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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엄마 Jan 02. 2024

새해니까 달라질 거란 기대

사람 안 변해? 언제 변해?



매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은 나쁜 짓을 해도 될 것 같고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부터는 경건하게 살아가야만 할 것 같다. 날짜는 하루 차이이지만 늘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31일에 잠들면 1일에는 새로운 나를 만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큰 이벤트가 없는 한, 나는 그렇게 쉽게 바뀔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같은 기대를 하는 건 뭘까?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곡교천 은행나무 길로 해돋이를 보러 간다는 동네 동생을 따라나섰다. 깜깜한 새벽 노트북 화면만 보다 보니 창밖이 안개로 가득한 걸 몰랐다. 차를 타고 곡교천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해돋이를 보겠다는 마음이면 지금 차를 돌렸어야 한다. 하지만 차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목표했던 은행나무 길에 다 달랐다. 차에서 내려 해돋이는 볼 수 없어도 산책이라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변했음을 느꼈다. 만약 불평에 가득 찬 나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제기랄! 하필 내가 해돋이를 보러 온 날 날씨가 흐리고 난리야.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런 삶이 지속되었다면 안갯속을 계속 헤매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됐다. 


내 삶이 안개로 가득 찼던 날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앞이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만큼 캄캄한 새벽녘, 동굴 안에 있는 느낌이 가득이던 날 그때 내가 버틸 수 있던 힘은 햇빛이 비치면 안개는 사라진다는 믿음이었다. 다만 그 해가 뜰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난이었다. 삶에서 내 힘을 뺀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 나이 듦인 것 같다. 


목표를 하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내가 원하던 목적지가 아닌 적도 많았다. 사람의 말에 흔들려 잘못 찾아간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 탓을 하게 되고 내 지혜 없음에 한탄했다. 지혜가 있었다면 이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할 때마다 내 가슴만 찔렀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런 경험도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드는 소중한 한때였다. 


인생의 후반전을 향해 나아가는 이제, 인생의 끝은 죽음이란 뻔한 명제 앞에 이토록 치열한 생각을 하며 빡세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생각이 나를 휩싸며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힘내서 살아가야 할 이유, 나는 엄마이고 내 아이들에게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내 생각과 다른 삶을 마주할 때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


12월 31일과 1월 1일, 1월 1일과 1월 2일, 어제와 달라진 나는 없다. 그렇다고 어제와 같은 나는 아니다.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갈 나를 믿는다.  아이들과 어젯밤 함께 이야기하며 세워 놓은 2024년의 목표를 달성하고 함께 기뻐할 그날을 기다리기에 오늘도 브런치에 글 하나 더 쌓아둔다. 엄마 50개 글 발행 다했지롱 하며 자랑할 48일 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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