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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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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이림 Jun 21. 2024

짠순이의 선물

엄마와 딸 I 2024.06.05

나는 짠순이다.
중학교 때부터 입던 옷을 아직도 입을 정도로 옷을 자주 사 입지 않는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매일 저녁 요리해서 다음날 점심 도시락을 싸간다.
핸드폰 요금도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제일 저렴한 요금제를 쓴다.
물욕도 많지 않아서 나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자주 사지 않는다.

신용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체크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생일선물로 받거나, 돈이 모일 때까지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나갈 때 큰돈이 나가는 편이다.

작년부터 연세(제주도는 일 년에 한 번 집값을 내는 특이한 부동산 문화가 있다.)를 내기 위해 조금씩 모아둔 돈이 연세를 내고도 백만 원 정도 남을 정도로 돈이 모였다. 평소였다면 내년 연세을 위해 다시 저금을 했겠지만, 올해는 뭔가 특별한 곳에 돈을 사용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엄마를 위해 명품 스카프를 살까? 브로치를 살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선물 주고 싶은 물건들은 엄마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 그냥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일 뿐이었다. 선물을 줘도 상대방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저 비싼 쓰레기일 뿐..
그래서 지금 엄마가 제일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하이모에서 엄마를 위한 맞춤가발을 선물하기로!!
사실 백만 원으로 가발을 맞추기에는 조금 부족한 금액이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서 매달 조금씩 돈을 더 모았다. 150만 원을 모았고, 하이모에 대략 얼마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해 본 결과 암환자 할인을 받으면 구매하기에는 충분 것 같았다.

드디어, 엄마랑 가발 구매하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다.
나는 퇴근하고 하이모에 도착하면 7시가 조금 넘을 예정이었기에 동생에게 나 대신 엄마와 함께 먼저 상담을 받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와 동생은 먼저 상담을 받았고, 상담을 머리 둘레 재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량, 머리색, 길이까지 정말 하나하나 꼼꼼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엄마는 가장 기본으로 저렴하게 하고 싶어 하셨는데, 이왕 돈 쓰는 거 동생과 내가 원하는 기장까지 늘려서 기장 추가도 했다.

기장을 길게 하면 할 수 있는 스타일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인받아서 총 130만 원! 엄마에게 이 가발은 내가 사는 선물이라고 말하고 결제했다.

"엄마, 내가 사준 가발 쓰고 무사히 항암 잘 끝내자"

지금 내가 바라는 건 엄마가 무사히 치료받고 오래오래 나랑 행복하게 사는 거, 그거 단 하나뿐이다.




하이모 방문 에피소드

동생은 회사를 30분 조퇴하고 먼저 하이모에 도착했는데, 2시간 전에 도착했다던 엄마가 하이모에 없었다고 한다.
깜짝 놀라 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디냐고 여쭤보니 그 근처 가발가게에서 가발을 쓰고 있었다고 하셨다. 왜 거기에서 기다렸냐고 물어봤더니 하이모가 이곳이라고 생각해서 들어오셨다고 하셨다.
그런 엄마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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