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by 하루살이

슬금슬금 수돗가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고 간단한 식기만 챙겨 컵라면을 먹으면 될 것을 더 맛있게 먹겠다고 버너까지 챙기고 온 게 웃겼다. 물을 안치고 조그리고 앉아 비닐봉지를 꺼내본다. 불닭볶음면 웰치스 추로스과자. 유튜브를 켜 뚱녀 영상에 나온 치킨을 뜯는 걸 보고 목욕탕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동생목소리가 들린다

"뭐 하냐"

"씻고 있어"

나는 수돗가를 잠그고 씻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조헌병으로 약을 먹고 있는 동생이 살이 너무 쩌서 고도비만이 되어버려서 죄책감이 들었다. 동생은 못 먹게 하고 나는 이 맛있는걸 혼자 먹고 있다니.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계란을 넣었다. 빨간 맛과 고소한 맛이 동시에 올라왔다

무쌈은 비싸 이모가 사 오신 단무지랑 같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닭을 꺼냈다. 한 가지로 많은 걸 하고 싶었던 나는 데친 닭 몇 조각과 국물을 작은 냄비로 옮겼다.

다음날 새벽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똥구멍이 아플 정도로 휴지로 닦으면서까지

이렇게 까지 먹을 일이야?

동생에게 미안해지며 못난 누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하루에 조그마한 위로가 돼주는 시간 나는 하루 종일 그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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