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3

테를지 국립공원 트레킹 : 올레길 3, 1코스

by 태윤상학

게르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다. 테라스로 나와 여명 속에 잠긴 게르촌을 둘러본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신발을 갈아 신고 산책에 나선다. 고요히 잠에 든 게르촌을 가만가만 걷는다. 우뚝 서 든든히 게르촌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바위산이 바로 앞에 나타난다. 참으로 지형지물이 다양하다. 바위산, 초지, 숲, 게르, 깔끔한 현대식 식당 건물 등 다양한 지형지물이 널찍널찍 거리를 두고서 밝아오는 아침 여명 속에 조용히 잠에 들어있다. 낯선 이 공간에서의 아침 산책은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신축된 게르촌)


아침밥을 먹으러 게르촌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는 식당 건물로 갔다. 단층의 뽀얀 화이트 색상에 장방형 건물이다. 테라스에도 좌석을 두고 있어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전경을 감상하면서 커피 한잔하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조식은 아주 간단하였다. 종업원이 접시 하나로 가져다주는데, 접시에 계란 프라이, 빵, 소시지, 야채, 과일이 한데 담겨 있다. 따뜻하게 나온 차와 함께 먹는다.


(올레길 3코스)


오늘은 테를지 국립공원 올레 3코스를 걷는 날이다.

총길이 16.8km로 대략 6~8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트레킹 입구쯤에서 하차하였다. 올레길 사무실이 제법 크게, 밝은 노란색을 입고서 환하게 반기고 있다. 사무실로 들어가 올레길 스탬프를 찍고, 말을 비롯한 여러 형상들의 키링, 슬리퍼, 티셔츠 등 구비되어 있는 소품들을 구경하고 구매한다. 완판해 버린다. 준비된 것이 적은 건지, 소비를 많이 하는 아주머니들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올레길 정비와 관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화장실을 들르고, 사무실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이제 트래킹을 시작한다. 완만한 초원 뒤로 울창한 삼림이 보인다. 그 숲으로 들어가나 보다. 하늘은 쨍하고 공기는 선선하니 트래킹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올레길 3코스)


완만한 둔덕 넘어서는 바로 산속으로 들어간다. 자잘한 돌이 밟히면서 경사도 좀 가파르다. 어제의 트래킹과는 많이 비교된다. 잘 정리된 잔디밭 같은 완만한 초지의 산지를 쉬엄쉬엄 걸었었는데, 초입부터 긴장하게 한다.

현지 가이드는 조금만 가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말을 믿고, 또 이렇게 걸어야 운동도 되지 하는 마음으로 올라간다.


(올레길 3코스)


오르막이 있었으니 내리막이 있다. 꽤나 길게 느껴진 경사진 숲을 뚫고 나오니 평지의 울창한 삼림지대가 나온다. 더구나 풍부한 유량의 하천까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고 있다. 경사진 산길을 힘들게 헤쳐 나온 뒤라 뻥 뚫린 평지의 쭉쭉 뻗은 울창한 삼림에 놀라고, 반짝이는 강물에 환호한다. 여기저기서 나무 배경으로, 삼림 배경으로, 강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출발할 때부터 따라온 개 한 마리가 여기까지 따라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우리를 따라온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가이드 마냥 제 먼저 앞장서 걸어가다 뒤돌아 보고를 거듭하더니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순하다. 얼굴 생김새도 주인에게 자기의 몫을 충실히 수행할 충견이 될 상이다. 기특하여 개를 앞세워 사진도 촬영한다. 사람도 동물도 제 하기 나름. 사랑받을 짓에 침 뱉기는 힘들 터. 챙겨 온 간식들을 꺼내 준다. 소시지와 햄을 주었으나 먹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과일, 채소류를 먹는다. 현지 가이드가 걔는 육류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인 모양이다. 기특하다.


