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임지는 자-책임지지 않는 자

by 김종현

최근 가슴 뭉클한 영상을 봤다.


12ㆍ12 군사쿠데타 주역으로 전두환과 쌍두마차를 이루며 정권을 장악하고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가족이 지난 19일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아 진심어린 사죄의 뜻을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도 휠체어를 타고 묘지를 방문해 묘역에 꽃을 놨다.


장남 노재헌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이제 됐다'고 할때까지 사과드릴 것"이라며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사진출처=유튜브 KBC 8시 뉴스 영상 캡처]


사실 이 사건도 기자와 언론이 아니었으면 영영 묻혔을 사건이었다.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북독일방송국 기자 힌츠페터는 한국에 계엄령이 발동됐단 소식을 접한다


한국의 광주에서 끔찍한 참변이 일어났단 소식을 접한 힌츠페터는 곧바로 나리타 공항으로 향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이후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온 김사복씨의 안내로 광주에 들어섰고 광주시민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를 세상에 알릴 외국 기자가 왔다며 먹을것과 마실것을 나눠줬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시내서 애국가를 부르며 민주화운동을 벌였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힌츠페터는 현지 외국학생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묻는다. 외국학생은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때리고 칼로 찔르며 탄압한 일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가 광주에 머문 이튿날. 광주시내선 믿기 힘든 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사정없이 총을 난사하며 죽이는 일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힌츠페터는 다급히 카메라를 꺼내 현장 영상을 촬영한다. 여분으로 갖고 온 필름을 다 쓸 때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촬영을 마친 후 그는 필름을 고국 독일의 방송국으로 보내기 위해 위장을 시도한다. 쿠키 철판통 밑에 필름을 넣고 위에 쿠키를 놔 보안감시관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철저히 위장시켜 비행기 화물을 통해 북독일방송국으로 보냈다.


[사진출처=SBS 8시 뉴스 영상 캡처]


필름에 담긴 영상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까지 전달돼 전파를 탔다. 모 언론은 이를두고 "광주의 참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참 그런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독 총리로 취임한 빌리 브란트도 폴란드 방문 때 위령비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진심어린 사죄의 뜻을 표했다.


당시 해당 장면을 TV로 시청하던 폴란드 국민도 눈물을 흘렸다. 빌리 브란트 방문 소식을 접할때만 해도 "왜 오냐. 와서 또 억지부릴거냐. 한심한 족속들"이라며 비방을 서슴치 않았던 그들마저 진심어린 사과에 마음의 장벽을 거뒀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너무 많은 희생자를 낸 우리나라 현대사의 굉장히 아픈 부분이다. 주범 전두환은 죽을때까지 사죄는 커녕 문민정부 시절 검찰 수사관에 의해 압송당하고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을 때도 덤덤한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누구라도 잘못은 할수 있다. 부족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건 다른 문제다. 인간이길 포기하고 약육강식의 동물이 되겠단 표현으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파이스 걸스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