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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스 걸스의 도전

by 김종현

오전 출근하면서 유튜브 영상 보는데 갑자기 스파이스 걸스 영상이 떠서 뭔가 하고 봤는데 음악이 지금도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면서 중독성 있었다.


스파이스 걸스는 영국 여자 아이돌의 시초로 불린다. 보수적 영국 사회의 관념을 깬 걸그룹으로 해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인의 마음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그녀들이 데뷔한 1996년 당시 영국은 이전보단 개방적 사회가 됐지만 아직 '남녀불문율', '인종·여성차별'이 남아있었다. 이듬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폐쇄적 문화의 영국 왕실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찰스 왕(당시 왕세자)과 이혼했다. 왕세자비를 포기했지만 궁궐 밖에서의 삶이 더 행복해 보였을 만큼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례는 영국 사회의 보수적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스파이스 걸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 격렬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그녀들을 보고 영국 시민들은 처음엔 '저래도 되나'하는 의아함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의 보수적 사회 분위기, 통념에 질리고 새로운 문화, 삶에 갈증을 느낀 당시 영국의 10, 20대는 그녀들에 열광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독적인 노래로 평가된 'Wanna be'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고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7주동안 놓지 않았다.


그녀들의 도전은 세계로 향했다. 1997년 1월 미국서 Wanna be를 발표했고 그해 연간 앨범 차트 1위를 찍는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출처=유튜브 IOC 영상 캡처]


이후 2000년 공식 활동을 중단하고 잠정 휴식기에 들어간 그녀들은 각자의 삶에 매진한다. 빅토리아는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결혼하고 멜비는 미국, 호주를 돌아다니며 오디션 프로그램 멘토로 활약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인기를 얻었을 땐 호주를 방문한 싸이와 말춤을 춰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8월 13일 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던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


세계적인 가수 제시 J의 공연이 끝나고 장내가 어수선할때 갑자기 영국의 상징 블랙캡 택시가 스타디움으로 들어선다.


빵빵거리며 들어온 5대의 택시는 올림픽 스타디움 중앙 영국 유니언잭 모형이 그려진 무대 정 중앙에 도착했다.


그리고 스타디움엔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녀들의 음악 Wanna be 전주가 깔리고 블랙캡 택시엔 클럽에서나 볼법한 전조등 불빛이 비춰진다. 현장에 있던 8만명의 관중들은 열광했다.


스파이스 걸스의 상징 멜비가 랩을하며 택시에서 내리고 나머지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택시에서 내려 스타디움 한가운데서 관중과 세계인을 향해 포즈를 취한다.


한때 자국 영국에서 이단아 취급까지 받던 그녀들이 올림픽 무대 유니언잭 정 중앙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나섰던 그 장면은 지금 다시봐도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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