한참을 힘들게 걸어왔으니 쉬어간다. 평상도 있다. 챙겨 온 간식거리를 꺼내 먹는다. 견과류, 젤리, 단백질 바, 에너지바, 사과, 커피, 물, 과자 등 서로서로 건네주고 받고 먹는다. 꿀맛이다. 하늘은 솜구름 둥둥 띄운 채 티 없이 맑고 파랗다. 선선한 공기에 헉헉대며 지냈던 국내의 더위 따위는 까마득히 잊는다. 앞으로 여름은 몽골에서 지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올레길 3코스)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걷기 시작한다. 가축우리를 두른 가옥 몇 채가 나오고, 머리 박고 풀을 뜯고 있는 가축 무리도 나온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는다. 한동안은 계속 그러한 풍경 속을 걷다가 또 삼림 지대를 통과하고 관목 지대, 삼림 지대, 초원 등이 번갈아 가며 산세의 다양한 형태와 푸른색의 다양한 색상 변주에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군데군데 세워둔 올레길 표식도 정겨운 포인트로 트래킹에 즐거움을 더한다.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쉼터에 자리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김밥이다. 재료들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한 팀은 거나하게 먹는다. 컵라면과 누룽지와 집에서 챙겨 온 반찬들을 꺼내 마치 동네 뒷산 온 듯 푸짐하게 먹는다. 사람들의 성향은 모두 얼마나 다른지.. 왁자하게 웃으며 만사형통인듯한 그네들도 있고, 바로 옆의 아지매들처럼 나즉나즉 속삭이며 안으로 깊이 말려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이거 저거 반반씩 섞인 듯한 나 같은 사람도 있고... 그래도 이런 낯선 이들의 모임에선 목소리 큰 자들이 분위기 압도하는 법, 그네들이 적절한 교양을 갖추고 약간의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면 더없이 좋은데, 이번의 그네들이 그랬다. 목소리 컸으나 그럴 자격 충분히 갖춘 유쾌한 이들이었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 타임을 가졌는데 아쉽게도 화장실 상태가 온전하게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구덩이 파고 빙 둘러가며 앉은키 정도의 가리막만 해 둔, 너무나 원시적인 상태였다. 구덩이조차 가득 차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주변에서 대충 해결해야만 했다. 좀 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올레길 3코스)


이어 계속된 트래킹은 오전 코스에 비해 산과 숲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가 하산하는 길인지 내리막길을 내려와 길게 형성된 숲을 걸어 마침내 평지에 이르렀다. 초원 저 멀리로 빨간 버스가 보인다. 평지의 초지를 흐르는 자그마한 하천에 아동 둘이 하얀 물통에 개울의 물을 담고 있다. 어디에 쓰는 것이냐고 묻는데 대화가 안 된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모르니 대화가 될 리가 없다. 가지고 있던 과자들을 건네준다. 동행한 아지매가 아이들과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 달란다. 아이들에게 괜찮은 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찍은 게 못내 아쉽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지낼 때 한 번씩 나와 같은 또래의 딸애를 데리고 시골에 다녀가는 인척 아저씨가 계셨다. 아저씨는 포마드로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무척 세련되고 멋진 전형적인 도회지 아저씨였다. 게다가 풍채 좋고 배우 같은 얼굴이어서 외모가 더욱 돋보였었는데, 딸애도 아빠를 닮아 예쁜 데다 계집애 냄새 폴폴 풍기는 옷을 입고 왔는데, 온몸 가득 촌내 풍기는 처지였던 입장으로선 맞대면하는 것이 너무 싫었었다.

아마 그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 마음 편치가 않다.


천변을 건너가니 한 무리의 말들이 초지의 말뚝에 묶여 있다.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 모습들이 왠지 측연하다. 그 큰 덩치에 자기들의 절반도 안 되는 인간의

노리개라니...


승마를 무서워한다. 말 위에만 앉으면 왜 그다지도 높아 보이는지, 무섭다. 미혼일 때 한번, 그리고 결혼 후 아이와 함께 제주도 승마장에서 말을 타 보았는데, 아이는 홀로 재미있어하면서 타는데, 민망하게도 두 번 모두 말에서 내릴 때까지 긴장 잔뜩 한 채 탔던 기억이 난다.

