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 1

다시 찾은 파리

by 태윤상학

아비뇽에서 오후 4시경에 테제베를 타고 700km 정도 되는 거리(남북간 거리가 대략 1,000km)를 논스톱으로 달려 파리 리옹역에 6시 30분경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400km의 대략 1.7배 정도 되는 거리를 2시간 30 정도 걸려 도착했으니 우리 ktx 보다 빠른 셈이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그 기나긴, 우리 한반도의 2/3 정도 되는 거리를 달리는 동안 터널을 한 번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즉슨 높은 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높은 산은 커녕 낮으막한 동네 산조차도 없었다. 끝없이 전개되는 평원의 연속이었다. 어쩌다 약간의 둔덕이 억지로 기울었다고 생각하면 겨우 보이는 정도의 완만한 지대가 그것도 몇 군데 있을 뿐, 그냥 기후 따뜻한 시베리아 벌판 같은 느낌이었다. 전라도 김제 평야 정도 가야만 지평선을 겨우 구경할 수 있을 뿐 잠깐의 여지도 없이 올망졸망하거나 힘차게 솟구치거나 경사진 산 없이는 달려볼 수 없는 우리의 지형지물과는 너무나 달라서 신기했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한가로이 보내다가 북적대는 리옹역을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대며 버스 탑승을 재촉하는 가이드 따라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파리 입성은 정신없이 이루어졌다. 버스에 탑승하고 주변 정리를 어느 정도하고 한숨 돌리니 드디어 꿈을 이룰 도시에 왔다는 기쁨이 저 가슴 밑바닥에서 밀려 올려왔다. 버스는 1시간 여를 달려 머물게 될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저녁 시간이라 관광 일정은 따로 없었다.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앞 센강)


(라파예트 백화점 외관)

(라파예트 백화점의 환상적인 내부 천장)

(라파예트백화점 옥상 테라스에 있는 ' PARIS' 글자 조형물)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 테라스에 있는 카페)


(라파예트 백화점의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다본 풍경)



5월 15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도착할 때도 흐리고 춥더니,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바람도 세게 불어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햇볕 쨍쨍하던 남녘과의 기후 차이가 너무 현격하다. 혹여나 하여 챙겨 온 여름용 롱 트렌치코트가 요긴하게 쓰인 날씨였다.


호텔 조식을 마친 후 파리 관광 일정에 나섰다. 2013년 4월 경에 서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으로 다녀간 후 두 번째 방문이다. 파리 개선문으로 먼저 가서 잠깐 둘러보았고, 파리 주민으로 살고 있는 현지 한국인이 가이드로 나와서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의 안내를 해주었고, 이어서 박물관 근처의 꽤나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개선문으로 돌아왔다. 이후부터 오후 6시 다시 만날 때까지 자유 시간이 주어졌는데, 다수는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하였고, 몽마르트르를 이미 다녀온 광주 자매 두 명과 50대 친구 모임서 온 한 명과 함께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하였다.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느니 한 곳에서 느긋하게 시간 보내기로 하였고, 50대부터 70대까지의 우리는 이미 한 번씩 파리 시내를 다녀 갔던 터라 시원한 백화점서 쇼핑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라파예트 백화점 실내의 둥근 돔 형태의 화려한 천정 구조물도 구경하고 옥상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개선문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옥상에서 파리시를 조망하는 것도 백화점 선택의 한 요인이었다.


개선문,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은 그냥 바깥에서 외관 구경 및 포토 타임만 가졌고, 오르세 미술관은 실내로 입장하여 작품을 감상하였다. 사람들의 미적 감각은 대체로 비슷한 듯,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모네, 세잔느, 고흐, 마티스, 르느와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래도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니어서 좋아하는 세잔느, 모네, 고흐의 작품 앞에서 감상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라파예트 백화점 실내 천장)


라파예트 백화점 방문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낙들과 함께하다 보니 선택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돔 형태의 웅장하고 화려한 내부 천장의 인테리어만으로도 충분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감탄만 쏟아내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다.


이어 올라간 7층의 옥외 전망에서 바라 보이는 탁 트이는 파리 시의 전망도 좋았고, 'PARIS'라고 만들어진 구조물 앞에서 인증숏도 남기고,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씩을 하며 담소 나누는 즐거움도 가졌다.

활기찬 수다 시간을 가진 후 각자 원하는 상품 구매를 위하여 광주 자매 및 가이드와 헤어져 50대 동향인 여성과 함께 쇼핑에 나섰다. 상품의 진열이 물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실내 공간이 작게 분할돼 있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물건들이 약간의 틈을 두고 여유롭게 전시되어 있어 물건에 대한 탐색할 시간적인 여유와 심적인 여유를 주고 있었다.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파리의 백화점 전시 공간에서 느꼈다. 이 점은 빽빽하게 모든 물건을 냅다 걸어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숨 조이게 하여 빨리 자리 뜨고 싶게 하는 우리나라의 백화점 매장에서 참고할 점이라고 여겨졌다. 하긴 이미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그렇게 하고는 있다.

딱히 구매할 것이 없어서 쓱쓱 둘러보다가 이내 생각난 듯 아들내미 향수 하나 사야 한다며 동행 여성은 얼른 향수 매장에서 향수 하나를 구매를 하였다. 그리고 만날 시간이 되어 광주 자매들과 1층에서 다시 만나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으로 돌아갔다.


개선문에서 다시 만난 일행들 중에 부부 모임서 온 12명 팀은 그 짧은 시간에 몽마르트르 언덕, 시청, 퐁피두 센터까지 숨 가쁘게 다녀왔다고 했다. 같은 연령대인데 그네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대단해 보였다. 그들을 이끈 분은 의료기 무역업을 하는 분으로, 파리 및. 유럽을 자주 드나든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친구분들에게 든든한 안내자가 되었을 것이다. '여행은 일상을 잊게 해 줘서 좋은 것 같다' 며 버스 옆 칸에서 건네오던 그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일상의 삶이란 모두 얼마나 고된 것인가. 특히나 치열한 한국인의 삶에서 보자면 더더욱 애잔하게 들려왔다.


저녁 식사는 각자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광주 자매들과 함께 개선문 근처 가게에 가서 저녁거리로 샐러드 등을 사고 버스를 탑승했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달려 호텔에서 내려 광주 자매들 초청으로 그들의 방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였다.

다정하게 다니는 자매들의 모습이 보기 좋고, 인품이 좋아 보여 풍경 좋은 곳이어서, 기념될만한 공간이어서, 인테리어가 예쁜 공간이어서 등등 곳곳에서 휴대폰 들이밀며 몇 컷 찍어 드렸을 뿐인데 너무 감사해한다. 자제들 모두 훌륭히 키워 언니 되시는 분은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사위를 두셨고, 동생 분은 의사 분을 사위로 두셨다고 한다. 사위들의 훌륭한 인성에 더 감탄이 나왔다. 딸아이를 두고 있는 입장으로선 무척 부럽다. 사위란 또 하나의 가족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 체계를 세우는 것이니 딸 가진 부모로선 훌륭한 집안 출신에 훌륭한 인품의 인물을 사위로 들이는 것이 최종의 목표가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두 분은 참으로 복된 삶을 사시는 것 같다.


이제 일행과도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내일 아침이면 일행들은 한국으로 출국하고 혼자 남는다. 혼자만의 파리 생활을 경험해 보게 된다. 살짝 설렌다. 오랫동안의 염원인 파리지엔의 삶을 살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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