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다만세 영상을 봤다. 내가 소녀시대 팬이라 지금 봐도 설레고 뭉큰 감정이 든다. 그런데 다만세 연관검색어를 보던 중 '탄핵 송'이 뜨는 걸 봤다.
물론 탄핵 과정을 취재하고 집회 시위를 바로 앞에서 본 나는 다만세가 탄핵 송으로 쓰였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발언대에 선 사회자가 다만세를 트는 것도 눈앞에서 봤다.
그러나 나는 다만세가 탄핵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소녀시대 팬이고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서 계속 그 누구한테도 사랑받는 염원의 곡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렇지만 한편으론 예술은 예술 그 자체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SM TOWN 유튜브 소녀시대 다시만난세계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예술을 이용해 정치·경제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정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본질적인 목적과 취지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한 곳인 JYP를 설립한 박진영은 이를 무척이나 강조해왔다.
박진영은 2PM 전 멤버 박재범이 한국 비하 발언 논란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 모 프로그램에 나와 재범의 행동을 "굉장히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진영은 박재범의 미국 출국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로그램 MC 강호동의 질문에 "예술인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모이게 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와 아주 사이가 좋지 못한 나라의 국민도 욕해선 안된다. 그런 면에서 봐도 재범이의 행동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고 말한다.
나도 동감한다. 예술 안엔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과 목표가 담겨 있다. 그것은 인종, 이념, 성별, 연령을 초월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이상향을 풀어내며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사진출처=MBC 무릎팍도사 원더걸스 편 영상 캡처]
그렇기에 예술인이 현대에 와선 '거장', '역작', '세기의 인물'이라는 평가와 대접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예술인은 '딴따라', '주정뱅이' 취급까지 받으며 천대받았다.
박진영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석사 과정 중 음악을 접하고 굉장한 흥미를 느껴 관련 길로 진로를 바꾸려 하자 주변인으로부터 "왜 그 딴따라를 하려 하냐"는 말을 들었다. 박진영은 지금도 그 말에 대해 "굉장히 큰 상처였다"고 털어놓는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예술인이 그 자체만으로 사회서 인정받고 대접받는 존재로 거듭났다.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희노애락의 상징이 됐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도 집회, 시위 현장서 일반 대중 가요가 틀어지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진 않는다. 물론 그것도 표현의 자유이기에 존중은 해야겠지만 나는 예술은 예술대로 남겨놔 사회의 유산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