딸애가 말을 무척 좋아한다. 일곱 살 무렵 TV에서 말이 달리는 모습에 반했단다. 갈기를 휘날리며 뛰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성인이 된 몇 해 전엔 생각해 보니 섹시했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좋아했다는 것을 초등하고 6학년 때 승마를 하고 싶다고 말해 주어 그제야 알게 되었다.

딸애는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TV 앞에서 못 박힌 듯 있더니, 갑자기 피겨 스케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TV 에선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계 올림픽 중 피겨 스케이트를 중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아이는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했는데, 5학년 여름 방학 때 스케이트 연수로 미국 다녀온 후 그만두었다. 좋아하는 피겨 선수인 미셀 콴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연수한다고 좋아하며 갔는데, 연수 중 함께 간 피겨 코치로부터 받았던 스트레스로 그만두었다. 그러고선 승마하고 싶다고, 말을 좋아한다고 말해주어서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딸애가 승마를 시작하고 자마까지 갖게 되면서, 딸애와 남편이 나란히 승마를 할 때도 혼자 승마장 주변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말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이번 승마 체험에서도 빠졌다. 대신에 일행들이 승마 조련사의 주의를 듣고 말을 배정받고 줄지어 초원을 따라 승마 체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승마 체험에 안전 요원으로 동행하는 인물이 아동들이다. 나이 여덟, 아홉 정도에서 여남은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동들이 동행을 한다. 자그마한 꼬맹이들이 불안한데, 말을 모는 모습은 노련하다.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말을 탄다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다.

오늘의 일정은 이로서 끝났다. 게르에서 하루를 더 묵는다.


(게르촌의 밤)



게르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았다. 상쾌한 공기 흐르는 테라스로 나가 본다. 하늘이 많이 흐리다. 현지 가이드가 오늘은 비가 와서 트래킹이 어려울 거라고 하더니 아직 비는 오지 않으나 많이 흐리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아래로 전개되는 게르촌을 빙 둘러본다. 게르촌을 떠나는 날이라 왠지 애틋한 마음에 또 휴대폰에 풍경을 담는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버스로 이동하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일단 트래킹을 진행하자는데 의견을 모은다.


(올레길 1코스)


오늘 트래킹 코스는 테를지 국립공원 1코스이다.

1코스로 가는 중에 비는 후드득 차창을 두드리며 본격적으로 내린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릴 때는 모두 비옷으로 무장하였다. 무겁게 내리는 비를 뚫으며 걷는 걸음에 대단한 투사가 된 듯 아주 결연한 느낌마저 든다.

마을로 들어서니 초입에 올레길 사무실이 있다. 우르르 들어간다. 좀처럼 나오지를 않는다. 또 스탬프를 찍고 다양한 올레길 투어 기념품들을 구매하리라. 쇼핑 좋아하는 룸메는 가는 곳마다 쇼핑을 놓치지 않는다 곳곳에서 그림, 울소재 판초, 올레길 문양의 티셔츠를 구매하더니 여기선 야크 소재 실내용 슬리퍼를 구매했다고 자랑했다. 구입하는 것마다 소재도 디자인도 좋고 실용성도 있어 보이고 본인에게도 잘 어울렸다.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쇼핑을 마친 후 마을로 들어간다. 우리의 촌 동네와 비슷한 풍경이다. 시멘트, 벽돌, 슬라브, 기와 등 친숙한 소재로 지어진 단층의 주택과 2, 3층의 빌라 등이 섞여 있어 우리의 면 단위의 한 부락 같은 분위기이다.

어느 주택 앞에서는 배수 관련 보수하는 듯 두 명의 주민이 나와서 작업하다가 비옷으로 완전 무장한 우리들의 행군을 보며 잠시 멈칫한다. 현지 가이드 말로는 아마 저네들은 우리를 도저히 이해 못 할 거라고 한다. 왜 빗속을 걸어가는지를. 그네들은 걷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으니까. 문화란 이렇게 차이가 난다. 빗속을 굳이 걷는 자와 그것을 이해 못 하는 자..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는 자칫 갈등으로 비화하여 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는 것을 역사에서 많이 목격한다. 어디 과거뿐인가. 현재도 그렇다.


