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by AZ


미안한 말이지만,

30대가 되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나는 엄마를 정말 사랑한다.

엄마를 많이 존경한다.

대단한 분이고 멋진 엄마다.


그러나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참 참을성이 많은 분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하시다.

아픈 것도 잘 참고, 화도 잘 참고, 말도 잘 참는다.

모든 것을 잘 참는 분이다.

(아빠는 반대로 겁이 많고 잘 못 참으신다)


그래서

내가 봐 온 엄마는 많은 걸 희생하신 것 같다.

잠도 덜 자고, 먹을 것도 양보하고, 아파도 참고.

서운하고 할 말이 있어도 일단 참아보셨다.

본인이 싫어도 가족 중 누가 뭔가 부탁하면 거절하는 일이 잘 없다.



그런 엄마를 둔 나는

엄마에게 참 고맙고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인간인지라.. 알면서도, 미안해하면서도

결국은 내 편의가 우선이 된다.


내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

다르게 말하면

나는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내가 알 수 없었으니까.


건방지게도 나는

엄마가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자식으로서는 감사한 일일 테지만,

어쩌면 부모라는 입장이 되면 나에게도 그게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나를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만큼은, 나에게, 나를 1순위로 두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빠도 나를 사랑할 텐데,

엄마의 사랑과 아빠의 사랑은 조금 다르다.

내가 딸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또 모든 아빠가 다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렇지만 그 엄마의 그 딸인 것일까.


어느 날엔가

내가 나를 희생하며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나를 아끼지 못했던 순간들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순간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순간들이

나에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새해에 결심했다.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한 해를 보내겠다고.


가장 예쁘고 가장 아름다운 것,

가장 맛있는 것,

가장 좋은 것,

그런 것들을 내가 나에게 주겠다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했다.


책을 읽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보고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가고.

나와의 시간을 늘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내가 아끼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맙지만 나를 아끼는 이들이 아닌,

내가 아끼는 것과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는 본인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낀 것도 이때였다.


반대급부를 바라는 건

내가 그것을 진심으로 아끼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건 타인인 누군가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는 사랑은 감사히 받으면 되는 것.

그리고 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

돌려 드릴 수 있는 건 그거다.



내가 아끼는 모든 것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평안하기를 바라는 것.

그건 희생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일 수 있음을.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나를 돌봄으로써 내가 아끼는 것들을 다시 돌아볼 수도 있고

그건 나를,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냥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

그냥 같이 예능을 틀어놓고 별 볼 일 없는 대화를 하는 것,

날 좋은 날 동네를 가볍게 걷는 것,

모두 나를 위한 일이면서 서로를 위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를 꼭 끌어안고 누워 잠을 잔 적이 있다.

다 큰 내가 갑자기 엄마 품을 파고드니 처음엔 당황하신 것 같았지만

곧 그냥 아무 말 없이 엄마는 나를 토닥여줬는데,

그게 어찌나 좋던지.

또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엄마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

작은데 참 단단한 사람.


그래서 나는 이제

어쩌면 엄마 같은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단단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내가 나의 1순위다.

나는 여전히 나를 가장 사랑한다.

그런데, 엄마같이 단단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희생을 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 크고 위대한 사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