 아닌지, 나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방법들을 이제는 조금씩 익혀 나가는 중으로, 나의 그러한 경험들과 생각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같이 무사히 퇴근하는 날을 기원해보고자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