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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직장러 Sep 24. 2022

나에 대한 험담은 생각보다 별거없다

마음 편히 직장생활 하기 위한 고민

어느 날 회사 업무를 마치고, 주변에 평소 마음이 잘 맞던 직장동료들과 퇴근길에 치맥이라도 하자며 벙개를 하게 되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퇴근 후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홍길동님,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길동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습니다. 조금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솔직히 충격이 컸다. 나는 나름 사무실내 동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이 말을 들을 당시 나는 새로운 조직에 전입온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던 상태였던 터라, 대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험담을 하는지 황당할 따름이었다.


한동안 이 사건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사람들 보기가 너무도 불편했던 것이다. 다들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 같았고, 웃는 얼굴 뒤에 칼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내 나름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대인관계 자신감을 회복하기는 했다. 사무실에 있는 동료 한명 한명을 꼼꼼히 뜯어서 생각해봤다. A랑 B는 나랑 1분이 멀게 메신저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뿐만 아니라 나름 그동안 쌓아온 업무 배경이 비슷하여 서로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험담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C는 나름 사무실에서 목소리가 큰 편(오피니언 리더)인데 나랑 친하니깐 굳이 험담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식으로 나 나름의 기준으로 사람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해보니, 그런 험담을 하지 않을 사람 즉, 평소에 나를 지지해 주는 동료들이 사무실 내에 3분의 2 이상은 넘는 것이 확실했다. 험담을 할 법한 사람, 그 중에서도 확실하게 말을 만들겠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별거 아니네, '사람들'이라고 하길래 '대다수'가 나에 대해 험담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네 하며 말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는 다들 많이 겪어보았을 것이다. 대놓고 얼굴 앞에서 이야기하는 상황도 종종 있는데, 뒤에서 험담을 하는 경우는 너무 흔하지 않겠나? 나의 이런 이야기에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데요? 난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는데요? 라며 반문을 던진다면, 그렇게 나이스한 상황만을 겪고 지낸 당신이 부럽다 라고 답을 해주겠다.

그리고 정말 부럽다. 세상이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도 한없이 친절하고 따뜻한 세상이면 너무 좋겠다. 진심 부럽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내가 경험했던 회식자리, 사람들이 모인 그런 술자리에서는 대부분 '인물평'이 많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는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그 선배는 나에게 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왜 나를 못 잡아 먹어서 난리인가, 저 후배는 왜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내 다른 동기의 이야기는 따르면서 왜 나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는가 등등 회사 내 다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쌓인 불편한 감정들을 주로 많이 쏟아 놓았었다. 그러면 함께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었고, 함께 그 선후배 및 동료를 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함께 술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든든한 내 편'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때 함께 술자리를 하며 '든든한 내편' 이었던 사람들이, 또 다른 자리에 가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똑같이 공감해주고 '든든한 그쪽 편'이 되어 함께 욕을 해준다. 혹은 지난 번 나와 함께한 술자리에선 내 편을 들어줬던 사람이 내가 없는 다른 술자리에선 나를 욕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험담을 할 때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 사실 그것은 너무도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인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너무나도 감사한 사람이고, 내 가족처럼 여기고 그 사람을 아껴주어야 한다.

함께한 술자리에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운 그 사람에 대해서도 험담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함께하지 않은 자리에서 그러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이 이렇게 비정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시절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결국은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쟤는 이렇고, 쟤는 저렇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도 괜히 미워 보이는 친구들도 생기고, 나름의 패거리도 구분되어 형성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 어릴 때도 누구는 이래서 싫고, 누구는 저래서 좋고 하는 것이 있는 것 보면 그러한 감정의 흐름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의 기본적인 모습이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험담을 할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험담을 하는 사람의 기본 심리에 대해서는 심리학 박사님들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이론들을 잘 정리하셨을 텐데, 직장생활 십수년차의 매우 주관적인 입장에서 해석해보면 결국엔 "내 편 들어줘" 일 것 같다.


