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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직장러 Sep 28. 2022

팀장은 적이 아니다

마음 편히 직장생활 하기 위한 고민

"난 팀장이 너무 싫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동료가 있다.


오늘 팀장님께 업무 진행사항을 보고하는 자리에서는 얼굴도 보지 않고, 제대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보고가 잘 통과될 턱이 있나.

보고 땐 당연히 많은 부분을 지적 받았고, 그 동료는 보고 후에도 똑같이 이야기한다. "난 팀장이 너무 싫다."




이런 상황은 아마 많이들 목격했을 것이다.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도 있을 것도 같다. 나도 예전에 그랬던 시절이 있다. 10년이 넘은 옛날 기억을 되살려 보겠다.


당시 나의 팀장은 권위에 찌든 아주 옛날 사람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부지기수였으며, 지나다니면서 팀원들이 PC로 무슨 작업을 하는지 어떤 메신저를 주고받는지 대놓고 지켜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 지시를 했냐 하면, "왜 꼭 물리학에서 말하는 뉴턴의 1, 2, 3법칙이 성립되어야 하냐. 예외가 되는 사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을 너희가 찾아와라."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상상이 되는지? 너무 싫었다. 그 때의 나는 혈기왕성한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삼촌뻘의 50대 팀장에게 참 많이도 대들었다(?).


근데, 당시에 팀장에게 대놓고 불만을 이야기하는 건 젊은 나 하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뒤에서만 수군거리지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팀장님 그렇게 PC를 쳐다보시면 일하기가 불편합니다." 라고 퉁명스럽게 내가 이야기하면 팀장은 머쓱해하고, 팀원들은 나에게 최고라며, 속이 시원하다며 응원의 메신저를 수도 없이 날렸었다. 하지만 결국엔 연말 평가로 팀장이 나를 응징하고 서로 헤어졌는데(?), 나에게 남은 건 결국 낮은 평가 등급과 낮은 연봉상승률 밖에 없었다. 왜 사람들이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내가 너무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그땐 팀장도 나도 둘 다 미숙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더 미숙했냐 살펴보면 두말할 것도 없이 내가 더 미숙했던 것 같다. 다들 굳이 팀장에게 싫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던 상황에 나만 괜히 그랬다. 나도 앞에서는 살살 맞추고 뒤에서만 이야기했다면 평가라도 조금 더 괜찮게 받았을 것이고, 연봉도 조금은 더 올랐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일도 조금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야기를 조금만 더 나눠보자.




팀장은 어떤 존재인가? 무조건 팀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만 하는 보살과 같은 존재인가? 틀딱 꼰대로 보고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지 않는 척결해야 할 대상인가?회사에서는 일반적으로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구성원의 동기가 좌우되고, 그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엄청나게 만들어 지기도 아니면 아예 반대로 조직이 와해되기도 하니 말이다. 팀원으로써 경험을 되짚어 보자, 같은 일을 하는데도 어떤 팀장과 일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 마음이, 우리의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것을 다 느껴봤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에게 있어서 팀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한번 팀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첫번째로 팀장은 나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사장이 아니고, 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을 시키는데 그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회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일만을 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 조직에서 필요한 일이 수시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데 그 일을 받아와서(?) 팀 내에 분배를 하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두번째로는 내가 보고를 해야 혹은 드려야 하는 사람이다. 앞서 팀장이 수시로 분배해 준 일이든, 혹은 직무기술서나 역할에 따라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도 모두다 일의 중간 진척 사항이나 마무리를 위해서는 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다. 회사는 일을 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수행한 일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수반된다. 회사마다 상대평가 혹은 절대평가냐 등 평가 제도나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평가라는 행위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내가 한 일, 나의 성과는 나에게 일을 시킨 그 사람 즉, 팀장이 평가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는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팀장이다. 위에서 말한 일을 분배 받고, 진행한 일을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내가 한 일의 결과를 평가받는 그것이 나와 같은 일반 팀원이 직장에서 통상적으로 일하는 순서이자 방식이다. 또한 이렇게 일해서 나온 결과가 연봉과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순간의 기분과 분위기에 휩싸여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되겠다.




한편, 우리 팀이 해결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두고 보면 소위 말하는 빛이 나는 일 즉 성과가 명확해 보이는 일과, 그것과는 반대로 빛이 전혀 나지 않는 허드레 일처럼 보이는 그런 일들이 섞여 있다. 일단 여기 빛이 나는 일이라는 기준도 팀장 생각이랑 팀원 생각이 매우 다르긴 한데 그 기준에 대한 논의는 일단 뒤로 제쳐 두고서, 팀장은 빛이 날 수 있는 일 즉 우리 팀에서 중요한 일, 팀장이 관심 있는 일을 누구에게 맡길까? 가장 실력 있고 믿을 만한 팀원에게 맡기지 않을까?


