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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Jun 14. 2021

나의 드라이브 다이어리

First Solo Drive, 첫 솔로 드라이브

0613



오늘 드디어 조수석에 아무도 없이 홀로 주행을 마쳤다.

역시나 시작과 함께 오는 설레임이나 긴장감, 마친 후에 주는 성취감과 후회, 자괴감과 같은, 처음이라는 과정이 주는 필연적인 것들이 따라왔다.

아비규환으로 시작해 후련함으로 막을 내린 나의 첫 솔로 드라이브를 무사히 끝내고 차가운 맥주를 옆에 끼고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아주 건강한 몸으로. 


아마도 렌트해서 운전 해볼래라고 툭 던진 말에 그래, 해보자하며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단박에 달려와준 나의 친구 민이 아니었으면 오늘까지도 여전히 혼자 도로에 나가기 두려워, 테엽 인형처럼 언젠가 언젠가는을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 시간을 넘게 시외 버스를 타고 넘어오면서 나를 위해 렌트카까지 예약해준 민의 세심함에 오늘도 기대고 말았다.

평소 네가 운전하던 소나타 신형과 헷갈리지 않도록 기아의 K5를 예약한 민의 배려였는데, 내가 운전하는 동안 신경쓰지 않도록 아이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간식을 쌓온 이모 민이었는데, 차를 타기도 전에 이 모든게 물거품이 될 뻔 했다.


"트렁크 좀 열어줘"

"트렁크 뒤에서 맨날 뭐 싣기만 했지 열어본 적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랬다. 택시를 탈 때도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마다 유모차를 싣기 위해 트렁크 뒤에서 기다린 기억이 전부였다. 트렁크도 내가 열어줘야 하는구나, 운전자 시점으로 바뀌니 출발도 하기 전에 해야할 일이 많았다. 이때까지만해도 구글은 우리의 충실한 안내자였다. 트렁크 버튼 찾았다! 민이 트렁크 버튼 모양을 구글링해 찾아냈고, 트렁크를 열고 조금 기세등등해졌다. 처음이라도 하면 다 된다니까.

안전 벨트를 메고, 좌석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사이드 미러까지 체크하고 자신 있게 시동을 걸었는데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레버형과 버튼형만 타보았는데 이건 뭐야? 다이얼이야? 돌리는거야? 돌렸는데 왜 앞으로 안 나가?"


살짝 누른 엑셀에 차가 붕 나가자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그제야 긴장되기 시작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도 차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후진으로 돌려도 뒤로 나아가지 않았다. 이대로 엑셀을 밟기엔 무언가 잘못 된 상태로 출발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지 어쩌지. 

나를 진정시키려는 민 또한 불안해보였다. 검색의 달인 민이 렌터카 회사의 설명서를 내게 내밀었고 난이도 높은 수학책처럼 필요없는 정보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 U튜브엔 없는 게 없으니까라며 검색을 시도했지만 알고 싶지 않은 스마트한 정보들때문에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출발하는 법을 알려줘 제발!!


눌렀던 엑셀 덕분에 주차장 통로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우리 옆으로 나가려는 차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아니 왜 이딴식으로 만들어 놓은거야? U튜브, 네이버, 구글 모든 검색엔진을 통해서 검색을 하며 패닉인 나를 보며 민이 일단 우리 뒤 공간으로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자고 해 차에서 내리자, 부탁을 하기도 전에 상황 파악을 한 차들이 내 뒤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불안은 함께 빠지지 않았다.


"차를 반납할까?"

"반납하려고 해도 후진을 해서 다시 세워야 하잖아"

민이 약간 비장하게 말했다. "내려서 밀자"



그 사이에도 재주도 좋은 차들이 나를 빗겨 잘도 주차를 해대고 나갔다. 마침 내 앞으로 SUV 한 대가 주차해 들어왔다. 같은 브랜드다, 차종도 연식도 다를 텐데 근거 없는 희망으로 내려 두서없이 물었다. 실례합니다나 죄송한데요같은 흔한 인사치례도 할 정신은 이미 없었다.


"차가 브레이크를 풀었는데도 안나가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토락은 풀어 보셨어요?"

오토락이요? 그게 뭐죠? 나의 첫 드라이브의 악몽이 재연되고 있었다.


"잠깐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혹시 바쁘시면 .."

공포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지워버렸다. 이미 이 사람이 우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은 할 수 없을만큼 절박했다.


"사이드 브레이크 푸셨나요?"

사이드 브레이크란 말에 아차 싶어 좌석 아래를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 없으며 여기 있을텐데라며 가볍게 사이드 브레이클 찾아주신 덕분에 차를 미려는 우리의 시도가 부질없었음이 증명되었다.


그 후로는 웃음뿐이었다. 그 대환장 파티를  하고 출발 하고나니 지나갔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시간만 뚝 떨어져 나온 듯 느껴졌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같이. 그제야 밀려뒀던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유머감각도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왜 아무도 내게 사이드 브레이크 푸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나요. 괜한 나의 운전 선생님들을 탓했다.

누군가 지식인에 올려 놓은 K5엔 사이드 브레이크가 없나요라는 질문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버튼이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자동차가 낯선 기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행을 하는 내내, 주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민과 나는 계속해서 그 시간에 머문 듯 반복해서 그 일을 얘기했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안 내리고 출발하려고 하다니. 

그걸 또 밀려고 했던 우리는 어떻고.

초보한테는 최신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구나.

아니 왜 쓰잘데기 없이 오토락을 만들어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에는 왜 아무 표시도 안 되어 있어?

누가 K5 시동 거는 법 U튜브로 만들어 놔야 하는 거 아니야?


아마 이번 주 내내 얘기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민과 나는 이 일을 평생 얘기하며 웃게 되겠지.

그때 기억나라고 둘 중 한명이 말하면 설명하지 않아도 맞아, 그때 그랬잖아라고 웃으면서 과거의 우리 스스로를 농담 삼아서 어디론가 달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마 이러지 않을까.

"그래도 그때 나오지 않았다면 절대 출발할 수 없었겠지. 여전히 출발할 수 없었을거야"




Writer _ 똔 킴

Insta _ @don_is_smiling_at_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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