마을을 통과하니 넓은 초원이 나오고 그 너머로 경사 완만한 고분 모양의 산이 보인다. 초원 가득히 내리는 비로 뽀얀 안개가 자욱하다. 무척 낭만적이다. 온몸 간질간질 행복이 차오른다. 맑은 날씨를 기원했던 기억은 까마득히 잊는다.


마을 앞으로 철로가 있나 보다. 걸어가고 있는 초원 저 앞으로 기차가 달려오고 있다. 꽤나 길다. 기차만 보면 마음은 절로 동심이 된다. 모두 기차다라고 즐거운 소리를 낸다.

어느 듯 초원을 지나 산으로 진입한다. 비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걸어본 후 중단하든지 하자고 하며 계속 진행한다. 멀리서 본 것처럼 산은 둥그스름 히 아주 온순한 사람 모양을 하고 있다. 걸어올라 간 후 돌아보니 조금 전 지나왔던 동네가 저 아래로 보인다. 앞으로는 같은 반원형의 완만한 산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자욱한 빗속에서 두 겹 세 겹 중첩되어 펼쳐지고 있다. 동네를 가까이에 두고 있어서인지 가축 무리도 좀 더 자주 보이고, 그래서 그네들의 배설물도 많다. 빗속에서 조심히 발 내디디며 한 번씩 드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비옷 펄럭이며 몸 비틀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 아주 높은 히말라야도 아니고, 외진 아마존 정글도, 깊숙한 그랜드 캐넌도 아니어서 구조에 어려움도 없는 곳인데.. 언제나 마음먹으면 바로 버스로 무사히 닿을 수 있는 곳인데. 안전 확보된 지점에서의 우중 트래킹은 그런대로 할만하였다. 이 길도 올레길임을 곳곳에서 표식이 알려준다. 친근해진 말뚝 모양 표식에 안심되고 반갑다.

비는 그치지 않고 트레킹 코스를 어느 정도 맛을 보았다고 느껴졌을 지점에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트레킹을 멈추고 하산한다. 2/3 정도 되는 지점에서다.


이렇게 테를지 국립공원 올레길 1, 2, 3 코스의 트레킹을 모두 마쳤다. 1코스는 전체 코스 대부분이 초지로 덮여있는 완만한 경사의 산지로 걷기에 가장 수월하였고, 3코스는 경사가 가파르고 울창한 숲과 초지로 이루어진 산지가 반반씩 섞여 있어 걷기에는 3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이나, 숲 속으로는 맑고 풍부한 유량의 하천도 흐르고 있어서 그 숲에서 거친 산행 후의 휴식을 맛보는 재미도 있어서 가장 좋았던 코스였다. 2코스는 초입의 투명하고 푸른 툴강과 숲을 지나면 푸른 초지로 이루어진 완만한 산지와 건조한 느낌의 산악 지대가 섞여 있어 트레킹 난이도는 두 번째 정도로 느껴졌는데, 툴강의 숲 속에 있는 말과 소의 방목지에서 평화롭게 풀을 먹고 있는 가축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다.


원래 몽골 여행을 하고자 하였던 목적은 달성을 못하였다. 즉 테를지 국립공원 트레킹 중에 초원 가득한 야생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달성을 못하였다. 야생화는 드문드문 있을 뿐 황활경에 빠질 마음으로 출발하였던 것에는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 올해 가뭄이 심해서 꽃 개화가 많이 안되었단다. 1코스 초입 들판에선 몹시 아쉬웠으나 그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푸른 초지에 그 부푼 꿈은 완전히 망각하였다. 완만한 부드러운 곡선 가득 채우는 풀밭, 그것으로도 충분하였다. 완만한 곡선에서 한 번, 부드러운 풀밭에서 또 한 번 마음은 행복으로 충만하였다.


트레킹 후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데 도로 통행이 원활하지 않다. 울란바토르도 퇴근길엔 도로 혼잡이 삼하단다. 더구나 비가 오는 중이라 배수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서 교통 체증이 더 심하다고 한다.