그러면 누가 가장 실력 있고 믿을 만한 팀원일까? 내가 지금까지 직장생활 하면서 만나본 많은 동료들 중 본인의 능력이 모자라다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다. 즉, 대부분이 본인이 속한 팀에서는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스스로 믿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중요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 가장 많이들 하는 이야기가 "왜 하필 저 사람에게?" 라는 이야기들이었고, 그 속마음에는 '다른 누가 적임자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저 사람 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저 일을 저 사람에게 맡길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렇게 생각하는 팀원들이 꽤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 그렇다면 팀장은 왜 정말 그 사람에게 일을 맡겼을까? 내가 팀장이 아닌 이상 정확하게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알 수는 없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팀장이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실력 있는 사람과 각 팀원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실력을 떠나서 평소 팀장을 불편하게 느끼고, 특히 적으로 느끼고 있는 팀원을 팀장은 어떻게 느낄까? 전혀 모를까? 난 그렇지 않다 생각한다.

팀장도 사람이고, 사람은 영물이라 사람의 속마음을 완전히 간파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느낌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로서 이런 저런 모양의 팀원을 다 안고 가야 하기도 하고, 본인 주니어 일 때도 그 팀원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도 생각나고 하니 그냥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팀장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팀원이 팀장과 평소에 소통을 활발하게 혹은 원활하게 했을리가 만무하고, 덩달아 팀장과 작은 신뢰라도 쌓아왔으리라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을 팀장이 신뢰할까?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팀장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맡길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에 나왔다면 쉬운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성과가 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개인의 성취감, 주변의 평가, 연봉 상승이라는 실리적인 이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좋을 텐데, 그렇게 하려면 팀장이랑 관계가 좋아야 한다. 아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일주일에 40시간이나 보내야 하는 직장에서 재미있고 의미있게 일하기 위해서 중요한 일을, 혹은 성과가 나는 일을 맡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지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의 첫걸음이 바로 팀장은 적이 아니고, 마냥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일을 보고하는 대상으로써 팀장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팀원이라면 본인이 일을 하고, 일의 마무리는 보고로 끝나게 될 터인데, 팀장을 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가짐으로는 아무래도 보고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 분명 내가 한 일을 보고하는데 자신감도 들지도 않고 말이다.


일은 일대로 힘들게 했는데 보고를 제대로 못해서 잘한 일도 충분히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일을 하면서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적으로 생각하고 보고 자리에 들어가면 팀장과 나는 서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아야 한다.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같은 편에 서서 보고를 주고받으면 보고가 공격과 수비로 이루어진 긴장감 높은 시간이 아니라 조금 더 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혹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건설적인 시간과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팀장이 결국에는 내년도 나의 연봉과 승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나의 미성숙한 인격으로 팀장과 다툼을 해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팀장은 팀장 나름대로 어린 친구가 대드는 것을 보며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받았겠지만, 나는 연봉과 승격에 큰 타격을 입었다. 누구의 승리인가? 따져보면 팀장의 승리이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반기를 들었던 것일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팀장과 충분히 잘 지내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 지냈다면 팀장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어 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 더 신뢰를 얻었다면, 오히려 조직관리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팀장님~ 젊은 친구들은 그렇게 하시는 거 불편해해요~" 라고 좋은 타이밍에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연봉과 승진을 위해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아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선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데, 개인마다 선의 수준이 너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팀장과 척을 지는 것이 정직하고 순결한 직장인의 선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항상 예스맨으로 사는 것이 직장인의 올바른 선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각자의 선은 다르다. 그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 선과 저 사람의 선이 다르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직장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나는 팀장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의 대답은 온전히 내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누구도 대신 결정해 줄 수가 없고, 다른 사람의 선을 차용해서 쓸 수도 없다.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처럼 팀장을 적으로 보고 데면데면하게 대할 것인가? 아니면 한편으로 보고 회사 내에서 의미 있는 일을 완성해 나가는 조력자로 대할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팀장들이 고민하는 리더십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팀장들이 변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에게 달려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 즉, 팀원들이 어떠한 자세로 팀장을 대하고 나아가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팀장들 중에는 정말 인격적으로 형편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맞출 것인가? 반항할 것인가? 아니면, 제3의 방법으로 피해 버릴 것인가? 이 모두는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당신에게 있어 팀장은 적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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