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빌리지, 모나코 드라이브
아침이 밝았다. 드디어 버킷리스트 1번을 실현할 날이다. 긴장도 되면서 흥분도 된다. 조식하러 1층 로비옆으로 나란히 있는 식당으로 내려간다. 호텔은 비록 작으나 1층 로비에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정수기 물이 있다. 그리고 식당 역시 아담하나 깔끔하고 천정이 탁 트인 중정 형태의 공간에 몇 개의 테이블을 구비해 놓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원하는 것은 다 있다. 바케트를 비롯한 여러 빵, 사과,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과 오이, 파프리카, 양송이버섯 등 야채류, 베이컨, 여러 햄류, 치즈류, 수프류, 우유, 요구르트, 삶은 계란, 토마토, 오렌지 주스류, 커피 등으로 차려져 있다. 중정의 테이블이 보이는 곳으로 가 바깥 실외가 환히 바라보이는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있으니, 한국인들도 두 팀 들어온다. 좀 알려진 호텔인 모양이다.
(이비스 스타일 니스 센터 가르 호텔 식당)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 지도, 관광지 정보 출력물, 여분의 휴대폰, 보조 배터리 등 하루 투어와 관련한 만반의 준비를 해서 렌터카 사무실로 갔다.
2평 정도 되는 자그마한 사무실에 컴퓨터 놓인 데스크 앞에서 인도계 남직원이 먼저 온 손님들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순서가 되어 예약한 내역을 보여주니, 운전 면허증을 달라고 한다. 운전 면허증과 국제 운전 면허증을 건네 주니, 예약 했을 때의 금액에서 보증금까지 보태 결제를 해주었다. 보증금은 차량을 반납할 때 돌려준다고 한다.
사무실 옆 지하 공간에서 차량이 숭숭 올라온다. 차량 인도, 인수를 담당하는 직원인 듯 2명의 직원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순서대로 차량을 인도하고 있다. 직원은 친절히 렌터카 조수석에 나란히 같이 앉아 전진, 후진, 정차 등 기아 조정 등 차량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며 오후 6시에 사무실 문을 닫으니 반납할 때 시간을 엄수해 달라고 한다. 차의 외관을 살폈다. 몇 군데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어서 지적하니 알고 있다고 한다. 일단 사진을 찍어 놓는다. 직원이 차량 키를 건네준다. 드디어 차량을 몬다. 긴장도 흥분도 최고조에 이른다. 외국에서 운전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고, 꿈에도 그리던 로망을 실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알라모에서 렌트한 르노의 아르카나(ARKANA))
건네받은 차량은 르노의 아르카나(ARKANA)이다. 원래 예약했을 때는 '푸조 208' 또는 유사한 차량이라고 하더니, 푸조가 없나 보다. 니스 시내의 도로가 협소하여 소형차가 운전하기에 좋다고 하여, 소형차를 예약하였었다. 그래서 아반떼 정도 크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크다. 차체나 실내 높이가 세단보다 높고 SUV보다는 낮다. 좌석은 탄탄하게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 있으며, 실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묵직하여 남성적인 느낌이 난다.
일단 좁고 어수선한 차량 인수 공간에서 20여 미터 앞으로 벗어나 차량을 세운다. 챙겨 온 핸드폰 거치대 두 개를 차량에 설치한다. 부착형은 대시보드 위에 고정시키고, 송풍구 걸이형은 송풍구에 건다. 그래서 대시 보드 거치대에는 직전까지 사용했던 휴대폰을 촬영용으로 거치하고, 송풍구 쪽에는 작년에 교체해서 사용 중인 휴대폰을 내비게이션용으로 설치한다. 조수석의 물, 모자, 여러 물건이 든 가방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커피 홀더에 놓는다. 핸들 쪽에 기어가 있는 자차와는 기어 위치가 달라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몇 번 되새긴다.
천천히 액셀을 밟는다. 차는 양옆으로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조절한다. 턱이 나온다. 브레이크를 밟아 살포시 넘는다. 주택가를 벗어나 큰 대로변으로 진입한다. 좌우로 오가는 차량들에 바짝 신경 곧추 세우며 구글맵의 안내대로 전진한다. 옆으로 휙휙 속도 내며 지나가는 차량에 긴장하며 운전 초보처럼 조심 또 조심한다. 우리와는 달리 신호가 따로 있다는 우회전에 특별히 신경 쓴다. 좌회전은 신호가 달리 없다. 대체로 비보호 좌회전이어서 직진 신호가 들어오거나 상황 판단하여 운전한다. 별 탈 없이 운전이 되자 긴장된 마음이 어느새 조금 누그러진다. 오히려 싱겁다. 조금씩 속도를 올려본다. 그렇게 20여분의 시간이 지나자 언덕배기가 나오면서 시가지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오늘의 드라이브 코스는 니스 동쪽 해변을 따라 있는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이다. 에즈빌리지는 니스에서 30분가량의 거리에, 모나코는 에즈 빌리지에서 다시 20여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드라이브한 후 남은 시간은 니스에 집중할 생각이다.