험담의 기본 프레임은 '쟤가 나한테 나쁜 말(혹은 행동) 했어, 그래서 나 기분 나빠' 이고, 그것을 통해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걔가 나쁜 애다. 그러니 나를 위로해 달라' 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워낙에 소모적이고 지치는 일이다 보니 지지해줄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것은 험담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자기방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 나쁜 말과 행동이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데 저 상대방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은 또 다른 무리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위와 같이 이렇게 어떤 사건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서로를 험담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많은 험담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연예인에 대해서, 정치인에 대해서 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만들고 전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그 당사자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지도 못할, 혹은 해서는 안될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겪은 것이 아님에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대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런 저런 평을 마구 해댄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높은 포지션으로 올라가야 월급도 많이 오르는데 그런 포지션은 한정적이다 보니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깎아 내려야 하기 때문일까? 혹은 한국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상대평가 제도로 인해서 올해 같이 평가받는 동료집단에서 내가 돋보이려면 다른 사람의 흠을 잡아 내야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험담의 대상자가 조직과 회사의 해악을 끼치는 인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여 모두가 조심하라고 알람을 동네방네 알리려고 그러는 것일까?

험담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앞서 설명한 대로 '내편 들어줘'인데, 실제로 우리가 험담을 할 때는 너무도 다양하고 상황에서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기분 풀이를 위해 내뱉는 것이 다수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 솔직히 다른 사람 험담을 많이 하고 살지 않나? 그럴 때 뭐 대단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험담을 하나? 그렇지 않다. 당장 술자리에서의 재미를 위한 이야깃거리, 직장생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한 단순한 씹을거리,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혹은 내 말빨을 세우기 위한 가십 등으로 그냥 뱉어내고서는, 집에 가서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 그것이 험담이 아닌가. 내가 들었을 때에는 깊은 상처로 남고 내가 뱉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너도 나도 하니깐, 험담하는 것을 용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험담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험담을 하고 난 이후의 상황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험담은 그 사람 들으라고 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순간적으로 내뱉고 잊어버리는 그런 것들이 많다. 당연히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나 역시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험담을 만들어 내는 주체도 그런 상황인데 험담을 함께 듣는 사람들은 어떨까? 대부분 험담은 술자리에서 이루어지고, 그 술자리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않는다. 별로 관심이 없다. 심지어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자기가 무슨 말을 만들어 전했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까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내가 주목받고, 지지를 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험담을 한 사람이나, 그 험담을 들은 사람이 그 내용을 과연 집에 가서도, 주말에도 깊이 있게 묵상하고 더 구체화할 것 같은가?


나는 퇴근하고 나면 우리 가족의 일, 나의 관심사 만으로도 마음에 다른 여유가 없다. 회사 사람들 이야기는 집에 가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편, 험담을 하는 사람들(만드는 사람과 전하는 사람 둘 다 포함)은 주로 회사 내에서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말이 많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실수가 잦다. 나에 대해 험담을 해서 나에게 상처를 줬듯이, 이미 다른 누군가를 험담하고 상처를 준 이력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직 내에 그 사람을 싫어하는, 혹은 험담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엔, 험담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보통은 크기 때문에 조직 내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 같고, 그런 사람이 나의 험담을 한다는 것 자체로 직장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서 그 험담의 내용과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나를 험담하는 그 사람이 조직 내 그리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도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고, 험담을 하는 그 사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까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나에 대한 험담에 대해 나 스스로도 관심이 없고,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듣고서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다. 분노 게이지가 급 상승하지만 이전처럼 멘붕에 빠지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 대한 험담이 생각보다 별거 없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이다. 누군가에 대한 첫 험담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잘 관찰해 보라. 아마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정말? 걔가 그랬다고?" 이 말이 무슨 말인가, 몰랐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나에게 혹은 당신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내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지도 못한다. 걱정하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직장생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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