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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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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이림 Jun 14. 2024

첫 항암

엄마와 딸 I 2024.5.30

"엄마 오늘 1차 항암 화이팅 하자!!!!"

2024.5.28 드디어 엄마의 첫 번째 항암 날이다. 빨리 항암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도, 인터넷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항암 부작용 글을 읽을 때면 흔히 말하는 뇌 정지가 오기도 한다. 항암은 해야 하지만 엄마가 아픈 건 싫다. 아프지 않고 암세포가 깨끗하게 사라지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만 계속할 뿐이다. 첫 항암치료는 우리 셋 중 누군가 엄마 병원까지 따라가려고 했다. 엄마에게 몇 시에 치료가 시작되는지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하늘에 돈 날리고 싶지 않다며 그 돈 모아서 해외여행 가자는 엄마의 설득에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남아 있기로 했다. 대신 큰 이모께서 엄마 보호자가 되어주시기로 하셨다.

이상하게도 항암치료를 하는 그날만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큰 이모 말로는 엄마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하셨기에, 그 말만 믿고 항암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렸다. 저녁이 되자 엄마가 요양병원에 도착하셨는지 카톡이 왔다. 엄마는 덤덤하게 말씀하셨지만, 항암 도중 쇼크가 와서 항암치료를 잠시 중단했었고 심전도 확인하고, 다른 링거 투여 후 안정이 된 이후에나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항암 부작용은 대개 3일 이후부터 발생한다는 글뿐이었기에 아직 부작용에 대한 마음에 준비가 부족했던 나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충격에 빠졌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부작용이 빨리 와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었기에 차라리 다행이라고 하셨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물리치고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이 된 느낌!"

항암 치료 후 첫날밤, 평소보다 입맛이 더 있었다는 엄마는 큰 이모가 봤던 엄마 모습 중에 최고로 많이 먹은 날이었다고 했다. 씩씩하게 밥을 잘 먹어서인지 엄마는 새벽 내내 땀을 뻘뻘 흘려 큰 수건 3장이 다 젖었다고 했다. 아마 전날 정상세포 암세포 할 거 없이 모든 세포를 죽였기에 열이 나고 땀이 났던 거라고 생각되지만, 암세포들은 죽고 정상 세포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땀이 나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엄마 몸에 남아있는 아주 소량에 암세포들도 남김없이 싹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주 대단히 큰일을 해낸 나라를 구한 장군이 된 것 같다는 엄마에 항암치료 비유에 이런 긍정적인 엄마와 함께라면 항암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가족톡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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