완만한 커브를 돌고 돌아 오르막을 어느 정도 올라가니 비교적 평탄한 도로가 나타나 계속 이어지며, 도로 오른쪽 저 아래로는 까마득히 지중해 바다가 놓여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길에 익숙해 지자 좌우로 고개 돌려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가 생긴다. 도로변 예쁜 지중해풍 가옥이 눈에 들어오고, 도로 왼쪽 위로 완만한 지형을 따라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들도 눈에 들어온다. 저 아래로 해안을 따라 꽤나 근사한 주택들이 LA 비벌리 힐즈 주택에서 풍기던 그 부유한 냄새를 풍기며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보인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드라이브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게 된다.
도로는 폭도, 노면 상태도 경사 정도도 운전하기에 힘들지 않아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프랑스에서 거칠게 운전하기로 악명 높다던 니스 운전자는 보지 못했다.
(에즈 빌리지)
그렇게 한참을 가니 저 멀리서 오른쪽 바다 쪽으로 우뚝 선 봉우리 형태의 지형이 나타난다. 선인장 정원으로 유명한 에즈 빌리지가 있는 곳이다. 읽어본 블로거의 내용을 따라 입구에 있는 주차장 '인디고(Indigo)'에 주차를 한다. 노상 아무런 곳에나 주차해 뒀다가 곤란 겪었다며 돈을 지불하고라도 제대로 된 주차장을 이용하라며, 특히 인디고 주차장이 괜찮다고 추천하여 그렇게 이용했다. 대형 버스 주차 공간 옆으로 나있는 주차장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허름한 외부와 달리 주차장은 괜찮았다. 들어갈 때 기계에서 주차 티켓을 발권하고, 나올 때 기계에 티켓을 넣으니 요금이 표시되어 카드로 결제하니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갔다.
주차장 시설은 이렇게 이용하기에 간단하고 편리하였다.
에즈 빌리지는 봉우리로 우뚝 솟은 지형에 형성된 마을로 여러 갈래의 골목들에 많은 상가들이 주택과 함께 형성되어 있었다. 상가들은 그림 취급하는 갤러리, 옷, 가방, 모자, 인형, 라벤더 향수, 비누 가게 등의 지중해를 닮은 화려하고 경쾌한 제품들과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의 간판들이 석축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어우러져 골목 가득 감성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에즈 빌리지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샤또 에즈'에 들어가 야외 테라스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드넓은 지중해 바다와 해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하늘도 바다도 마을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세상이 마냥 이렇게만 평화롭기를 바래본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물릴 만큼 느긋하게 앉아 풍경을 감상한다. 바다 풍광을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뒤로하고 나오다가 어느 순간 시야에 포착되는 풍경에 멈춘다
내륙 푸르른 산 쪽의 풍경이 눈을 끈다. 방금 떠나온
바다 쪽 풍광도 좋았지만, 내륙 산록 지대의 풍경도 만만치 않다. 바다 쪽이 수려하다면 , 내륙 산자락 쪽 전개되는 풍경은 예쁘다. 기다랗게 펼쳐진 산의 완만한 지대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능소화 꽃잎 같은 주황색 가옥의 마을은 산록의 푸른 숲과 대비되어 예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카메라로 담아보지만 렌즈로는 그 풍경을 모두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눈에 꼭꼭 담으려 보고 또 본다. 산꼭대기에 있는 선인장 마을은 가지 않았다. 내일 저녁에 만날 여행사 프로그램에 선인장 마을 코스가 있어서 그때 같이 들를 생각이다.
