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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직장러 Sep 26. 2022

누구도 나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 편히 직장생활 하기 위한 고민

"정말요? 그 사람 진짜 나빴네요. 속상하셨겠네요."


회사 내 어떤 선배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아니 자꾸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닌가. 선배라 이야기하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는데, 듣고 있자니 마음은 상하고 그래서 몇 번 나도 쏘아 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미 상해버린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볼 때 마다 열 받고, 황당하고, 어떻게 갚아주지 이런 생각에 완전히 사로 잡혀 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친한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내가 그 선배와 겪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면서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기분이 상했는지를 설명했고, 그랬더니 함께 식사를 했던 동료들이 위와 같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저런 대답을 들었을 때 일단 공감을 해주어서 좋았는데, 근데 듣고나서 마음이 그렇게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험담을 해서 찜찜함이 남았던 것은 아니고, 내가 얼마나 기분이 나빴고, 마음이 상했는지 100% 이해를 못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완전히 내편이라면, 아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 몹쓸 사람으로 욕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나랑 그렇게 까지는 친하지 않나? 왜 끝까지 욕을 같이 해주지 않지? 내가 기분이 상한 정도에 비해 위로(?)가 왜 얕은 느낌이지?


나도 반대되는 상황에 처했던 적이 많다. 상사에게 털리고(?) 나서 속상함을 토로하는 동료나 혹은 나랑 비슷하게 선배 혹은 후배와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런 동료들이 많이 있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그런 일들이 많지 않았을까? 그런데 과연 그 사람의 입장과 기분이 100% 이해된 적이 많이 있나? 솔직하게 나는 그렇지 않았다. 100%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평소에 나도 그렇게 까지는 공감을 못해주는데 그런 것을 바랬다니,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거나 아니면 조금은 미숙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반성한다.




지금은 소천하신 이어령 선생님께서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일본에서 공부할 때 느끼셨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굉장히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 기억난다. 엄마와 자녀 사이라도, 아무리 온 힘을 다해 껴안더라도,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그것이 외로움이라고 했던 내용이었던 것 같다. 물론 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라 표현이 조금 다를 수는 있는데 내가 기억하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라는 것은 저런 것이고, 나의 기분을 충분히 헤아려 주지 않는 동료로부터 느낀 감정도 충분히 공감 받지 못해 발생한 외로움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공감과 관련해서는 업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무실 내에서 내가 고객과 혹은 다른 유관부서와 통화를 하면서 싸우는 내용을 들었음에도, 메일로 혹은 팀내 회의자리를 통해서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공유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내가 지금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모른다. 어쩌다 시간이 나서 설명을 해주더라도 지금 나의 상황과 감정을 100% 이해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 회사 내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여러 팀에서 사람들을 차출해서 T/F를 운영한 적이 있다. 나 역시 한 명의 T/F 멤버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각 멤버들은 자기의 역할이 있었고, 나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었다. 그러다 보니 유관 부서 및 고객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고, 그 중 잦은 일정 변경에 따라 사유를 설명하고 다시 조율하는 등의 일들이 많았고 그에 따른 피로도 혹은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았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메일로 했고, 메일을 주고받을 때마다 T/F 멤버들을 다 참조에 넣었었다. 그리고 멤버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 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자주 이야기도 했었다. 그 정도면 다들 내 사정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끔 회의시간에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 문제는 처음 듣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지난 시간 동안 T/F 멤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기억을 곰곰이 떠올려 보면, 내가 나의 어려움을 설명할 때, 다른 멤버들도 다 각자의 어려움에 대해서 똑같이 이야기를 했었다. 심지어 그들도 나를 그들 메일에 참조로 넣어서 보냈었다. 그런데 나는 내 사정에만 관심이 있었지 다른 멤버들의 사정에는 무관심했다.


아 그렇구나. 그들도 나랑 마찬가지로 자기 문제에만 매몰되어 나에게는 많은 관심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각 개인이 할 일이 있다. 근데 보통은 그 일이 여유가 있게 해결할 만큼의 양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회사는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를 부여한다. 내가 사장이라도 그렇게 운영할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그러면 본인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완수하기에 만도 시간이 급급하고, 그에 따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한 상황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 있는 직장인이 다른 사람의 업무와 감정에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가 않을 수밖에.  


이런 상황이라면, 서두에 이야기를 했던, 나에게 100% 공감을 해주지 않는 것이 그 동료가 내편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 아니라,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옆 동료에게 크게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그리고 감정적으로 서운하게 느껴지는 일도 덜 생길 것 같다. 나를 100%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만 해도 직장에서 발생하는 감정 소모의 일정 부분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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