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을 주도한 분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을 안 쓸 수가 없다.
나도 언론중재위원회 등 신문 기사 관련해서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어 사법고시만큼은 아니지만 판례나 법에 대해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를 하곤 한다. 헌법과 국회법, 언론법을 공부하고 관련한 판례를 볼 때마다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다.
피고가 가장 중대하게 저지른 위법 사안, 즉 핵심 사안을 맨 앞에 적는 것이다.
반대로 피고는 원고가 가장 중대하다 본 사안에 대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논리나 근거를 서두에 제시한다.
짜잘(?)하게 잘못하거나 따져봐야 할 부분은 맨 뒷부분에 적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안 한다. 이말인 즉슨 어떤 중대 범죄나 사안이 생겼을 때 원고든 피고든 그 사안을 보며 판결을 내리는 판사든 그 범죄·사안에 있어 가장 중대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파고들지 그 외 논점이나 짜잘한 부분에 대해선 심도있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번 탄핵 심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계엄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된, 신빙성 있는 증거와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의혹도 어디까지나 ‘의혹’이지 수사나 재판으로 결과가 드러난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비슷한 선례를 들자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017년 대선 당시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운영에 관여해 2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것이다.
이마저도 2017년 대선 때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수사가 이뤄졌고 킹크랩 관련 수사를 맡았던 허익범 특검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임명했다. 10여 년 가까이 되가는 2017년 대선 얘기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제22대 총선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킹크랩 사건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조작한 데 방점을 둔 사안이지 유권자가 공직자를 선출하는 최종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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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야당 행태와 병력투입 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 물은 것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말끝을 흐리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정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고 제대로 처리 하지 않은 행태를 병력 투입으로 막거나 해결할 수 있겠냔 논지로 해석된다. 즉 정부가 군 병력을 투입해서 반강제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면 야권의 정부 예산안 대폭 삭감과 처리 지연을 해결할 수 있냐, 또 이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고인 국회와 헌법재판관이 집중적으로 보는 핵심 사안,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과 그에 관한 상관관계의 적절성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논점과 거리가 먼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시하며 ‘법리적 모순과 허점’을 제대로 노출하고 있다.
나는 평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인간 자체는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고 말하고 다닌다.
나이 70이 되가도, 사법기관 최고 권력자인 검찰총장 직위에 올랐어도 한평생 한 아내만 바라보며 아침밥상을 차려주고 애정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아이·청소년과 있는 자리선 해맑은 웃음과 덕담을 아끼지 않는 사람 자체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주변인에게 말하고 다닌다.
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친척분께도 “윤석열이 인간 자체만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씀드린다.
단지 법조문만 달달박박 외우며 곧이곧대로 처리하는 성격이 상황에 따라 능동·유연적으로 행동하고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능력과 인맥이 절실히 필요한 정치와 맞지 않아 지금 이 사태까지 온 것 같아 개인적으론 너무나 안타깝다.
탄핵이든 형사재판이든 모든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고 책임을 지고 나온다면 사회서 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길 바랄 뿐이다. 머나먼 예전에 높은 공직자로 있었던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로 본다면 내가 말한 게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갈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