(모나코)
이제 모나코로 향한다. 모나코는 분위기가 어떤지 정도만 궁금하여 차로 한 바퀴 둘러보기만 하고 나올 생각이다. 주요 관광지인 몬테카를로, 왕궁, 대성당 등 은 크게 관심이 없는 데다 여행사가 모레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를 투어 코스로 넣고 있어서 그때 함께 들러 볼 생각이다. 모나코 진입하는 길이 좁고 험하다고 하여 신경이 많이 쓰였으나 크게 힘들지 않았고, 해안의 좁은 지역에 빽빽하게 입지 한 건물 사이를 주행하면서 마치 홍콩의 어느 한 지역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 앞을 지나가는데, 한낮에 가서인지 푸른 야자수 나무에 둘러싸여 한가롭다. 요트들이 정박된 항구를 지나 서서히 언덕길을 올라온다. 해안가에 예쁘게 호를 그리며 형성되어 있는 모나코를 천천히 감상하면서 빠져나온다.
왔던 길을 다시 진입해 니스로 돌아간다. 한번 왔던 길이라고 눈에 익은 길에 마음 푸근해지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풍경을 감상한다. 니스 가까이로 오니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를 따라 고급진 주택들이 다시 한번 더 눈에 들어온다. 도로 아래 해안의 주황색 지붕들이 파랗고 푸른 바다와 숲에 둘러싸여 데코레이션처럼 예쁘게 눈에 박힌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저 아래 오른쪽 내륙으로 니스 해변에서 파악이 안 되던 니스 전체 시가지가 널찍하고 완만한 지대를 가득 메우며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그저 해변을 따라 관광객만 찾는 한적한 관광지로만 여겼는데, 30만 가량의 인구를 가진 도시라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난다.
무사히 드라이브를 마치고 호텔옆에 위치한 인디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호텔로 올라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다. 8시 30분 경이되어야 해가 지니 좀 쉬었다가 나가도 니스 해변을 즐기기에 시간이 충분하다. 침대에 누워 긴장을 푼다.
(동네 식당서 주문한 샐러드- 길쭉한 빼빼로 모양 데코레이션이 웃겼음))
오수에서 일어나니 배가 출출하다. 호텔 오가며 본 동네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모델 포스 나는 훤칠한 종업원이 알코올 냄새 폴폴 풍기면서 주문을 받는다. 알코올 기운 때문인지 신나는 음악에 리듬 타며 상기된 표정이다. 가볍게 리코타 치즈와 베이컨으로 된 샐러드와 음료를 주문했다. 동네에 있는 식당이어서인지 대체로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남은 좌석을 모두 채우고 있다. 길가 테라스에 나있는 좌석에는 중년의 남녀가 음료를 앞에 두고 열심히 대화 중이다. 토론 좋아하는 국민임을 실증하고 있는 듯하다. 연신 담배 연기 뿜어내며 끝없이
말을 쏟아 내고 있다. 프랑스는 아직 금연하는 사람이 적은 모양이다.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뿜어내는 담배 연기에 평생 맡을 담배 연기를 모두 맡는 기분이다.
서빙하던 종업원이 맛이 어떻냐고 거듭 묻고, 사실 맛은 별로였음, 그 종업원은 퇴근하였는지 안보이더니, 나중엔 까무잡잡하고 힙해 보이는 다른 남종업원이 서비스라며 스낵을 내왔다. 나이 꽤나든 동양 아지매 홀로 여행 온 것이 신기해서인지, 기특해서인지 아무튼 언제 또 올지도 모를 손님에게 서비스라니 기분 좋게 만들어 줄줄 아는 젊은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맑고 파란 하늘만큼 유쾌하기도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어제 걸어 보았던 길을 따라 니스 해변으로, 이번에는 좀 더 찬찬히 살펴 가면서 걸어간다.
동네가 건물도 거리도 고급지고 깔끔하고 한적하다. 그러다 해변 가까이로 가면 그곳에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듯, 여행지에 온 기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 쾌적할 정도만큼의 사람들이 있다.
(마세나 광장이 바라다 보이는 노천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앞에 두고)
급한 과제, 즉슨 지중해 연안 드라이브, 먼저 해결한 뒤 느긋하게 즐기려 뒤로 미뤄뒀던, 로망 중 하나인 카페테라스 테이블에 드디어 앉았다. TV 화면으로 볼 때마다 카페 앞 길이나 광장을 마주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네들의 풍경이 얼마나 멋져 보였던지.... 느긋하게 삶을 관조하는 듯한 그 여유 때문에 멋져 보였던 것 같다.
아무튼 그네들처럼 드디어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는 널따란 마세나 광장을 바라보며 광장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나 오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커피 한잔하면서 맘껏 감상해 보라는 듯 수십 개의 테이블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보고, 마시고,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2025년 5월 8일, 지중해 연안 니스에서
오후 나절을 그렇게 보내었다. 오래도록 한 장의 사진처럼 가슴 깊이 각인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