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의 원인은..
엄마들은 왜 돈가스 사준다는 거짓말로 꼬셔 치과에 데려갔을까. 처음부터 사실대로 얘기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텐데, 맛있는 걸 먹을 기대에 사로 잡혀있다가 실상 마주한 장면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프고 무섭다. 이런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치과 방문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치과 방문이지만 그럼에도 피할 수 없게 하는 지긋지긋한 통증이 바로 치통이다. 날카롭게 온 신경을 자극해 참을래야 참을 수 없다. 실제로 환자분들이 치과에 오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 통증이다.
주로 씹을 때 아프거나 혹은 단 거 먹을 때, 아니면 아이스크림같이 차가운 거 먹을 때 가끔은 뜨거운 음식 먹을 때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양치질할 때 시리거나 아니면 잇몸에서 피가 난다든지 하는 불편함을 느껴 내원하게 되는 것이다.
단 음식을 먹을 때나 찬 음식을 먹을 때 아픔을 느끼는 것은 가장 흔한 치통 자각 증상 중 하나로, 이 원인은 대체로 충치 즉 치아우식증이다. 치아가 썩어가게 되면서 치아를 보호하는 구조들이 깨지거나 우식증에 의해서 녹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치아 속에 자리한 신경이 자극을 민감하게 느끼게 되고 이는 곧 통증으로 발현된다.
우리 치아에는 온도의 자극을 느끼는 신경이 있다.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 차갑다고 느끼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뜨겁다 느끼는 이유다. 물론, 혀나 다른 점막 부분에서도 온도를 느낄 수 있긴 하다. 다만 치아는 치아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온도를 느낀다. 예를 들어 뜨거운 음식들이 치아를 자극하게 되면 치아 자체에도 염증이 생길 수가 있다. 치아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보호 작용이다.
우식증에 의해 치아의 일정 부분이 썩어 없어지게 되면 없어진 만큼 공간이 비어있다. 그 빈 부분으로 온도 자극이 조금 더 빠르게 오게 된다. 그 빠른 온도 자극을 우리는 통증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이렇게 느껴지는 통증을 치과에서는 치수염이라고 부른다. 치아의 신경을 한자로 표현하면 치수, 즉 치수염齒髓炎은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치수염은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또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충치가 생긴 부분에 적절한 치료를 해주면 나아지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치수염도 있다. 얼음이나 찬물에 찡하고 차가운 느낌이 왔다가 수초 내 바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 그 증상이다. 만일 그 찡하는 느낌이 치아 깊은 부분까지, 또 많이 아프게 느껴진다면 지속된 치수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단 이런 치수염이 생기게되면 치료를 받아야한다.
갑자기 좀 며칠 불편했다 정도의 경우라면 두고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치아를 과하게 사용했을 때 일시적인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단한 거를 무리해서 씹었다거나 밥을 먹다가 돌을 잘못 꽉 씹은 경우 치아가 견딜 수 있는 역치 이상으로 자극이 크게 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치아가 예민해진다. 이런 경우라면 며칠 두고 보기도 한다.
넘어져서 입술을 다쳤고, 이로인해 치아가 갑자기 아프다 이런 경우에는 당장 바로 치료를 진행하기 보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 두 달도 증상을 지켜볼 수 있다. 지켜보는 중간에 그 반응의 정도, 통증의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면 그때는 물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라면 그냥 두고 봐도 된다.
이 두고 봐도 되는지 여부, 치료를 미뤄도 되는지 여부는 내가 스스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너무 무섭고 힘들더라도 일단은 내원해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아끼다 똥 되는 귀중한 물건들과 달리 병원 방문은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