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 모두에게 내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야
디지털 임플란트, 물론 편하지만..
"안녕 A.I" 이제 우리는, 기계와 대화를 나누고, 또 그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명령을 내려도 OK! 아니,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나의 컨디션을 체크해 내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마치, 엄마처럼 챙겨준다.
그래,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라 믿고 살던 세상은 애저녁에 끝났다.
사실, 이처럼 기술의 집약적인 발전이 일구어낸 만물의 디지털화는 우리의 세상을 조금 더 편하게 또 빠르게 만들어준다. 우리에게 가장 쉽게 와 닿는 것은 일상생활 속 편의지만, 정말 큰 발전과 그 발전을 토대로 한 쾌거는 단연코 의학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이 이를 반증하지 않는가.
치과치료 또한 이런 디지털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변화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구강 정보 파악이 필수인 치료에 앞서 선행되는 인상채득 시 역한 고무를 물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수고를 덜 수 있다. 쉽게 말해 한 번의 3D 스캐닝을 통해 나의 구강상태를 데이터화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최적의 방법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기사를 보니, 인공자궁을 통해 태아를 잉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인공자궁과 비견할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삼십여 년 전부터 치과계에서는 인공적인 치아를 만들어 자연치아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예전엔 치아가 빠지면 무조건 브릿지나 틀니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치아가 빠진 개수만큼 인공치아 즉, 임플란트 식립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임플란트 수술 역시 디지털을 만나 달라지기 시작했다. 3차원 장비를 활용해 구강 사진을 찍어 데이터화한다. 가장 단단한 뼈를 찾아, 임플란트가 식립 되어야 할 위치를 찾고 두께와 너비를 계산해 자연치아와 어우러지는 인공치아를 식립 한다. 여기까지를 1세대라 할 수 있다면 최근 시작된 디지털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는 절개하지 않고 인공치아가 식립 될 위치에 구멍을 뚫어 바로 임플란트를 식립 한다.
기존 임플란트 수술 진행 시 환자는 6~7번의 내원을 해야 했다. 첫 번째 내원을 통해 진단을 받고, 진단을 토대로 시술 계획을 세운다. 그 시술 계획을 토대로 2차 내원 시, 1차 수술을 진행하고 3차 내원 시에는 절개 부위의 실밥을 제거한다. 이 상태로 조금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시술 부위가 아물면 4차 내원에서 2차 수술을 진행한다. 5차 내원 시에는 3차 내원에서 처럼 실밥을 제거하고 6차에서는 본을 뜨고, 이 본을 토대로 보철물을 만들어 7차 내원에서 보철물을 얹어줌으로써 시술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디지털 즉, 내비게이션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임플란트 식립을 진행하게 되면 내원 횟수가 확 줄어들게 된다. 1차 내원에서 진단과 상담을 토대로 시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후의 과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3D 촬영에서 그치지 않고 구강스캐너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내원 시 3D 구강 스캐너를 활용하여 구강 정보를 채득 한다. 이 스캔 데이터를 활용하여 내비게이션 가이드를 만든다. 2차 내원 시 만들어진 가이드를 토대로 절개 없이 정확한 위치에 임플란트 기둥이 식립 된다. 기존 임플란트 수술과 달리 절개를 하지 않아 실밥 제거를 위한 내원이 불필요하다. 3차 내원 시 보철물을 만들기 위한 본뜨기를 진행하고 4차 내원에서 최종 보철물을 얹어주는 것으로 끝, 이를 기간 차로 설명하면 상악 기준 약 2개월 단축, 하악 기준 약 6주 단축이 가능해진다.
안 그래도 바쁜 현대인이 시기에 맞춰 병원에 내원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바쁜 세상 속 시술 기간 단축, 수술의 간소화 반기지 않을 사람 누가 있겠는가. 또 이렇게 디지털의 힘을 빌려 시술을 진행하게 되면 수술 실패에의 부담이 줄어들고 통증과 감염 위험도 함께 줄어든다. 심지어 출혈이 적은 탓에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는 기저질환자도 큰 부담 없이 임플란트를 선택해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기계의 힘을 빌어 아니, 디지털의 힘을 빌어 완성되는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물론 평소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뼈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 실패 부담이 큰 환자의 경우 이런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를 바꿔 말하면 뼈 상태가 좋고, 위치가 좋은 환자의 경우 굳이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편의에는 일종의 대가가 따른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으면 장비의 활용이 폭넓게 진행되면서 편의성은 커질지 모르나, 비용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치아 하나를 대체해야 하는 경우라면 큰 부담이 아닐지 모르나, 다수의 치아 상실로 인공치아 식립을 앞두고 있는 경우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혹자는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를 선을 긋는 것에 빗대어 설명한다. 선을 긋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자를 대지 않고도 비교적 온전하게 선을 그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같은 시술을 받아도 같은 결과가 따르지 않는 건 시술자의 능력과 노하우 차이란 말이 있다. 실제로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재수술받는 원인을 조사해보니, 의료진의 미흡한 실력이 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실력을 갖춘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만난다면 내비게이션 없이도 좋은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운전경력이 길고, 또 능숙한 아빠가 내비 도움 없이도 목적지에 잘 찾아가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