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직장러 Sep 30. 2022

논리 vs 감정

마음 편히 직장생활 하기 위한 고민

"아니 내 이야기가 틀렸어? 팀장님 왜 저래?"


평소에도 팀장님과 서먹하던 정 프로가 보고 자리에서 결국은 팀장님께 한 소리 들었고, 본인이 생각한 대로 결론이 나지 않고 지적만 당하자 회의 후 나에게 한 하소연이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이 직장생활 중 상사에게 보고를 하면서 이런 식의 오해를 하는 것 같다. "내 말이 사리에 맞는 말이고 최선의 방법인 것 같은데, 그러면 무조건 오케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최소한 지지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상사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간에 AI처럼 논리적일 것이다 혹은 논리적이어야지 하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을 기대하며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상사는 논리적이어야 하나? 그것을 떠나서 항상 논리적일 수는 있을까?


나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전 세계를 뒤져 보면 항상 이성에 따라 논리적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AI와 같은 사람이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대부분의 상사들과 동료들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가 별거 아닌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선배나 상사가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칭찬 일색인 경우를 본 적이 있지 않나?


맞는 말이긴 한데,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맞는 말을 하니 그 말이 더 맞는 것 같고, 맞는 말을 한 그 사람이 더 이뻐 보이는 그런 상황이다. 말은 말의 내용과 치밀한 논리보다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상사나 선배에게 보고를 할 때에는, 우리 팀에 그 상사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대신 보고해본 적도 있다. 같은 내용이지만 내가 가져가면 떨떠름한 반응에 흠 잡기만 일색이었던 그 선배도 다른 사람이 같은 내용을 가져가니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날리는 것을 보았다. 결국은 내용보다는 사람이고, 관계가 중요하다 생각된다.




상사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다. 근데 과연 우리가 나중에 팀장이 될 때는 어떨까? 지금 나의 상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상사가 되었을 때를 굳이 상상할 필요 없이 지금의 우리는 혹은 이전의 우리는 어땠나?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집단에 속하게 되든 간에 일단 네 편 내 편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었지 않나?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일단 내편의 이야기는 듣고 대부분 동의를 해주고, 상대편의 이야기나 입장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그 편의 크기가 누군가는 크다 보니 자신이 속한 집단이 대세이자 주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반대의 누군가는 그 편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심지어 혼자일 때도 있어서 비주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주류에 속한 사람은 집단의 크기가 곧 생각과 입장의 옳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 주류에 속하지 않은 생각과 입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나 행태가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집단을 이루고, 내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의 이야기를 옹호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내가 그런 상황을 장려하거나 그런 상황에 대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다. 자연스러우니까 그렇게 살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사람에 대해서, 그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팀장이나 상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본인들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항상 옳다고 생각되고 듣기가 좋지 않을까?




한편, 그런 마음 가는 대로 판단하지 않고, AI처럼 항상 칼로 자르듯이 논리적이 고 이성적인 사람이나 상사는 어떨까? 너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 사람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평가하겠지만, 함께 어울려 지내는 친구나 동료는 썩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한다.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 항상 바른말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면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물론 내 마음이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나 사회에서 지도층이 나라를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여러 이해관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생각한다. 그것은 회사라고 하는 사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디 세상일이 논리대로만 혹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대로만 움직이나. 그래서 지금 나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사회, 주변 사람들의 현재 상태를 두고서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 논술을 해보았나? 논술을 하면 하나의 안건을 두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각각의 입장에서 충분한 근거를 들 수가 있다. 어느 입장에서 쓰든 간에 논리는 충분하다. 즉, 회사에서 논리로 완벽하게 무장한 내 의견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감정이 앞서는 상사가 있다면 단순히 논리만 가지고는 보고가 통과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 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가 예수님도 아니고 모든 동료를 동일하게 사랑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정말 좋고, 누군가는 꼴도 보기 싫다. 신기한데 그렇다. 지내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나뉜다. 심지어는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싫은 사람도 생긴다. 이런 우리가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면 지금의 팀장, 상사 가 된다. 내가 상사가 된다고 해서 뭐가 다를까?


그렇다면 직장에서 팀장을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기깔나는 아이디어와 화려한 논리를 들이밀면서 나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인간적인 동지애,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료나 상사 누구든지 간에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것, 그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은 시중에 이미 다른 여러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최소한 진실됨, 성실함, 약간의 유머와 긍정적인 마인드 정도면 된다고 본다.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거짓말하고, 충분히 성실하게 일하지 않고, 유머도 항상 다큐로 받고, 염세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내가 말한 것은 아부와는 다른 이야기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면, 평소에 동료와 혹은 상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업무 관련된 일이든지 아니면 개인적인 이야기든 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먼저 이해를 해보고, 이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생각된다. 논리는 그다음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평소에 나랑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관계도 괜찮은 후배가 보고서를 작성해서, 혹은 아이디어를 들고 나에게 찾아온다. 그런데 그 보고서의 완성도도 낮고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후배의 부족함에 짜증을 내겠나, 아니면 얼마나 고민했을까 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당신도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해줄 것 같나? 나는 후자다. 평소에 이야기했던 것들을 통해 이 후배가 얼마나 직장생활에 진심인지, 그리고 나에게도 인간적으로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지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후배가 잘되도록 성심껏 도와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평소에 데면데면하고 필요할 때만 얌체같이 나를 찾는 친구가 무언가를 가져오면, 나는 별로 도와주고 싶지도 않다. 직속 후배라면 억지로 하는 척은 하겠지만, 직속 후배도 아니라면 최대한 엮이지 않게 피할 것 같다.


어떤 후배의 입장에 서고 싶나? 나는 선배들이 챙겨주는 후배가 되고 싶다. 팀장에게 상사에게 보고서를, 아이디어를 가지고 갔을 때 마냥 까이기보다는 도움받고 더 성장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많은 책이나 강연에서 선배들 혹은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과연 선배들만 노력한다고 해서 마냥 우리가 직장 생활하기가 좋을까? 동기가 막 샘솟고 그럴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나도 선배도 함께 노력해야 시너지가 나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선배들과 특히 보고를 받는 선배들과 인간적인 공감대와 유대를 가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앞서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기 위해 노력도 하는데 찾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 나는 대부분의 선배들이 즐겨하는 골프도 등산도 하지 않는다. 최악이다.


하지만 상사와 나는 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하나의 조직의 일원이 아닌가. 다행히 일이라고 하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물론 일에는 상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즉 좀 더 관심을 가지는 일, 우리 팀원의 입장에서는 인정받는 일이 있기는 한데, 그 일과 상사의 인정에 대해서는 다음 챕터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간에 팀 내에서 진행되는 일을 이야기하면 이건 무조건 공통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소재를 가지고 짧게 짧게 스몰토크를 하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스몰토크를 계속하다 보면 서로 간에 이야기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스타일이 이해가 되는 시점이 온다. 상사와의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되는 시점, 즉, 서로가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차근히 해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나는 밝고 적극적인 사람이라 상사들과 잘 지내는 편인데 이전 조직에서는 마음이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서 고생을 했다. 지금 보면 내가 조금만 상사를 내편으로 만들었어도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직장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일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 가기 위해서 논리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을 신경 써서 그 상사를 대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그때의 그 어려움 중 일부는 겪지 않고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전 04화 팀장은 적이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