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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근원

by 김종현

교회 프로그램 문제를 준비하기 위해 예능 문제적 남자를 봤다. 여러 영상 중 2년여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반가운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지석과 그 형이 나온 편이었다.

김지석의 형은 옥스퍼드 수학과 출신으로 입학도 수석으로 했다. 처음 영상을 접했을땐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영상을 보던 중 말미에 옥스퍼드대 입학 문제를 김지석 형이 알려주는 내용이 있었다.

자연수는 사람이 발견한 것인가 만든 것인가 라는 문제였다.

김지석의 형은 '자연수는 자연에서 갖고 온 것이고 파이나 허수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tvn D ENT 문제적 남자 영상 캡처]

나는 자연수도 사람이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1, 2, 3의 자연수는 아라비아 사람이 만든 것이고 0은 인도인이 만든 기호다.

만일 이 숫자가 자연에서 온 거라면 처음 숫자를 발견한 사람이 0부터 3, 4, 5의 숫자를 전부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둘째, 숫자는 결국 인류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히 쓰는 스마트폰은 사실 20여년 전에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만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상에서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꿈꿀 수 없지만 돌이켜보면 스마트폰 없이 산 역사가 훨씬 길다.

피처폰이 나왔을 때, 공중전화를 이용할 때도 우리는 막힘없이 일상을 살았다. 단지 스마트폰의 발명으로 우리의 일상이 좀 더 윤택해지고 편리해진 것일 뿐이다.


[사진출처=유튜브 tecialist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 영상 캡처]

숫자도 마찬가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처럼 우리가 아는 4대 문명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날 쓰는 0, 1, 2, 3의 숫자가 아닌 작대기 모형을 썼다.

상형문자는 물론 로마에선 I 와 V를 이용한 로마자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마저도 살아가는데 있어 너무나 필요하기에 만든 성격이 크다.

군대를 통솔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거래하고 시민 군중들에게 빵과 식량을 배급할때 숫자 없이 하는건 너무나 어렵다.

이후 인류는 편의성을 위해 통일된 기호로 숫자를 표기했고 아무것도 없음을 표기한 0까지 합치며 오늘날 막힘없이 인적ㆍ물적 교류를 이루게 한 문명의 토대를 만들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물론 이것도 내 생각이고 문제를 출제한 옥스퍼드대 교수님은 무슨 취지로 문제를 만들었는지 모르기에 확답이라 말할 순 없다.

단지 인류가 더 나은 삶, 발전된 삶, 편안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땐 숫자도 예외일 순 없다고 판단된다.

김지석의 형도 '수학은 철학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신학으로 이어진다. 이는 모든 학문을 여는 출발점이 수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초적인, 우리의 눈앞에 있는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숫자가 필요하고 이를 더 발전시키고 나은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결국 근원인 수학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29살 내내 문과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수학도 로그나 리미트는 지금보면 머리가 아찔할 만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과생들을 존중한다. 결국 만물의 근원을 파헤치며 더 나은 문명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그들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적힌 숫자를 보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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