울란바토르 초입에서 한참의 시간이 경과한 후 서서히 차량이 움직였고, 먼저 몽골이 자랑하는 캐시미어 매장에 들렀다. 매장은 꽤나 컸으나 원하는 스타일이 없다. 간단하게 소품 두 개를 골랐다. 가을 니트류 위에 두를 버버리 브랜드 풍의 베이지 색 숄 하나와 겨울 블랙 코트에 두를 로열블루색의 머플러 하나를 구매하였다. 그리고는 몽골이 마사지가 유명한지 마사지숍으로 이동하였다. 마사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특히 마사지실은 국내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을 때도 께름칙 하나 억지로 누워서 진정코스를 받는 정도이다. 여러 사람이 누웠다 일어나고를 거듭하는 공간인 데다 호텔처럼 침구류를 제대로 세탁할까 하는 생각에, 더구나 어두컴컴한 실내라 통풍도 잘 안될 것 같고, 그 자리에 진드기나 해충들이 버글거릴 것이고.... 더구나 외국 아닌가. 그래서 역시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

마사지를 하고 나온 일행들은 만족감이 다양하다. 잘해서 팁을 두둑하게 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초보인지 괜히 받았다는 사람까지..



마사지실에서 나와서는 저녁 식사하러 이동하였다. 메뉴는 말, 양, 소고기로 이루어진 샤부샤부였다. 채소도 고기도 푸짐하였으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식사 후 첫날 묵었던 호텔로 돌아와 몽골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었다. 광대하고 푸른 초원이나

선선한 기후를 생각하면 여름을 이곳에서 나고 싶은데 먹거리가 조금은 주저대는 부분이다. 하긴 한식당이 많으니 그것도 그다지 문제 되는 부분은 아닌 듯하다.



8월 21일(목) 아침이 밝았다. 어제의 추적추적 비 내리던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햇볕이 쨍하다. 이제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오후 1시 출국하는 비행기여서 아침 식사 후 공항으로 바로 이동하였다. 공항 면세점에서 마음에 드는 블랙 코트를 발견해 하나구매하고, 기념품 샵에서 여러 가지 상품들을 구경한 후 비행기 활주로가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었다. 활주로 너머로 뻥 뚫린 광활한 초원에서 다시 한번 몽골임을 느낀다. 4박 5일의 짧은 시간이었으나 행복 충만한 여행이었다. 가성비 갑인 여행이다. 초원도 공기도 사람도 마음에 드는 곳이다. 함께한 현지 가이드의 온순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느릿느릿 편안하고 품격있는 언행은 둥글고 널따란 초원과 너무나도 닮았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매료시킨다. 정말 어느 여름날엔가 또 와 있을 것 같다.


탑승 시간이 되어 탑승을 하고, 기내 선반에 짐을 놓으면서, 옆 좌석의 손님께 짐을 좀 밀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벌떡 일어나 손수 짐을 옆으로 옮겨준다.

짐을 넣고, 좌석에 놓인 물, 슬리퍼, 담요 등을 정리한 후 자리에 앉았다. 몽골인이라 생각하고 영어로 물었더랬는데, 왠지 한국인일 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정말 헷갈린다. 그래서 우리를 몽골인종으로 분류하는가 보다. 학생으로 캐나다 가는 길이라고, 토론토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경유하는 거라며 순박한 표정에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모두들 이렇게 나직하고 온순한가..두 명의 사람을 경험하고 일반화하기엔 너무 섣부르다만... 행복 가득 충만한 상태라 너네 나라 너무 좋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모친인 듯 중년 여성이 다가와 몸을 낮추어 살짜기 대화를 나누더니 건너편 좌석으로 돌아간다. 비록 단거리 노선이긴 하지만 비즈니스 석을 모자가 나란히 탑승하는 걸 보니 생활에 여유가 좀 있나 보다. 이렇게 해외로 뻗어나가 선진 문물을 배워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리라. 한때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부디 좋은 문물만 배우고 나쁜 폐해는 배우지도 말고 몽골에 도입하지도 말기를 바라게 된다. 특히 물신주의(物神主義)는 절대 도입하지 않기를.. 후발 국가들 다수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그 학생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나마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에서 배운다니 다행으로 여긴다. 몽골에 바란다. 지금의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